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노동자들 기자회견...“에어컨 못 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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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에서 일하는 가사관리사, 폭염 속 '냉방 거부'로 고통
에어컨 리모컨 들고 나가고 물 한 잔도 눈치...가사관리사의 현실

연일 폭염이 이어지면서 배달기사와 택배기사 등 야외 노동자들의 온열질환 문제가 사회적 관심을 받고 있지만, 일반 가정에서 일하는 가사관리사들은 여전히 폭염 대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형 가사서비스’에 참여하는 가사관리사들이 냉방조차 제대로 제공받지 못한 채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노동환경 개선 필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한국노총 전국연대노조 가사·돌봄서비스지부는 24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형 가사서비스 종사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폭염 대책 마련을 서울시에 촉구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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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는 가사관리사들이 일반 가정 내부에서 근무한다는 이유로 폭염 대응 정책에서 사실상 배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배달기사나 건설노동자처럼 눈에 띄지는 않지만, 여름철 고온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노동자라는 점에서 건강권 보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형 가사서비스는 서울시가 저출생 대책인 '엄마아빠 행복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23년 도입한 사업이다. 임산부와 맞벌이 가정, 다자녀 가정 등을 대상으로 가사서비스 비용을 지원해 육아와 가사 부담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다. 이용 가정은 가사관리사의 도움을 받아 청소, 정리정돈, 화장실 청소 등 각종 가사업무를 지원받는다.

사업 자체는 이용자 만족도가 높은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실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사관리사들의 노동환경은 충분히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에 따르면 가사관리사들은 보통 한 가정에서 3시간 정도 연속으로 청소와 정리 업무를 수행한다. 화장실 청소, 바닥 청소, 정리정돈 등 육체적 노동 강도가 높은 업무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이러한 노동이 여름철 폭염 속에서도 충분한 휴식이나 냉방 지원 없이 이뤄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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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관리사들은 기자회견에서 "에어컨이 설치돼 있어도 이용자가 사용을 허락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청소할 때는 방문을 닫고 하라고 요구하거나 선풍기 사용도 눈치가 보여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호소했다.

일부 사례에서는 이용자가 외출하면서 에어컨 리모컨을 들고 나가 냉방기 사용 자체가 불가능했던 경우도 있었다고 전해졌다. 또 "물 한 잔 마시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 "몇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일해도 잠시 앉아서 쉴 공간조차 없는 경우가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가사관리사들이 겪는 어려움은 업무 공간 안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하루에도 여러 가정을 방문하기 위해 대중교통과 도보 이동을 반복한다. 한여름에는 고객 가정에 도착하기 전부터 땀에 흠뻑 젖는 경우가 많지만, 곧바로 청소 업무를 시작해야 한다.

노조는 "가사관리사들은 이동 과정에서 이미 상당한 체력을 소모한 상태로 노동을 시작한다"며 "폭염 속에서 반복되는 이동과 육체노동은 온열질환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온열질환은 고온 환경에 장시간 노출될 때 발생하며 열탈진, 열경련, 열사병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고온 환경에서 충분한 수분 섭취와 휴식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위험성이 커진다.

노조는 현재의 서울형 가사서비스 구조가 이용자 보호에는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 보호 장치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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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현군 한국노총 전국연대노조 위원장은 "사업 초기에는 4시간이던 회당 업무시간이 3시간으로 줄어들면서 같은 시간 안에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 구조가 됐다"며 "업무 강도는 높아졌지만 노동환경 개선은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미영 가사·돌봄 유니온 부위원장도 "이용자들은 가사관리사가 집에 도착하기까지 얼마나 더운 환경에서 이동했는지 체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최소한 냉방과 휴식, 물 제공 정도는 당연한 노동환경으로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서울시에 ▲여름철 냉방 제공 의무화 ▲서비스 이용자 대상 노동인권 및 폭염 대응 교육 실시 ▲폭염 시 작업중단권 보장 ▲노동환경 실태조사 실시 등을 요구했다.

특히 가정이라는 사적 공간에서 근무하는 특성상 노동환경 관리가 어렵더라도, 서울시가 사업 운영 주체로서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서울형 가사서비스는 서울시가 설계하고 예산을 지원하는 공공사업"이라며 "폭염 대책을 업체나 이용자 개인의 판단에 맡길 것이 아니라 서울시가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