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친구들...” 폐업 앞둔 문방구 사장 글에 울컥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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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명 단골 아이들 이름 적은 손글씨 작별 인사 화제
전국 문구점 4000곳 수준으로 감소…추억의 공간도 사라진다
"민찬이, 서원이, 준서, 성원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상가의 한 오래된 문방구가 문을 닫으며 남긴 마지막 인사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사장은 단골이었던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적어 내려가며 "오랜 시간 너희들이 많이 그리울 것"이라고 적었다. 학교 앞 풍경의 일부였던 동네 문방구가 또 하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사랑하는 어린이 친구들, 고마웠습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은마아파트 상가 문방구 사장님이 마지막으로 남긴 글'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확산됐다.
공개된 사진에는 문방구 유리창에 붙은 자필 편지가 담겼다. 사장은 "사랑하는 어린이 친구들, 그리고 수많은 고객님! 그동안 참 고마웠습니다"라며 "비록 문은 닫지만 여러분의 멋진 앞날을 멀리서 응원하겠습니다. 모두들 건강하게 잘 지내세요. 사랑합니다"라고 적었다.
특히 두 번째 편지에는 '내가 참 좋아했던 친구들'이라는 제목 아래 단골 어린이들의 이름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민찬이, 서원이, 준서, 성원이, 정한이, 정환이, 예준이, 민서, 태준이, 태현이 등 20명 안팎의 아이들 이름이 적혔고, 사장은 "더 많은 친구들의 얼굴은 기억나지만 시간이 지나 이름들이 가물가물하다"며 "항상 응원 많이 할 테니 파이팅"이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게시물을 본 누리꾼들은 "사장님이 아이들을 얼마나 아꼈는지 느껴진다", "어린 시절 문방구 추억이 떠올라 울컥했다", "이제 이런 풍경을 보기 힘들어졌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7년 새 60% 넘게 사라진 동네 문방구
은마상가 문방구의 폐업은 단순히 한 가게의 영업 종료로만 볼 수 없는 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전국의 동네 문구점은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한국문구공업협동조합, 한국문구유통업협동조합, 한국문구인연합회 등 문구 3단체에 따르면 국내 문구 소매점은 2018년 약 1만 곳에서 올해 4000곳 이하로 감소했다. 업계는 최근 7년 사이 문구점 수가 6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온라인 문구·사무용품 거래액은 2017년 7329억원에서 지난해 2조 327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소비자들은 더 저렴한 가격과 편리한 배송 서비스를 찾아 온라인 쇼핑몰이나 대형 생활용품점으로 이동했고 동네 문방구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졌다.
여기에 저출산 영향도 겹쳤다. 교육부 자료를 보면 올해 초등학생 수는 234만여 명으로 10년 전보다 크게 감소했다. 문구점의 주요 고객층인 학생 수 자체가 줄어든 것이다.
단순한 가게가 아닌 '추억의 공간'

과거 학교 앞 문방구는 단순히 연필과 공책을 파는 장소를 넘어 친구들과 모여 군것질을 하고 장난감을 구경하고 새 학기 필통과 노트를 고르던 공간이었다.
불량식품과 딱지, 스티커, 미니 게임기와 학용품이 뒤섞인 문방구는 많은 이들의 학창 시절 추억 속에 남아 있다. 신학기를 앞두고 새 공책 냄새를 맡으며 설렜던 기억 역시 세대를 초월해 공유되는 경험이다.
현재는 대형 문구 프랜차이즈와 팬시숍, 무인 문구점 등이 그 자리를 일부 대신하고 있지만 동네 아이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안부를 묻던 문방구만의 정서까지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
은마상가 문방구 사장이 남긴 마지막 편지는 폐업 소식과 함께 동네 문방구가 지닌 의미를 다시 떠올리게 했다. 단골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적은 손편지가 공개되면서 문방구를 둘러싼 추억과 지역 상권의 변화에 대한 관심도 함께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