성수·홍대 골목마다 속속 등장…요즘 젊은 직장인들이 퇴근 후 발길 돌리는 '이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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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알콜 맥주 86% 급증…세대 교체가 만드는 변화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는 '소맥'과 회식 중심의 음주 문화가 빠르게 해체되고 있다. 그 자리를 채우는 건 '오늘은 마시지 않겠다'는 선택적 절제와 개인 취향 중심의 새로운 음주 문화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이 변화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건강·가치관·라이프스타일의 복합적 전환이 주류 소비 시장을 통째로 흔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술자리 자체를 피하는 게 아니라, 술자리에 참여하면서도 알콜을 선택하지 않는 문화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성수·홍대 등 젊은 층이 밀집한 서울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논알콜 바가 속속 들어서고 있는 것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이다. 술 자체를 거부한다기보다 '오늘은 마시지 않겠다'며 선택적으로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무알콜 맥주 매출 86% 급증…시장이 숫자로 증명한다
시장 데이터는 이 변화가 체감이 아닌 실제임을 증명한다. GS25에서 올해 1~5월 판매된 무알콜 맥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6.1% 급증했다. 2023년부터 매년 20~30%대 성장세를 이어오다 올해 들어 증가폭이 80%대로 훌쩍 뛴 것이다. 단순한 성장이 아니라 성장 속도 자체가 빨라지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시선이 집중된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한국의 무알콜·논알콜 맥주 시장 규모는 2025년 704억원에서 2027년 946억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2년 새 약 34% 확대되는 셈이다. 최근엔 서울 시민 4명 중 1명이 술을 아예 마시지 않는다는 서울시 조사 결과까지 나왔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회식 자리에서 '안 마신다'는 말을 꺼내기 어려웠던 한국 사회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격세지감이다.
변화의 기운은 주류업계 내부에서도 감지된다. 롯데칠성음료가 최근 클라우드 광고에서 '이 좋은 맥주에 소주를 왜 섞어'라는 문구를 내세운 게 대표적이다. 수십 년간 한국 음주 문화를 지배해온 소맥 관행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이례적인 행보로 받아들여졌다. 맥주 본연의 맛을 즐기자는 메시지는 동시에 소맥 문화로부터의 이탈을 선언한 신호탄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건강을 중시하는 웰니스 문화와 함께 논알콜 시장은 계속해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왜 지금 무알콜인가
무알콜·논알콜 트렌드가 이 시점에 폭발적으로 확산하는 데는 복수의 구조적 요인이 맞물려 있다.

개인화와 '선택적 절제'의 문화 확산이 첫 번째다. MZ세대는 집단의 압력보다 개인의 취향을 우선시한다. 회식 자리에서 '다 같이 마시는' 관행은 이들에게 강요로 받아들여지기 쉽다. '오늘은 안 마시겠다'는 선언이 자연스러운 세대에게 논알콜 음료는 술자리에서 소외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선택을 지킬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다. 분위기를 깨지 않으면서도 알콜을 피할 수 있는 수단, 그게 논알콜 음료가 가진 사회적 기능이다.
건강과 웰니스에 대한 관심이 주류 소비에도 침투했다. 운동, 수면, 식단 관리가 라이프스타일의 핵심이 된 MZ세대에게 알콜은 '관리해야 할 변수'로 인식된다. 다음 날 컨디션을 지키기 위해, 혹은 주 3회 이상 운동 루틴을 망치지 않기 위해 술을 줄이거나 끊는 선택을 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라는 개념, 즉 건강한 방식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인식이 음주 문화에도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 운동의 영향도 빼놓을 수 없다. 소버 큐리어스란 완전한 금주가 아니라 알콜과의 관계를 의식적으로 재정립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뜻한다. 2010년대 후반 영미권에서 시작된 이 흐름은 SNS를 타고 전 세계로 확산됐고, 한국의 젊은 층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드라이 재뉴어리(1월 한 달 금주 챌린지)'나 '마인드풀 드링킹(의식적 음주)' 같은 개념이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통해 자연스럽게 소비되면서 음주에 대한 태도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음주와 회식을 둘러싼 직장 문화의 변화도 결정적이다. 과거 한국 직장에서 회식은 사실상 의무였다. 상사의 술잔을 거절하는 건 관계를 거절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주 52시간 근무제 정착, MZ세대의 직장 진입, 수평적 조직 문화 확산 등으로 회식의 성격 자체가 변했다. 술이 빠진 '가벼운 저녁 식사' 형태의 회식이 늘었고, 아예 회식을 없애는 팀도 늘어났다. 회식이라는 음주의 가장 강력한 촉진 환경이 약화되면서 알콜 소비 자체가 줄어드는 구조적 변화가 생긴 것이다.
또한 초기 무알콜 맥주는 '맥주 맛이 나지 않는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기술 발전으로 맛과 향이 크게 개선됐다. 하이네켄 제로, 카스 0.0 등 주요 브랜드들이 무알콜 라인업을 강화하고, 크래프트 논알콜 맥주까지 등장하면서 선택지가 넓어졌다. 맛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알콜을 선택하던 구도가 무너진 것이다. 논알콜 칵테일, 논알콜 와인, 논알콜 막걸리까지 카테고리가 다양해지면서 논알콜은 이제 '대체재'가 아닌 '독립된 선택지'로 자리 잡고 있다.
소맥은 단순한 술의 조합이 아니었다. 회식 문화, 위계질서, 집단주의적 음주 관행이 농축된 상징이었다. 롯데칠성이 광고에서 '소주를 왜 섞어'라고 물은 건 그 상징에 균열이 생겼음을 주류업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GS25의 무알콜 맥주 매출이 86% 뛰고, 서울 시민 4명 중 1명이 술을 입에 대지 않으며, 성수·홍대 논알콜 바에서 알콜 대신 논알콜을 고르는 손님이 늘어나는 현실은 각각 떼어놓고 보면 개별 현상이지만, 합쳐놓으면 하나의 거대한 문화적 전환을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