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키운 맨드라미 5천 송이… 함평 백호마을 '꽃길'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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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종부터 병해충 관리까지 주민 정성 듬뿍 들어간 모종 5천 본 동함평IC 인근 식재… 환경정비 병행하며 구슬땀 흘려

전남 함평군의 한 작은 마을 주민들이 이른 아침부터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서, 자신들이 직접 애지중지 키워낸 수천 송이의 꽃으로 삭막했던 도로변을 화사하게 물들였다. 단순히 관 주도의 환경 미화 사업을 넘어, 주민들 스스로가 내 고장의 얼굴을 아름답게 가꾸겠다는 성숙한 공동체 의식이 돋보인 뜻깊은 현장이었다.
■ 동함평IC 앞 붉게 물들인 주민들의 구슬땀
23일 전남 함평군에 따르면, 이날 대동면 백호마을 주민들은 동함평IC 주변 진입로와 가로화단 일대에서 대대적인 경관 개선 및 환경정비 활동을 전개했다. 동함평IC는 타지에서 함평군으로 들어오는 주요 관문이자, 지역을 찾는 방문객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이른바 ‘함평의 첫인상’과도 같은 곳이다.
백호마을 주민들은 바로 이 중요한 장소를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 이른 아침 동이 트기 무렵부터 작업복 차림으로 하나둘 모여들었다. 이들의 손에는 괭이와 모종삽, 그리고 붉고 탐스러운 자태를 뽐내는 맨드라미꽃 모종이 들려 있었다. 주민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정해진 구역에 맞춰 정성스럽게 흙을 파고 무려 5,000본에 달하는 맨드라미를 줄지어 심어 나갔다. 밋밋했던 도로변 화단은 이내 뜨거운 여름의 열정을 닮은 붉은 맨드라미 물결로 뒤덮이며, 오가는 운전자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 화사한 꽃길로 완벽하게 탈바꿈했다.
■ 씨앗 파종부터 애지중지, 남다른 의미의 꽃길
이번 백호마을의 화단 조성이 유독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이유는, 이날 심어진 5,000본의 꽃이 외부 업체나 종묘상에서 단순히 돈을 주고 사 온 완성된 모종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꽃들은 모두 백호마을 주민들의 피땀 어린 정성과 인내의 시간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결정체다.
주민들은 이번 마을 가꾸기 사업을 위해 몇 달 전부터 마을 공동 육묘장에 모여 직접 작은 맨드라미 씨앗을 파종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매일같이 육묘장에 들러 적당한 수분을 공급하고, 혹여나 여린 싹이 병충해를 입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병해충을 방제하는 등 어린아이를 돌보듯 지극정성으로 모종을 관리해 왔다. 파종부터 생육 단계 전반을 주민들이 손수 책임졌기에, 이날 화단에 옮겨 심어진 맨드라미 한 송이 한 송이에는 내 고장을 사랑하는 주민들의 진심과 봉사 정신이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 잡초 뽑고 쓰레기 줍고… 공동체 의식 빛났다
주민들의 활약은 단순히 꽃을 심는 것에만 그치지 않았다. 아름다운 꽃이 더욱 돋보이려면 주변 환경이 먼저 청결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은 주민들은, 꽃 심기 작업과 병행하여 대대적인 도로변 환경정비 정화 활동까지 자처하고 나섰다.
각자 구역을 나눈 주민들은 화단 주변에 무성하게 자라나 미관을 해치던 잡초들을 깔끔하게 제거하고, 도로변 구석구석에 남몰래 버려진 빈 병과 폐플라스틱, 영농 폐기물 등 각종 생활 쓰레기를 말끔히 수거했다. 육체적으로 고된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에는 주민들 간의 웃음꽃과 정겨운 대화가 끊이지 않았다. 이웃과 함께 땀 흘리며 마을의 대소사를 챙기던 과거 농촌 특유의 끈끈한 '품앗이' 문화와 따뜻한 공동체 의식이 현대적인 마을 가꾸기 사업을 통해 화려하게 부활한 순간이었다.
■ 윤미순 면장 "자발적 봉사가 지역 발전의 참된 원동력"
주민들의 손끝에서 생기 넘치는 공간으로 변모한 동함평IC 주변 풍경은 지역 사회에 큰 귀감이 되고 있다. 함평군 역시 주민 주도의 자치 활동이 가져온 긍정적인 변화에 깊은 감사를 표하며, 향후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작업 현장을 찾아 주민들을 격려한 윤미순 대동면장은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이른 아침부터 내 일처럼 발 벗고 나서준 백호마을 주민 여러분의 헌신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윤 면장은 “주민들이 직접 씨를 뿌리고 키운 꽃으로 우리 지역의 관문을 아름답게 가꾸는 뭉클한 모습에서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공동체의 소중한 가치와 저력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며, “주민들의 이러한 자발적인 참여와 봉사 정신이야말로 진정한 지역 발전과 농촌 부흥을 이끄는 가장 강력한 원동력인 만큼, 행정 기관에서도 앞으로 마을 가꾸기 사업을 더욱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지원하여 쾌적한 정주 환경 조성과 활력이 넘치는 농촌 공동체 형성을 돕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자신들이 나고 자란 삶의 터전을 스스로 아름답게 가꿔나가는 함평 백호마을 주민들의 조용하지만 위대한 실천이, 올여름 그들이 피워낸 맨드라미꽃보다 더 진한 향기로 지역 사회 곳곳에 퍼져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