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환경·돈 다 필요 없다…손흥민 키운 손웅정이 평생 강조한 단 '1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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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살까지 슈팅 안 한 손흥민, 아버지 손웅정의 단순한 철학
손웅정 "세상에는 그냥 되는 일이 절대 없다"

EPL 득점왕을 키워낸 아버지의 철학은 놀랍도록 단순했다. 화려한 유소년 아카데미도, 해외 조기유학도, 값비싼 개인 트레이너도 아니었다. 손웅정(62) SON축구아카데미 감독이 수십 년간 아들에게, 그리고 제자들에게 한결같이 강조해 온 단 한 가지. 바로 기본기다.

손웅정 감독과 아들 손흥민 / 뉴스1
손웅정 감독과 아들 손흥민 / 뉴스1

"투자 없으면 미래도 없다"

손웅정 감독이 남긴 말 중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이것이다.

"세상에는 그냥 되는 일이 절대 없다. 어떤 행동과 동작을 했을 때는 그에 상응하는 보상과 결과가 오기 마련이다. 잠도 좀 더 자고 싶고, 귀찮기도 하겠지만 투자가 없으면 미래는 절대 없다."

2010년 SBS 손흥민 다큐멘터리에서 나온 발언이다. 아들이 막 유럽 무대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던 시절, 그가 아들에게 새겨준 말이었다. 재능을 믿지 말고 투자, 즉 내가 들인 노력을 믿으라는 뜻이었다.

그는 또 이렇게 말했다. "좋은 경기력을 유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준비 하나하나가 잘 됐을 때의 경기 내용과, 조금이라도 소홀했을 때의 경기력은 엄청난 차이가 난다. 먹는 것, 자는 것, 휴식 등 경기를 위해 얼마나 준비를 잘 했는가에 따라 경기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손흥민과 아버지 손웅정 감독 / 뉴스1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손흥민과 아버지 손웅정 감독 / 뉴스1

EPL 득점왕 손흥민, 18살까지 슈팅을 안 했다?

손웅정 감독의 기본기 철학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나는 대목이 있다. 손웅정은 유퀴즈에서 "흥민이 경우도 함부르크 때인 18살 이후에 슈팅을 처음 시작했다"고 밝혔다. 자신이 가르치는 유소년 선수들에게도 똑같이 적용한다고 했다.

EPL 득점왕이 18살이 될 때까지 슈팅 연습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신 무엇을 했을까. 손웅정은 "기본을 중시해 매일 2시간은 하루도 안 빼놓고 볼 컨트롤, 리프팅 등 기본기 훈련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6년간이었다. 매일 6시간씩 기본기 훈련을 하는 손흥민을 본 이웃 주민이 경찰에 신고할 정도였다고 한다. 손웅정은 "연휴 명절도 안 쉬고 훈련했다. 흥민이는 어렸을 적 친척집에 간 적이 없을 정도"라고 했다.

공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을 때까지 패스나 여타 다른 기술들을 가르치지 않았다고 한다. 기초가 완성되기 전에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겠다는 원칙이었다.

손웅정-손흥민 부자 / 수오서재 제공
손웅정-손흥민 부자 / 수오서재 제공

"성공 말고 성장을 생각하라"

손웅정 감독이 2021년 출간한 자서전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에는 그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 제목 자체가 그의 인생관을 압축한다.

그는 책에서 "성공을 먼저 생각하지 말고 내 성장을 생각해라"라고 썼다. 결과가 아닌 과정에 집중하라는 메시지다. 당장의 성과보다 하루하루 쌓이는 기본이 결국 모든 것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과거에 발목 잡히면 미래를 잃는 것"이라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이미 쌓은 것보다 지금 이 순간 다지고 있는 기본에 집중하라는 뜻이다.

손흥민은 아버지의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성공한 증인이 됐다. 그는 "나의 축구는 온전히 아버지의 작품이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축구선수 손흥민의 아버지인 손웅정 SON축구아카데미 감독 / 뉴스1
축구선수 손흥민의 아버지인 손웅정 SON축구아카데미 감독 / 뉴스1

"자유라는 연료가 타야 창의력이 나온다"

기본기를 강조하면서도 손웅정 감독이 절대 놓치지 않은 것이 있다. 바로 자유다. 아들에게 축구 선수가 될 것을 강요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자유라는 연료가 타야 창의력이 나온다"고 했다.

억지로 시킨 것이 아니었다. 손흥민이 초등학교 3학년 때 축구를 하겠다고 했을 때 손웅정은 "힘든데 할 수 있냐고 세 번이나 물어봤다"고 한다. 아이가 스스로 하겠다고 결심한 뒤에야 본격적으로 가르치기 시작했다.

기본기는 강하게, 방향은 스스로. 이것이 손웅정식 교육법의 핵심이었다.

손흥민 선수 아버지 손웅정 감독 / 뉴스1
손흥민 선수 아버지 손웅정 감독 / 뉴스1

"전성기란 내려가는 신호다"

아들이 EPL 득점왕에 오른 날, 손웅정 감독은 축하 대신 경고를 날렸다. "전성기라고 하면 좋지만, 전성기란 내려가는 신호다."

정점에 서 있을 때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이었다. 가장 잘 나갈 때 가장 낮은 곳을 바라보는 것. 그것이 그가 수십 년간 몸으로 터득한 기본기의 본질이었다.

"준비 하나하나가 잘 됐을 때와 조금이라도 소홀했을 때의 경기력은 엄청난 차이가 난다."

세계 최고의 선수를 키워낸 아버지가 평생 강조한 단 한 가지는 재능도, 환경도, 돈도 아니었다. 오늘 하루 기본을 얼마나 성실하게 다졌는가 하는 단순한 원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