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하러 한국 다녀올게… 1인당 320만 원씩 펑펑 쓰는 '이 관광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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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 투어 버스 사라지고 '이색 큰손' 몰려온 내막

정부가 중국인 방한 복수비자 발급 요건을 전격 완화함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가 중국 시장을 겨냥한 이른바 ‘틈새 마케팅’ 전략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했다.

무비자 입국과 중일 항공편 취소 여파 등으로 유커(중국인 관광객)가 늘고 있는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 뉴스1
무비자 입국과 중일 항공편 취소 여파 등으로 유커(중국인 관광객)가 늘고 있는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 뉴스1

과거의 단체 관광 상품 유치를 통한 단발성 양적 팽창 위주에서 벗어나, 대도시의 고소득층 및 1인 가구의 지출 특성을 조준한 ‘가깝고 빈번한 일상형 여행’으로 관광 패러다임을 대대적으로 전환하겠다는 포석이다. 특히 최근 열린 한중 항공회담의 결과로 양국을 오가는 여객 운수권이 7년 만에 주 664회 규모로 대폭 늘어나 교통 편의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된 점이 이 같은 정책 추진의 든든한 발판이 됐다.

비자 장벽 낮추자 신청률 80% 폭증… 고부가가치 개별 관광객 '싼커'의 귀환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3월 30일부터 시행된 비자 규제 완화의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중국 선전 현지에서 ‘한중 관광교류 특별주간’을 개최하고 밀착 판촉 활동을 벌지고 있다. 앞서 개정된 비자 제도에 따르면, 기존에 한국 방문 이력이 있는 중국인에게는 5년, 베이징과 상하이를 비롯한 14개 주요 대도시 거주자에게는 최대 10년간 자유로운 입출국이 허용되는 복수비자가 발급된다. 제도 개편의 효과는 시장에서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조치 적용된 지난 4월 주중 한국비자신청센터의 일반관광 복수비자 발급 건수는 한 달 전보다 약 10% 증가했으며, 중국의 대형 온라인 여행 플랫폼인 씨트립 내 비자 신청 건수는 무려 80%가량 폭증하며 방한 여행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크게 낮아졌음을 증명했다.

서울 중구 신라면세점 서울점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면세점을 둘러보고 있다.  / 뉴스1
서울 중구 신라면세점 서울점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면세점을 둘러보고 있다. / 뉴스1

당국이 이처럼 대도시 기반의 개별 관광객, 즉 ‘싼커’ 유치에 전력을 기울이는 배경에는 이들의 압도적인 경제력이 자리 잡고 있다. 인천연구원 등 업계의 최근 조사 자료를 보면, 한국을 찾는 중국인 개별 여행객의 1인당 평균 지출액은 2,366.1달러(한화 약 320만 원)로 단체 관광객의 평균 지출액인 1,534.3달러와 비교해 1.5배 이상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문체부는 단순한 명소 순례형 관광으로는 이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 없다고 판단하고, 중국 현지 대형 온라인 여행사인 페이주, 취날 등과 협력해 세분화된 맞춤형 체험 상품을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을 취했다.

'시티워크'와 'K-체험'… 한국 본토 트렌드 소비하는 중국 2030 세대

특히 최근 한국을 찾는 중국의 2030 젊은 세대들은 과거 세대와 완전히 다른 여행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중국의 대표적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샤오홍슈나 도인을 통해 한국의 최신 트렌드를 실시간으로 접한다. 단순히 유명 면세점을 돌며 물건을 대량 구매하는 인바운드 쇼핑 투어 대신, 서울의 성수동이나 한남동 같은 핫플레이스 골목길을 구석구석 걷는 '시티워크'를 즐기며 현지인처럼 소비하는 성향이 짙다. 더불어 자신의 개성을 찾기 위한 퍼스널 컬러 진단, 메이크업 오버, 스튜디오 프로필 촬영, 최신 K-팝 안무 원데이 클래스 수강 등 오직 한국 본토에서만 깊이 있게 경험할 수 있는 독창적인 체험형 콘텐츠에 아낌없이 지갑을 열고 있다. 비행기로 2시간 안팎이면 도달할 수 있는 지리적 인접성 덕분에 이들에게 한국은 거창한 해외여행이 아닌, 트렌디한 문화를 소비하러 오는 주말 나들이 공간으로 인식되는 추세다.

'덕질'과 '정기 뷰티 케어'의 결합… 단기 반복 방문 유도하는 '락인 효과'

이러한 흐름에 맞춰 문체부는 소득 수준이 높고 한류 문화에 몰입도가 높은 대도시 2030 여성층의 싱글 여행 트렌드를 선점하기 위해 콘서트, 팬미팅, 뮤지컬 관람 등 이른바 ‘덕질 관광’ 마케팅을 집중적으로 강화했다.

이와 더불어 일회성 소비에 그치기 쉬운 쇼핑을 넘어 피부과 시술이나 헤어 스타일링, 네일 케어처럼 정기적인 관리가 필수적인 미용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상품화했다. 이를 통해 주말을 이용해 한국을 주기적으로 재방문하도록 만드는 ‘락인(Lock-in) 효과’를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면세 및 뷰티 업계 관계자들 역시 주말 단기 방문객의 경우 체류 기간 자체는 짧지만, 명품이나 프리미엄 K-뷰티 신제품을 명확한 목적으로 두고 구매하는 경향이 강해 실질적인 객단가 제고를 이끄는 핵심 주축이라고 분석했다.

지방 공항 연계 노선으로 분산 유도

이번 대책의 또 다른 핵심 목표는 수도권에만 기형적으로 집중되던 중국인 관광객의 동선을 지방으로 분산시켜 지역 관광의 자행력을 높이는 것이다. 정부는 김해, 대구, 청주, 양양 등 각 지방 국제공항 노선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국토교통부가 항공회담을 거쳐 부산과 청주 등에서 중국 광저우, 선전 등 10개 주요 도시로 향하는 지방 전용 운수권을 주 14회 추가로 확보하면서 제도적 기반도 갖춰졌다. 문체부는 현지 플랫폼인 취날에서 복수비자 정보를 검색하는 사용자에게 주말 단거리 여행 및 지방 1일 투어 맞춤형 항공권과 숙박권, 주요 관광지 입장권 할인 혜택을 곧바로 매칭해 제공함으로써 자연스러운 지방 행을 유도할 계획이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이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 뉴스1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이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 뉴스1

그러나 이러한 청사진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도 만만치 않다는 의견이 학계와 현장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된다. 지방 국제공항의 중국 노선 편수가 점진적으로 확대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정작 개별 관광객 수요가 집중되는 주말 시간대의 슬롯(운항 시각) 확보가 여전히 바늘구멍인 데다, 수도권과 비교했을 때 대중교통 연계망 및 다국어 안내 인프라가 크게 미흡하기 때문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계자는 복수비자 요건 완화라는 정책적 마중물이 실질적인 지방 경제 활성화로 연결되려면 단순한 할인 프로모션을 넘어 각 지역의 고유한 매력을 담은 시그니처 로컬 콘텐츠 개발과 스마트 관광 인프라 확충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체부 관계자 역시 현장의 우려를 인지하고 있다며, 비자 완화 조치가 가시적인 방한 관광 실적과 지역 상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소비 트렌드 변화와 수용 태세를 면밀히 점검하며 정밀한 타깃 마케팅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