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찌개 속 '이것', 여자는 불판 위 '이것'…남녀 결과 갈린 암 사망 위험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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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종류와 성별에 따라 암 사망률 2배 이상 차이

국내에서 고기 섭취 종류와 성별에 따라 암 사망 위험도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대규모 추적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존 서구권 중심의 연구들이 주로 고기의 총섭취량과 암 발생률의 관계를 다뤘던 것과 달리, 아시아 인구를 대상으로 육류의 세부 종류가 암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한 연구는 국내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곱창 자료사진. / KIBOK RHEE-shutterstock.com
곱창 자료사진. / KIBOK RHEE-shutterstock.com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와 이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유인선 교수 공동 연구팀은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사업(KoGES)에 참여한 40세 이상 성인 14만 7562명을 장기간 추적 관찰했다. 조사 대상은 남성 5만 3847명, 여성 9만 3715명이며, 이들의 데이터를 정밀 분석한 논문은 영양·식이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인 ‘프런티어스 인 뉴트리션(Frontiers in Nutrition)’ 최근호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식탁에 오르는 육류를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포함한 붉은 고기, 닭고기 등의 가금류, 내장육, 그리고 가공육 등 네 가지 범주로 분류했다. 이 중 붉은 고기와 닭고기, 내장육은 평소 먹는 양에 따라 네 개 그룹으로 세분화했고, 가공육은 먹는 집단과 먹지 않는 집단으로 나누었다.

정확한 분석을 위해 연령, 체질량지수(BMI), 흡연 상태, 음주량, 교육 수준, 신체활동량, 하루 총에너지 섭취량 등 암 사망에 개입할 수 있는 다양한 환경적 요인들은 통계적으로 모두 보정해 비교했다. 분석 결과, 고기를 얼마나 많이 먹는지를 뜻하는 전체 육류 섭취량 자체는 남녀 모두에게서 전체 암 사망률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관련성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고기의 세부 종류별로 접근하자 성별에 따라 전혀 다른 양상이 도출됐다.

가공육 즐기는 남성, 직장암 사망 위험 2.45배 증가

남성의 경우 햄, 소시지, 베이컨처럼 염장이나 훈제, 발효 과정을 거치는 가공육을 섭취한 집단이 이를 먹지 않는 집단보다 직장암으로 사망할 위험이 2.45배 높게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가공육을 인체 발암 물질인 1군 발암요인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는 가공육이 담배만큼 치명적이라는 뜻이 아니라, 암을 유발한다는 과학적 근거가 확실하다는 의미다.

부대찌개 자료사진. / foodnjoy-shutterstock.com
부대찌개 자료사진. / foodnjoy-shutterstock.com

영양학적으로 소시지 등 가공육은 보존성과 풍미를 위해 아질산나트륨 같은 인공 첨가물과 다량의 나트륨이 첨가된다. 대개 100g당 250~300kcal 수준의 높은 열량과 포화지방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아질산나트륨이 고기 내부의 아민 성분과 결합하거나 고온에서 조리될 때 생성되는 화학물질인 '니트로사민'은 장 점막을 지속적으로 자극하고 세포 변이를 유발해 직장암 발병률을 직접적으로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여성은 곱창·간 등 내장육이 복병… 유방암·췌장암 사망률 상승

여성 집단에서는 곱창이나 동물 간 같은 내장육의 소비가 유방암과 췌장암 사망 위험을 올리는 복병으로 확인됐다. 내장육을 비교적 많이 섭취한 그룹(3분위)은 가장 적게 먹은 그룹(1분위)에 비해 유방암 사망 위험이 2.57배, 췌장암 사망 위험이 1.83배 높았다. 최고 섭취군인 4분위의 경우 암 사망 사례 자체가 적어 통계적 비교는 주로 1분위와 3분위 사이에서 이루어졌다. 먹는 양에 비례해 위험이 비례해서 커진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상대적으로 많이 먹은 집단에서 사망 위험이 높게 나타났다는 뜻이다.

이 연관성은 60세 이상 고령층이거나 체질량지수가 25 미만인 정상 체중인 경우, 그리고 담배를 피운 적이 없는 비흡연 여성에게서 훨씬 더 뚜렷하게 관찰됐다. 연구팀은 동물의 소화 및 해독 기관인 내장 조직에 잔류하는 중금속을 유력한 원인으로 제시했다. 곱창이나 간에는 일반 살코기보다 비소, 카드뮴, 납 같은 중금속 성분이 더 높은 농도로 축적될 수 있다.

특히 구이로 인기가 높은 곱창은 100g당 열량이 300~400kcal를 상회하며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가득한 식품이다. 이러한 내장육 속 중금속들은 지방 조직에 축적되어 있다가 체중 변화나 노화 과정에서 지방이 연소할 때 혈액 속으로 다시 흘러나와 여성 호르몬계를 교란하거나 췌장 세포에 악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단백질 대사 과정에서 요산을 만드는 퓨린 함량이 높아 통풍을 유발하고 체내 산화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

붉은 고기 많이 먹은 남성의 위암 사망률 감소

일반적인 통념을 깨는 반전도 있었다. 소고기나 돼지고기 등 붉은 고기를 가장 많이 먹은 남성 그룹은 가장 적게 먹은 그룹보다 위암 사망 위험이 52% 낮았으며, 이때 위험비(Hazard Ratio)는 0.48을 기록했다. 이 경향은 체질량지수가 25 미만이거나 흡연 경험이 있는 남성에게서 더욱 두드러졌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왼쪽)와 이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유인선 교수.  / 서울대병원 제공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왼쪽)와 이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유인선 교수. / 서울대병원 제공

그러나 연구팀은 소고기나 돼지고기가 위암을 직접적으로 막아주는 방어 효과를 낸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육류 섭취량이 많은 집단일수록 상대적으로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아 위암 검진이나 내시경 검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을 확률이 크고, 이러한 의료 서비스 이용의 차이가 착시 통계로 나타났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 고유의 육류 소비 방식도 변수로 꼽혔다. 국내에서는 붉은 고기 중 돼지고기 소비 비중이 높고, 서구권처럼 가공된 형태보다는 생고기를 굽거나 볶아 먹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다. 돼지고기는 삼겹살처럼 100g당 330~380kcal에 달하는 고지방 부위가 포함되어 있지만, 조리법에 따라 염분 노출도와 지방산 성분 구성이 달라 결과에 차이를 줬을 수 있다. 다만 직화구이 방식으로 고기를 태우면 헤테로사이클릭아민이나 다환방향족탄화수소 같은 유해 물질이 다량 발생해 유전자를 변형시킬 수 있으므로 과도하게 태워 먹는 식습관은 피해야 한다.

연구팀은 이번 조사가 관찰 연구 방식인 만큼 육류 섭취와 암 사망률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무리하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이 연구 등록 당시 작성한 1년간의 평소 식습관 설문을 바탕으로 삼았기에, 이후 변화한 식단이나 구체적인 조리 방법, 암 진단 당시의 의학적 병기 수준 등은 완벽하게 추적해 반영하지 못했다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유인선 교수는 내장육의 중금속 유출 가능성을 짚었으며, 박민선 교수는 “이번 연구는 육류 섭취량 자체보다 어떤 종류의 고기를 먹는지가 암 건강과 더 관련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서구권 연구 결과를 아시아 인구집단에 그대로 적용하기보다 식습관과 생활 환경을 고려한 성별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