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 적자인데 스타벅스 급?… 스페이스X 등급 논란 속 자금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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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X 고평가 논란… 투자자들은 우주·AI 청사진에 베팅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 기업 스페이스X가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단행한 지 열흘 만에 채권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에 따라 주요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스페이스X에 부여한 등급이 기업의 실제 재무 상태에 비해 지나치게 후하다는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DB-Films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DB-Films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스페이스X의 회사채에 ‘Baa1’ 등급을 부여했다. 이는 전체 투자등급 10단계 중 8번째에 해당하는 등급으로 투기등급(정크본드) 경계선과는 두 단계 차이다. 이 등급은 스타벅스나 로우스(Lowe’s) 등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해 온 대형 소비재 기업들과 같은 수준이다. 또한 머스크의 또 다른 대표 기업인 테슬라(Baa3)보다도 두 단계가 높다. 다른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무디스와 동일한 ‘BBB+’를, S&P는 이보다 한 단계 낮은 ‘BBB’ 등급을 각각 책정했다.

시장에서 논란이 불거진 핵심 요인은 스페이스X의 재무 구조가 동일 등급을 받은 다른 기업들과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이다. 일례로 무디스가 약 10년 전 엔비디아에 처음 ‘Baa1’ 등급을 부여했을 당시 엔비디아는 상장 후 16년이 지난 기업으로서 연간 잉여현금흐름(FCF)이 10억 달러를 상회하는 안정적인 상태였다.

반면 스페이스X는 현재 공개된 재무제표가 매우 제한적이며 지속적인 잉여현금흐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S&P의 전망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2030년까지 현금흐름 적자 상태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현재는 순부채가 사실상 제로(0)에 가까운 상태이지만 2028년에는 차입금이 1320억 달러(약 202조 8000억 원) 규모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불과 2년여 만에 부채가 수백조 원 단위로 급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코히어런스 크레딧 스트래티지스의 최고투자책임자(CIO) 살 나로는 "주식 투자 측면에서는 향후 10~20년간 놀라운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도 "채권 측면에서는 신용평가사들이 단기 및 중기에 발생할 일들에 대해 너무 많은 재량권과 긍정적인 시각을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재무적 우려와 등급 논란에도 불구하고 스페이스X의 첫 회사채 시장에는 투자자들의 자금이 대거 몰리고 있다. 이번 회사채 발행 규모는 총 200억 달러(약 30조 7000억 원)에 달한다. 초기 시장 정보에 따르면, 스페이스X의 10년 만기 회사채 금리는 기준금리 대비 약 130~135bp(1bp=0.01%포인트) 높은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스페이스X가 이번 회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하는 자금의 1차 목적은 지난 3월 소셜미디어 엑스(X)와 인공지능 기업 xAI의 부채 차환을 위해 조달했던 브릿지론(단기 차입금)을 상환하는 것이다. 이를 정산한 후 남은 자금은 재사용 로켓 개발, 스타링크 위성망 확충, 인공지능(AI) 및 우주 데이터센터 구축 등 사업 확장에 광범위하게 투입될 예정이다.

이처럼 위험 요소를 안고도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채권 인수에 나서는 배경에는 스페이스X가 구축한 독보적인 시장 지배력과 사업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무디스는 등급 책정의 근거로 스페이스X가 2023년 이후 전 세계 궤도 발사 질량의 80% 이상을 수송한 세계 최대의 발사체 사업자라는 점을 꼽았다. 동시에 세계 최대 규모의 저궤도 위성 통신망인 '스타링크'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높이 평가했다. 스타링크의 글로벌 가입자 수는 지난 4일 기준으로 1200만 명을 돌파한 상태다.

자산운용 업계 전문가들의 시각은 기대와 신중론이 교차하고 있다. 임팩스 자산운용의 채권 부문 CIO 로스 팸필론은 현재 회사채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전하면서도 "스타링크라는 강력한 위성 사업에 xAI라는 AI 현금 소진 구조가 결합해 있는 형태"라고 분석했다. 그는 "우주 데이터센터와 글로벌 통신망이라는 청사진은 매우 매력적이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어느 정도 '믿음의 도약'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야누스 헨더슨 인베스터스의 존 로이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스페이스X의 빠른 수익화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그는 "현재 단기 설비투자의 상당 부분이 비교적 빠르게 수익을 실현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 투입되고 있다"며 "머스크가 제시한 목표의 75%만 달성하더라도 향후 신용등급이 추가로 상승해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