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다고 안 봐준다” 촉법 나이 조건부 하향
작성일 수정일
흉악범죄 소년에만 형사책임, 촉법소년 제도 개편 추진
국민 81% 찬성했지만 막판 번복, 정부의 '절충안' 무엇인가
28일 연합뉴스가 복수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성평등가족부와 법무부는 살인이나 성범죄, 강도 등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소년에 한해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촉법소년 연령을 한 살 낮추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일반적인 소년범죄까지 모두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중범죄에 한정하는 절충안이다.
현행 소년법은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소년이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호관찰이나 소년원 송치 등 교육과 교화를 중심으로 한 처분이 내려지며, 형사재판을 통해 전과가 남지는 않는다.

촉법소년 연령 조정 논의는 2017년 부산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 이후 본격적으로 사회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당시 가해 학생 일부가 촉법소년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강력범죄까지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것은 문제"라는 여론이 확산됐다. 이후에도 촉법소년이 연루된 강력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연령 하향 요구가 반복됐지만, 소년범은 처벌보다 교육과 교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반론과 맞서면서 제도 개정은 이뤄지지 못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올해 2월 국무회의에서 촉법소년 제도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압도적 다수의 국민이 최소한 한 살은 낮춰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인 것 같다"며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 결론을 내릴 것을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 3~4월 전문가와 시민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 협의체를 통해 공론화를 진행했다. 협의체는 논의 끝에 현행 연령 기준을 유지하는 권고안을 의결했다. 소년범죄 증가에 대한 체감과 달리 실제 통계상 전체 소년범죄는 감소 추세이고, 형사처벌 확대보다 재범 방지와 사회 복귀를 위한 교육이 중요하다는 판단이 반영된 결과였다.
그러나 정부는 공론화 결과와 별개로 국민 여론과 사회적 요구도 함께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흉악범죄에 대해서는 형사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꾸준히 제기된 만큼, 모든 촉법소년이 아닌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만 연령 기준을 낮추는 절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올해 3월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1%가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다수가 현행 제도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점도 정부 판단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검토하는 '중대한 범죄'의 범위는 법무부가 구체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제21대 국회에서 발의됐던 관련 법안들을 참고해 살인, 강도, 강간·강제추행 등 성범죄, 집단폭행 등을 포함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여기에 소년원에 세 차례 이상 송치된 경우 형사책임 면제를 제한하는 내용도 검토 대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권고안을 이르면 오는 30일 국무회의에 보고할 예정이다. 다만 국무회의 논의 과정에서 일부 내용이 수정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방안이 실제 입법으로 이어질 경우 촉법소년 제도는 시행 이후 가장 큰 변화 가운데 하나를 맞게 된다. 다만 법률 개정을 위해서는 국회 논의와 의결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실제 시행까지는 추가적인 사회적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에서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둘러싼 논쟁은 소년범죄 대응 방식과 형사책임 연령의 적정선을 두고 사회적 갈등이 이어지는 문제다.
촉법소년은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미성년자가 범죄를 저질렀을 때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받는 제도다. 이 제도는 대한민국 형법 체계와 대한민국 법무부가 관리하는 소년법 제도 안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핵심 목적은 처벌보다 교정과 보호를 통해 청소년의 정상적인 사회 복귀를 돕는 데 있다. 즉, 성인과 동일한 형사책임을 묻기에는 인지적·정서적 발달이 충분하지 않다는 전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청소년이 강력범죄에 연루되는 사건이 알려지면서 이 제도의 적절성에 대한 논쟁이 커지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은 책임 능력의 기준이다. 현재 기준인 만 14세 미만은 과거 사회 환경과 청소년 발달 수준을 고려해 설정된 것이지만, 지금은 디지털 환경이 크게 발달하면서 청소년이 성인 수준의 정보와 폭력적인 콘텐츠에 더 쉽게 노출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환경 변화로 인해 범죄에 대한 인식 능력도 더 빨리 형성된다고 주장한다. 반면 전문가들은 정보 접근성과 실제 판단 능력은 다르며, 충동 조절이나 감정 통제 능력은 여전히 발달 중이기 때문에 형사처벌 연령을 낮추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다른 쟁점은 범죄 억제 효과다. 촉법소년은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받기 때문에 처벌이 약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학교폭력이나 절도, 폭행 같은 사건에서 가해자가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점은 피해자 입장에서 형평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면 범죄 예방 효과가 높아진다는 주장과, 단순히 처벌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청소년 범죄의 근본 원인을 해결할 수 없다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세 번째 문제는 교정 시스템의 실효성이다. 현재 소년보호처분은 보호관찰, 사회봉사, 소년원 송치 등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재범을 줄이기 위한 개별 맞춤형 교육이나 상담 체계가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이 있다. 일부 사례에서는 보호처분 이후에도 같은 유형의 범죄가 반복되는 경우가 있어 제도의 교정 기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단순히 연령 기준을 조정하기보다 보호시설의 전문성을 높이고 심리 상담과 치료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또한 사회적 인식 변화도 중요한 요소다. 과거에는 청소년 범죄를 미성숙한 일탈로 보는 경향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범죄 수법이 다양해지고 피해 규모가 커지면서 보다 엄정한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변화는 입법 논의에도 영향을 주고 있으며, 일부 중대범죄에 한해 형사처벌을 적용하거나 형사미성년자 기준을 낮추는 방안이 계속 논의되고 있다.
반면 청소년 인권 단체와 교육계에서는 형사처벌 확대가 낙인 효과를 강화해 오히려 사회 복귀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과 기록은 교육과 취업, 사회생활 전반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처벌 강화보다 예방과 지원 중심 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촉법소년 연령 문제는 단순히 처벌의 강도를 조정하는 문제가 아니라 청소년의 발달 단계와 사회 안전, 그리고 재범 방지 시스템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구조적인 논의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