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곁으로 갔다..." 특별전형 없이 교사 꿈꾸던 세월호 생존자 사망

작성일

12년이 지나도 끝나지 않은 아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2년이 흘렀지만 당시의 상처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 가운데 한 명이 세상을 떠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참사 이후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생존자들의 고통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경근 전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를 통해 생존 학생 A씨의 부고를 전했다. 그는 “결국 ○○가 안산하늘공원 친구들 곁으로 갔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밝혔다. 이어 “희생자와 유가족뿐 아니라 생존 학생들과 민간잠수사들 역시 같은 피해자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한 유 전 위원장은 생존 학생들이 오랜 시간 감당해 온 심리적 부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먼저 간 친구들 몫까지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생존 학생들은 자신만 살아남았다는 이유로 깊은 죄책감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고, 일상을 살아가는 것 자체가 버거운 경우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16일 전남 목포신항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2주기 목포기억식에서 추모객들이 날린 노란 종이비행기가 놓여있다.(공동취재) 2026.4.16/뉴스1
16일 전남 목포신항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2주기 목포기억식에서 추모객들이 날린 노란 종이비행기가 놓여있다.(공동취재) 2026.4.16/뉴스1

이어 “떠나간 학생을 보며 지금도 숨어서 아파하고 있을 생존 학생들이 떠올라 마음이 무겁다”며 참사 이후에도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던 생존자들의 아픔에 사회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인은 2014년 4월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구조된 생존 학생 172명 가운데 한 명으로 알려졌다. 참사 이후 희생된 친구들을 떠올리며 힘겨운 시간을 보냈던 것으로 전해진다. 유가족 역시 과거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고 이후 자녀가 심리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아버지는 딸이 주변 사람들의 응원과 도움 속에서 조금씩 일상을 회복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후 고인은 교사의 꿈을 품고 대학 진학을 준비했으며, 스스로의 힘으로 수능에 도전하는 모습이 알려져 많은 이들의 응원을 받기도 했다. 특히 세월호 특별전형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실력으로 진학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며 교육자의 꿈을 키워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소식은 세월호 참사가 단순히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대형 재난 생존자들은 사고 이후 수년, 길게는 수십 년 동안 심리적 후유증을 경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다. PTSD는 생명을 위협받는 사건을 경험한 뒤 반복적인 악몽, 사고 장면의 재경험, 불안, 우울감, 수면장애, 대인관계 어려움 등의 증상이 장기간 지속되는 질환이다.

16일 전남 목포신항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2주기 목포기억식에서 추모객들이 헌화하고 있다.(공동취재) 2026.4.16/뉴스1
16일 전남 목포신항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2주기 목포기억식에서 추모객들이 헌화하고 있다.(공동취재) 2026.4.16/뉴스1

특히 세월호 생존 학생들의 경우 친구와 교사들이 눈앞에서 희생되는 상황을 직접 경험했다는 점에서 심리적 충격이 매우 컸던 것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생존자들이 겪는 이른바 ‘생존자 죄책감(Survivor's Guilt)’ 역시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는 자신은 살아남았지만 다른 사람은 희생됐다는 사실 때문에 죄책감과 자책을 반복하는 심리 상태를 의미한다.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대형 재난 생존자들은 사고 발생 수년 후에도 우울증, 불안장애, PTSD 위험이 일반인보다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단순한 초기 치료뿐 아니라 장기적인 정신건강 관리와 사회적 지원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한편 세월호 참사는 2014년 4월 16일 전남 진도 해상에서 발생했다.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하면서 승객 304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이 가운데 수학여행을 떠났던 단원고등학교 학생 250명과 교사 11명도 희생됐다. 구조된 생존자는 172명이었다.

세월호 참사 12주기인 16일 전남 목포 신항에 세월호 선체가 거치돼 있다.(공동취재) 2026.4.16/뉴스1
세월호 참사 12주기인 16일 전남 목포 신항에 세월호 선체가 거치돼 있다.(공동취재) 2026.4.16/뉴스1

1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이번 소식은 재난이 남기는 상처가 결코 사고 당일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우고 있다. 생존자와 유가족, 구조 활동에 참여했던 이들까지 여전히 긴 시간을 견디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의 필요성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 우울감이나 극심한 심리적 어려움으로 도움이 필요한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를 통해 24시간 전문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