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음식인데 한국서 못 산다…중고 마켓에서 웃돈 폭탄 붙은 '일본 한정 라면'
작성일
일본서 4배 가격에 거래되는 라면의 정체
농심이 일본 시장을 겨냥해 출시한 ‘삼계탕 사발면’이 컵라면의 고장인 일본 현지에서 흥행에 성공한 데 이어,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폭발적인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일본 한정 상품이라는 희소성과 독특한 맛이 주목받으면서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와 중고거래 플랫폼을 중심으로 역직구 대란이 일어나는 모습이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농심 일본법인은 이달 초 일본 전역의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대형마트를 통해 삼계탕 사발면 판매를 시작했다. 일본 현지 판매 가격은 188엔에서 192.24엔(약 1770원~1821원) 선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정식 판매되지 않아 일본 여행객들의 구매 후기와 시식 영상이 SNS를 통해 확산됐고, 이는 오히려 국내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했다. 실제 일부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현지 가격의 4배가 넘는 개당 7000~8000원 수준에 거래되거나 공동구매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컵라면 왕국 일본 사로잡은 ‘매운맛 0%’
삼계탕 사발면이 라면 종주국인 일본에서 까다로운 현지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은 ‘매운맛 0%’라는 역발상 전략에 있다. 그동안 해외 시장에서 K푸드는 주로 강렬한 매운맛을 무기로 삼았으나, 농심 연구진은 삼계탕·곰탕·부대찌개 등 한국인이 일상적으로 즐기는 담백하고 깊은 국물 요리로 승부수를 띄웠다.

제품이 최종 출시되기까지는 약 1년 6개월의 개발 기간이 소요됐다. 스프 개발을 맡은 박세빈 스프개발3팀 주임(26)과 면 개발을 맡은 박동윤 면개발팀 주임(29) 등 연구진은 배합비를 조금씩 달리한 시제품만 30여 종을 만들며 최적의 조합을 찾아갔다. 개발 기간 동안 연구원들이 시식한 컵라면만 어림잡아 500개가 넘는다. 부대찌개나 곰탕은 참고할 만한 기존 제품이 있었지만 삼계탕은 완전히 처음부터 맛의 방향을 잡아야 해 난도가 높았다.
특히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자연스러운 인삼향의 구현이다. 인삼향이 너무 강하면 일본 소비자들에게 거부감을 주거나 인위적인 ‘홍삼캔디’처럼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국내 유명 삼계탕집 10여 곳을 직접 찾아다니며 국물 맛을 분석했고, 인삼 함량을 0.1% 단위로 미세하게 조정하는 수백 차례의 시식 끝에 거부감 없는 조화로운 지점을 찾아냈다. 제품을 생산하는 날에는 삼향이 공장 가득 퍼질 정도로 깊은 풍미를 완성했다.
건더기와 면발에도 철저한 계산이 들어갔다. 상온 보관해야 하는 컵라면의 특성과 삼계탕 고유의 특성을 고려해 대체육을 활용함으로써 닭고기 특유의 식감과 풍미를 살렸다. 또한 국물이 면에 잘 묻어 함께 따라올 수 있도록 면발을 기존 사발면보다 조금 더 굵고 납작하게 뽑아내 완성도를 높였다. 농심 연구소는 평소에도 별도의 미각 트레이닝실을 운영하며 평가단의 미각과 표현력을 예리하게 유지하는 훈련을 지속해온 것이 밑바탕이 됐다.
"안 파니까 더 사고 싶다"… 국내 소비자가 키운 '역 한정판 효과'
제품의 완성도가 일본 현지에서 닭 육수 기반의 익숙하면서도 신선한 라면으로 받아들여지며 자리를 잡자, 국내에서는 도리어 “한국 회사가 만든 한국 음식인데 왜 국내에선 못 사느냐”, “일본 출시 전에 국내부터 판매해야 했던 것 아니냐”는 불만 섞인 관심이 쏟아졌다.
업계에서는 이를 ‘역 한정판 효과’로 분석한다. 원래 해외 시장 공략을 목적으로 개발된 제품이 SNS와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되면서, 국내 소비자들에게 ‘구하기 힘든 희귀 아이템’이라는 심리적 자극을 주어 구매 욕구를 폭발시켰다는 의미다. 과거 일본 한정 포카리스웨트 맛 음료나 해외 전용 과자, 스타벅스의 해외 지역 한정 MD 상품들이 국내에서 매번 화제가 됐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처럼 국내외에서 삼계탕 사발면을 향한 관심이 뜨겁지만, 현재까지 농심 측은 국내 출시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번 제품은 국내 시판 목적보다는 일본 시장에서 한국식 보양식인 삼계탕의 대중성과 글로벌 가능성을 시험해보는 성격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농심 개발진은 신제품을 즐길 때 물의 양과 조리 시간 등 개발자가 계산해 둔 조리예 그대로 먹는 ‘순정’ 방식을 추천하며, 향후 해외에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의 다양한 지역별 향토 요리를 간편식으로 구현해 세계 시장에 계속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