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군사분계선 '80m'까지 내려와...국방부 "예상보다 빠른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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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MDL 근처 철조망 설치, DMZ 완충지대 기능 상실 우려
정전협정 위반하는 북한의 '국경선 요새화', 한반도 긴장 고조

북한이 군사분계선(MDL) 바로 인근까지 철조망을 설치하고 지뢰 매설을 위한 불모화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무장지대(DMZ)의 성격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군 당국은 북한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최전방 요새화 작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보고 관련 동향을 면밀히 추적 중이다.

21일 중앙일보 단독보도에 따르면 북한군은 MDL 북측 100m 이내 구간 곳곳에 철조망을 설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구간에서는 군사분계선과의 거리가 80~90m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부·중부·동부 전선 전반에 걸쳐 이 같은 사례가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2024년부터 남북을 적대적 국가 관계로 규정하는 정책 기조에 따라 이른바 '국경선 요새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철조망 설치와 지뢰 매설, 전술도로 건설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특히 최근에는 지뢰 매설을 위한 사전 작업인 불모화 작업이 MDL에서 불과 수m 떨어진 지역까지 확대된 것으로 전해졌다.

진영승 합참의장이 27일 육군 1사단 GP를 찾아 대비태세를 점검하고 있다.(합참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5.11.27/뉴스1
진영승 합참의장이 27일 육군 1사단 GP를 찾아 대비태세를 점검하고 있다.(합참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5.11.27/뉴스1

군은 현재 북한이 MDL 전체 약 250㎞ 구간 가운데 상당 부분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전술도로는 약 70㎞, 철조망은 약 90㎞가량 설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보다 투입 인력도 크게 늘어 올해 상반기에만 5000여 명이 관련 작업에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철조망과 전술도로를 구축하는 것 자체보다 향후 그 뒤에 경계초소와 병력을 전진 배치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철조망 뒤편으로 차량 이동이 가능한 전술도로가 완성되면 북한군은 보다 쉽게 MDL 인근까지 접근해 경계 활동을 펼칠 수 있게 된다. 이는 비무장지대 내 군사 활동 반경을 사실상 남쪽으로 확장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또 다른 우려는 군사분계선에 대한 인식 차이다. 정전협정 체제 아래에서도 남북과 유엔군사령부가 세부적인 MDL 위치를 일부 다르게 해석하는 구간이 존재하는데, 북한이 자체적으로 판단한 위치를 기준으로 철조망을 설치할 경우 시간이 흐르면서 이를 되돌리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비무장지대가 본래의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DMZ는 1953년 정전협정 체결 당시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된 완충지대다.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남북 각각 2㎞씩 총 4㎞ 폭으로 설정됐으며, 이름 그대로 중화기와 군사시설 배치를 제한하는 것이 기본 취지였다.

하지만 북한이 철조망과 전술도로를 구축하고, 지뢰지대를 확대하며, 경계시설을 전진 배치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DMZ 북측 지역 상당 부분이 사실상 군사시설 지역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정전협정 체제 아래 유지돼 온 비무장지대의 성격과도 배치되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북한의 절반이 넘는 가정에서 배설물 처리 등 잘못된 위생 관리로 설사를 유발하고 영양실조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보고가 나온 가운데 19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전망대에서 바라본 북녘 황해북도 개풍군 마을 북한군 초소 위 감시카메라가 기존 대비 신형으로 교체되어 있다. 2025.3.19/뉴스1
북한의 절반이 넘는 가정에서 배설물 처리 등 잘못된 위생 관리로 설사를 유발하고 영양실조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보고가 나온 가운데 19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전망대에서 바라본 북녘 황해북도 개풍군 마을 북한군 초소 위 감시카메라가 기존 대비 신형으로 교체되어 있다. 2025.3.19/뉴스1

실제로 북한은 최근 수년간 남북 연결도로와 철도를 단절하고, 군사분계선 일대에 대전차 장애물을 설치하는 등 대남 차단 조치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다. 여기에 최전방 요새화 사업까지 속도를 내면서 남북 간 군사적 완충 장치가 점차 약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역시 최근 군 지휘관 회의에서 최전방 부대의 방어력을 강화하고 남부 국경을 "난공불락의 요새"로 만들 것을 강조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여기서 언급된 '요새화'가 단순한 경계시설 보강을 넘어 실질적인 무장 강화까지 포함하는 개념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다만 우리 군은 북한군의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있으며 군사적 대비 태세에는 이상이 없다는 입장이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군의 최전방 공사 동향을 면밀히 추적하고 있으며 어떠한 도발에도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6일 '세계를 앞서나가려는 우리 인민의 애국적 열정을 배가해주는 긍지스럽고 고무적인 창조물인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준공식이 6월 24일에 성대히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행사에는 리설주 여사와 딸 주애가 동행했다. /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6일 "세계를 앞서나가려는 우리 인민의 애국적 열정을 배가해주는 긍지스럽고 고무적인 창조물인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준공식이 6월 24일에 성대히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행사에는 리설주 여사와 딸 주애가 동행했다. / 평양 노동신문=뉴스1

MDL과 DMZ는 무엇이 다른가

MDL은 1953년 7월 27일 체결된 정전협정에 따라 설정된 실제 남북 간 경계선이다. 흔히 지도에서 보이는 남북 경계선이 바로 군사분계선이다. 길이는 약 248㎞에 달하며 서해부터 동해까지 한반도를 가로지른다.

반면 DMZ는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남북 각각 2㎞씩 설정된 완충지대를 의미한다. 따라서 DMZ 전체 폭은 약 4㎞다. 정전협정은 이 지역에서 군사시설 건설과 무장 병력 배치를 엄격히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최근 북한이 철조망과 지뢰지대, 전술도로를 MDL 인근까지 확대 설치하면서 DMZ 북측 지역의 비무장 원칙이 사실상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움직임이 지속될 경우 비무장지대가 완충지대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워지고 우발적 군사 충돌 위험도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