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나는 밥상] 부산이 돼지국밥으로 유명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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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 속 피란민들이 만든 '생존의 음식'
소고기 대신 돼지고기, 절박함 속 탄생한 부산의 맛

폼나는 밥상

[역사 속 식탁] 전쟁의 아픔과 척박함 속에서 피어난 위로, 부산 ‘돼지국밥’의 탄생 유래

오늘날 부산을 여행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대표적인 음식을 꼽으라면 단연 ‘돼지국밥’일 것입니다. 뜨끈한 국물에 야들야들한 돼지고기와 정구지를 곁들여 먹는 돼지국밥은 든든한 한 끼 식사이자 부산의 정취를 그대로 담고 있는 대표 음식입니다. 하지만 이 따뜻하고 풍성한 국밥 한 그릇의 이면에는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가장 아픈 소용돌이였던 ‘6·25 전쟁’과 피란민들의 애환이 깊숙이 서려 있습니다.

■ 6·25 전쟁과 피란 수도 부산, 그리고 척박했던 환경

돼지국밥이 본격적으로 탄생하고 대중화된 계기는 1950년에 발발한 6·25 전쟁이었습니다. 전쟁의 포화를 피해 전국의 수많은 피란민이 남쪽의 끝자락인 부산으로 몰려들었습니다. 순식간에 수십만 명의 인구가 유입되면서 부산은 극심한 식량 부족과 빈곤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원래 한반도 전역, 특히 이북 지역에서 사랑받던 '가릿국밥'은 소고기를 활용한 음식입니다. 하지만 피란지 부산에서는 소를 구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이에 피란민들은 당시 부산에 주둔하고 있던 미군 부대로 눈을 돌렸습니다. 부대에서는 고기를 가공하고 남은 돼지의 뼈나 부산물, 머리 고기 등이 심심치 않게 흘러나왔고, 피란민들에게는 이 버려지는 부속 부위들이 고향의 맛을 재현할 소중한 재료가 되었습니다.

소고기 대신 돼지고기를 사용해 설렁탕의 맛을 재현해내려 했던 이 눈물겨운 지혜가 바로 오늘날 돼지국밥의 시초입니다. 즉, 돼지국밥은 소고기 국밥을 먹고 싶었지만 먹을 수 없었던 척박한 시대 상황 속에서, 구하기 쉬운 재료로 만들어진 ‘생존의 음식이자 대체식’이었던 셈입니다.

■ 이북식과 경상도식 문화의 융합

부산 돼지국밥의 탄생에는 문화의 융합도 한몫을 차지합니다. 평안도나 함경도 등 이북에서 내려온 피란민들은 고향에서 먹던 형식을 돼지국밥에 접목했습니다.

여기에 경상도 특유의 식문화가 더해졌습니다. 돼지고기 특유의 잡내를 잡기 위해 따뜻한 성질을 지닌 정구지(부추)를 듬뿍 넣어 먹는 전통이 정착되면서 부산만의 독창적인 '돼지국밥'이라는 장르가 완성되었습니다.

■ 맺음말

빠르고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는 국밥은 바쁘게 돌아가던 부산항 부두 노동자들과 피란민들의 허기를 달래주는 최고의 효율적인 음식이기도 했습니다. 오늘 점심은 전쟁이라는 거대한 비극을 버티고, 살아낸 돼지국밥 한 그릇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