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매달리다 피폐"…금감원장이 직접 우려한 '이 투자'
작성일
36.9% 낙폭 충격...레버리지 ETF 투자자들 큰손실 입는 이유
증권사만 배부르는 구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함정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열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해당 상품의 위험성을 다시 한번 강하게 경고했다.
단기간에 투자금이 폭증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투자자보다 증권사만 막대한 수수료 수익을 얻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원장은 “하루 종일 시세에 매달리게 만드는 상품”이라며 투자자들의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최근 투자 과열 양상이 계속되자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추가적인 안정화 대책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장은 22일 열린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해 “매매수수료로 증권사 배만 불리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투자자들이 하루 종일 가격 변동을 지켜보며 피폐해지는 상품이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 든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최근 소비자 경보를 발령했음에도 투자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 과열이 지속될 경우 가계 자산에도 적지 않은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지난 19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와 관련한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지난달 새롭게 상장된 이후 불과 12거래일 만에 시가총액이 약 4조5000억 원에서 9조6000억 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거래 규모도 빠르게 확대됐다. 하지만 상품 특성상 일반 ETF보다 손실 위험이 훨씬 크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이어진 하락장에서는 관련 상품들의 평균 최대 낙폭이 36.9%에 달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단기간에 큰 수익을 기대하고 진입했지만, 반대로 큰 손실을 경험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레버리지 상품은 기초자산 변동폭을 확대해 반영하는 구조여서 방향을 잘못 예측할 경우 손실도 배가된다. 특히 단기 매매가 반복될수록 투자 성과가 기대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위험 요소로 꼽힌다.
이 원장은 최근 국내 증시에서 ETF가 시장 변동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증시 변동성도 ETF가 끌고 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TF 거래가 지나치게 활성화되면서 오히려 개별 종목의 주가 움직임에 영향을 미치는 역전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는 시장 안정성 측면에서도 우려할 만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증권사들이 거액의 수수료 수익을 거두고 있는 점을 강하게 문제 삼았다. 매매회전율을 고려하면 관련 상품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규모가 적게는 5조 원, 많게는 10조 원을 넘길 수 있다는 추산도 내놨다. 그는 “도박판에서 뽀찌를 뜯는 사람이 가장 돈을 많이 버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고 비유했다. 이어 “정작 플레이어들은 실익이 없고 장을 운영하는 시스템만 이익을 보는 구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원장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과정에 대한 아쉬움도 털어놨다. 그는 “당시 어떻게든 드러누워서 막았어야 했던 것은 아닌지 개인적으로 반성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해당 상품은 해외 시장에 상장된 유사 상품으로 자금이 빠져나가는 현상을 막고 원화 유출을 줄이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기대했던 환율 안정 효과는 크지 않았고 부작용이 예상보다 크게 나타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대기업 사내대출 문제도 언급됐다. 최근 일부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저금리 주택자금을 지원하면서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공익적 측면에서 일정 수준의 규제가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도와 연계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미래에셋증권의 스페이스X 공모주 미배정 논란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금감원의 관심은 투자자 보호 절차가 제대로 지켜졌는지 여부”라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관련 자료까지 직접 검토했다며 해당 사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현재 전문투자자 등록과 운영 절차 전반에 문제가 없었는지 조사 중이다.
이 원장은 최근 금융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중·고등학생 사이에서 불법 사금융과 도박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드라마 ‘참교육’이 현실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직업군인 가운데 약 6000명이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조정 대상에 포함돼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금융교육이 더 이상 부수적인 영역이 아니라 사회적 핵심 과제가 됐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감원 지방 이전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일반 시민의 시각에서도 금감원이 감독 현장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가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금융회사와 감독 대상 기관이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의 지방 이전 논의는 당분간 동력을 얻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해 연일 경고음을 내고 있지만 시장의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다만 금융 전문가들은 높은 수익률만 보고 접근할 경우 예상보다 훨씬 큰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처럼 변동성이 큰 대형 기술주를 기반으로 한 레버리지 상품은 투자 난도가 높은 만큼 상품 구조와 위험성을 충분히 이해한 뒤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