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필 생가 품은 보성군 '금하헌', 전남 최고 정원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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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고목과 현대적 조경의 절묘한 조화… '2026 전남도 예쁜정원 콘테스트' 특별상 영예 안아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전라남도 보성군 문덕면에 자리한 고즈넉한 한옥 정원 ‘금하헌(錦霞軒)’이 자연과 역사가 숨 쉬는 아름다움을 인정받으며 도내 최고의 정원 중 하나로 우뚝 섰다.
보성군 문덕면 일원의 금하헌 전경 / 보성군
보성군 문덕면 일원의 금하헌 전경 / 보성군

민간이 손수 가꾼 정원이 지역 사회의 훌륭한 생태·문화 자산으로 거듭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완벽한 모범 사례로 평가받으며, 일상 속 정원 문화 확산에 든든한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 노을빛 머무는 한옥 정원, 도내 최고 미(美)를 뽐내다

27일 보성군에 따르면, 지난 25일 전라남도 동부청사에서 성대하게 치러진 ‘2026년 전라남도 예쁜정원 콘테스트’ 시상식에서 문덕면에 위치한 민간 정원 ‘금하헌(정원주 윤숙정)’이 영예의 특별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전라남도가 주관하는 이 콘테스트는 도내 곳곳에 숨겨진 보석 같은 민간 정원들을 발굴하고, 도민들의 생활 속에 아름다운 정원 문화를 널리 확산하기 위해 매년 개최되는 권위 있는 행사다.

이번 심사에서 금하헌은 인위적인 치장을 최소화하고 주변의 수려한 자연환경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낸 빼어난 심미성, 그리고 한옥이 가진 전통적인 매력을 잃지 않으면서도 실생활에 맞게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한 점 등에서 심사위원단으로부터 압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정성을 다해 가꾼 관리 상태 역시 높은 점수를 받으며 특별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보성군 문덕면 일원의 금하헌 야경 / 보성군
보성군 문덕면 일원의 금하헌 야경 / 보성군

■ 독립운동가 서재필 생가 터, 100년 역사를 품은 쉼터

금하헌이 이토록 특별한 가치를 지니는 데에는 그 장소가 품고 있는 깊은 역사적 배경이 한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이 정원은 대한민국 독립운동의 굵직한 발자취를 남긴 보성 출신의 위대한 의병장이자 독립운동가인 송재 서재필 선생의 생가 바로 밑에 아늑하게 자리 잡고 있다. 역사적인 숭고함이 서린 터 위에 전통의 멋과 현대적인 조경 요소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방문객들에게 묘한 경외감과 편안함을 동시에 선사한다.

‘비단 자수를 놓은 듯한 저녁노을이 머무는 집’이라는 무척이나 시적이고 낭만적인 뜻을 품고 있는 금하헌은, 현재의 정원주인 윤숙정 씨가 지난 2020년 자신의 고향 집 한옥을 정성껏 리모델링하면서 본격적인 조성을 시작했다. 집안 대대로 내려오던 소중한 터전을 허물지 않고, 오히려 그 가치를 극대화하여 모두가 향유할 수 있는 아름다운 힐링의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윤 씨의 각별한 애정과 헌신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2026년 전라남도 예쁜정원 콘테스트 시상식에서 전라남도청 동부청사 문미란 산림휴양과장(왼쪽), 금하헌 정원주 윤숙정 씨(오른쪽)가 특별상을 수상했다. / 보성군
2026년 전라남도 예쁜정원 콘테스트 시상식에서 전라남도청 동부청사 문미란 산림휴양과장(왼쪽), 금하헌 정원주 윤숙정 씨(오른쪽)가 특별상을 수상했다. / 보성군

■ 동서양 넘나드는 다채로운 테마, 사계절 생태계의 보고

약 1,337㎡(약 400평)의 넓은 부지에 조성된 금하헌은 그야말로 ‘사계절 생태계의 살아있는 보고(寶庫)’라 할 수 있다. 정원 곳곳에는 1953년 이 한옥이 처음 건립될 당시부터 묵묵히 제자리를 지켜온 100년 이상의 수령을 자랑하는 감나무와 가죽나무, 그리고 웅장한 편백나무가 깊은 그늘을 드리우며 세월의 무게를 증명하고 있다. 그 아래로는 붉은 동백과 매화, 모란, 수국 등 각기 다른 계절에 화려하게 피어나는 다채로운 수목과 초화류가 빽빽하게 식재되어 있어, 1년 365일 언제 방문해도 색다른 자연의 경이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

정원 내부는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 구역별로 각각 다른 개성과 이야기를 품은 테마 공간으로 세심하게 쪼개져 있다. 푸른 잔디와 정겨운 돌마당을 중심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사랑방 정원’, 고향의 향수를 자극하는 ‘부뚜막 정원’, 단아한 선이 돋보이는 ‘동양 정원’, 그리고 이국적인 꽃들이 반기는 ‘서양 정원’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특히 뒤뜰에는 모과나무 그늘 아래로 달콤한 향기의 히아신스와 수선화가 흐드러지게 피어난 ‘아내 정원’을 별도로 마련해, 부부의 따뜻한 사랑과 아늑한 낭만적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 "군민 일상에 스며드는 정원 문화 마중물 될 것"

자연의 미학을 극대화한 식재뿐만 아니라, 방문객들이 온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배려한 인공 구조물들의 배치도 훌륭하다. 정원 한편에는 고풍스러운 전통 한옥과 이질감 없이 세련되게 어우러지는 현대식 사랑방을 새롭게 조성하여, 누구든 차를 마시며 명상에 잠기거나 조용히 독서를 즐길 수 있는 안식처를 마련했다. 밤이 되면 은은하게 빛을 발하는 야외 조명과 전통 석등, 그리고 곳곳에 무심한 듯 놓인 감각적인 예술 조형물들은 정원의 품격을 한 단계 더 높여준다.

정원주 윤숙정 씨는 이번 특별상 수상에 대해 벅찬 감동을 감추지 못했다. 윤 씨는 “오랜 세월 가족들과 함께 울고 웃었던 소중한 추억을 되살리며 흙을 만지고 꽃을 심어 가꾼 이 정원이 이렇게 큰 상까지 받게 되어 개인적으로 더할 나위 없이 큰 영광이고 기쁘다”며, “앞으로도 금하헌을 찾아주시는 모든 분들이 붉게 물드는 저녁노을처럼 따뜻한 위로를 받고, 지친 일상 속에서 진정한 쉼을 얻어갈 수 있도록 더욱 정성껏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겠다”고 따뜻한 소감을 밝혔다.

보성군 관계자 역시 금하헌의 가치를 높이 샀다.

군 관계자는 “금하헌은 단순히 개인이 거주하는 사적인 주거 공간을 과감히 뛰어넘어, 보성군 문덕면이 지닌 깊은 역사성과 수려한 자연미를 훌륭하게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매우 뜻깊고 가치 있는 정원”이라고 극찬하며, “이번 뜻깊은 특별상 수상을 강력한 계기로 삼아, 앞으로 우리 보성 군민들이 각자의 일상 속에서 작더라도 자신만의 정원을 가꾸고 자연을 즐기는 선진적인 문화가 지역 사회 전반으로 활발하게 확산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기대감을 전했다. 역사와 자연, 그리고 한 개인의 헌신이 빚어낸 보성 금하헌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팍팍한 현대 사회에 잔잔한 감동의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