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탐구 집' 사랑하는 가족 위해 집 한 채씩 지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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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까지 고려한 팔순 노모의 집
아이 눈높이 맞춘 쉰둥이 딸의 집

30일 방송되는 EBS1 ‘건축탐구 집’에서는 ‘사랑하는 당신에게 집을 선물했습니다’ 편이 공개된다. 이날 방송은 팔순 노모를 위해 막내아들이 지은 경기도 파주의 붉은 벽돌집과, 쉰둥이 딸을 위해 아빠가 만든 경기도 용인의 갤러리 같은 집을 소개한다. 두 집은 모양도, 구조도, 분위기도 다르지만 출발점은 같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더 나은 일상을 선물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먼저 찾은 곳은 경기도 파주다. 공장 단지가 이어지는 풍경 속에 정갈한 붉은 벽돌집 한 채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논과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는 이 집의 주인공은 50년 넘게 이 땅을 지켜온 어머니와, 그런 어머니를 위해 새집을 지은 막내아들이다. 오래된 한옥이 세월의 무게를 더는 견디기 어려워지자 아들은 결심했다. 어머니가 여생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보낼 수 있는 집을 직접 지어드리기로 한 것이다.
현관을 열고 들어서면 중목구조가 돋보이는 널찍한 거실이 펼쳐진다. 집 안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붙드는 것은 풍경을 액자처럼 담아내는 프레임 통창이다. 창밖 논과 하늘, 계절의 변화가 거실 안으로 들어오며 집은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하루의 풍경을 바라보는 장소가 된다.

혼자 사는 어머니에게 집이 다소 넓어 보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어머니는 20여 년 전 남편을 떠나보낸 뒤에도 오랫동안 넓은 한옥에서 살아왔다. 막내아들은 어머니가 갑작스럽게 작고 낯선 공간에 적응해야 하는 일을 원치 않았다. 그래서 예전 집의 규모와 생활 감각을 최대한 유지했다. 새집이지만 어머니에게는 낯선 집이 아니라, 익숙한 삶의 연장선이 되도록 한 배려다.
어머니의 삶은 파주 땅과 깊게 맞닿아 있다. 스무 살 무렵 중매로 결혼해 서울 생활을 시작했지만, 파주로 내려오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농사꾼의 삶이 시작됐다. 자식 셋을 키우며 살아온 세월이 어느덧 50년을 넘겼다. 잠시 머물 줄 알았던 시골은 고향보다 더 익숙한 삶의 터전이 됐다. 이제 어머니는 새집 안을 오가는 것만으로도 운동이 되고, 통창 너머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느낀다.

집 곳곳에는 아들의 세심한 마음이 담겨 있다. 훗날 어머니가 휠체어를 사용하게 되더라도 불편하지 않도록 집 안의 문지방을 모두 없앴다. 복도 폭도 넉넉하게 확보했다. 어머니의 유일한 요청 사항이었던 욕실은 맞춤형 공간으로 완성됐다. 세면대와 거울 높이까지 어머니의 눈높이에 맞췄다.
텃밭 역시 어머니를 위한 배려가 반영됐다. 소일거리로 텃밭을 가꿀 수 있도록 하되, 관리 부담은 줄였다. 잡초 방지 매트를 깔고, 허리를 깊게 굽히지 않아도 되는 입식 텃밭으로 조성했다. 좋아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게 하면서도 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한 것이다. 집은 효도의 말보다 구체적인 구조와 동선으로 어머니를 돌본다.
이곳이 고향인 막내아들에게도 새집은 특별하다. 옛집에서 가져온 나무를 손질하고 정원을 가꾸는 일은 그의 큰 즐거움이 됐다. 무엇보다 새집에서 편안하게 지내는 어머니를 볼 때마다, 집을 짓기로 한 선택이 옳았다고 느낀다. 파주의 붉은 벽돌집은 팔순 노모를 향한 막내아들의 진심이 벽돌 한 장, 창 하나, 문턱 없는 바닥 위에 고스란히 담긴 집이다.

두 번째 집은 경기도 용인에 있다. 농경지가 시원하게 펼쳐진 한적한 마을 한가운데, 미술관처럼 보이는 집 한 채가 자리한다. 짙은 석재 외관에 스테인리스 미러 현관문이 더해져 주변 풍경을 거울처럼 비춘다. 집을 나설 때 보았던 자연은 돌아오는 순간에도 다시 현관 앞에 펼쳐진다. 외관부터 평범한 전원주택과는 다른 인상을 남기는 집이다.
집 안으로 들어서면 복도를 따라 대형 예술 작품들이 걸려 있어 갤러리에 들어선 듯한 분위기를 만든다. 북향집임에도 내부가 어둡지 않은 이유는 고창과 천창에 있다. 위에서 부드럽게 스며드는 자연광은 공간 전체를 밝고 따뜻하게 채운다. 집주인 부부는 집 자체가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지길 바랐다.

특히 주방 위 천창은 이 집의 중요한 장면을 만든다. 2층의 투명 복도와 맞닿아 있어, 부모가 요리를 하면서도 위층에 있는 아이와 눈을 맞추고 소통할 수 있다. 층이 나뉘어 있어도 가족의 시선은 끊기지 않는다. 공간은 떨어져 있지만 마음은 이어지도록 설계된 구조다.
이 집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늦게 찾아온 딸 때문이다. 40대까지 일에 몰두하며 살아온 부부에게 아이는 기적처럼 찾아온 선물이었다. 아이가 생기면서 부부는 결혼을 결심했고, 삶의 방향도 완전히 달라졌다. 부부는 아이에게 아름다운 어린 시절을 선물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골 생활을 선택했다. 아이는 마당에서 모래를 만지고, 정원을 가꾸며 도시에서는 쉽게 누리기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부부가 집을 지으며 바란 것은 단 하나였다. 아이가 밖에서 빨리 돌아오고 싶은 집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 마음은 2층 공간에 가장 잘 드러난다. 미니 도서관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숨겨진 다락 공간이 나온다. 다락에서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와 해먹을 지나고, 다시 개구멍처럼 만든 통로로 들어가는 동선은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작은 모험길이다. 집 전체가 하나의 놀이터가 된 셈이다.

이 집에서 아이는 단순히 머무는 것이 아니라 뛰고, 숨고, 읽고, 상상한다. 부모가 만든 공간은 아이의 하루를 놀이와 기억으로 채운다. 훗날 자신도 아이를 키우게 된다면 이 집에서 살고 싶다는 딸의 말은, 이 집이 이미 아이에게 행복한 세계로 남고 있음을 보여준다.
‘건축탐구 집’이 소개하는 두 집은 화려한 규모나 독특한 디자인만을 말하지 않는다. 파주의 붉은 벽돌집은 어머니가 익숙한 삶의 크기 안에서 안전하게 늙어갈 수 있도록 만든 집이고, 용인의 갤러리 하우스는 늦게 찾아온 딸에게 아름다운 어린 시절을 선물하기 위해 만든 집이다. 한 집은 노년의 시간을 위해, 다른 한 집은 어린 시절을 위해 지어졌다. 방향은 다르지만, 두 집 모두 사랑하는 가족의 삶을 먼저 생각한 결과물이다.

EBS1 ‘건축탐구 집’은 6월 30일 오후 9시 55분 방송된다. EBS2에서는 7월 1일 오후 6시 30분 방송된다.
※ 해당 글은 아무 대가 없이 작성됐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