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와 비난에도 흔들림 없이… 한국 축구 레전드 차범근이 강조한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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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평가보다 중요한 것
월드컵을 비롯한 큰 무대에 나서는 선수들에게 경기만큼이나 부담스러운 것은 쏟아지는 관심과 평가다. 한 경기의 결과에 따라 영웅이 되기도 하고 비판의 중심에 서기도 한다. 특히 주목도가 높은 선수일수록 대중의 기대와 시선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그럴수록 필요한 것은 외부의 평가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경기에 집중하는 태도다. ‘한국 축구의 레전드’ 차범근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오랜 시간 후배 선수들에게 강조해 온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주변의 박수와 비난에 일희일비하기보다 결국 경기장에서 실력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신의 중심을 지켜온 그가 몸소 보여준 태도이기도 하다.

관중석의 환호와 야유에 매번 마음이 흔들리는 선수는 90분 동안 준비한 플레이를 온전히 펼치기 어렵다. 감정의 기복이 커질수록 집중력은 흐트러지고, 작은 흔들림은 판단 착오와 실수로 이어질 수 있다.
외부 반응에 흔들릴수록 커지는 피로감
선수가 경기 결과와 플레이로 평가받는다면, 현대인 역시 일상에서 업무 성과나 인간관계, 각종 결과를 통해 타인의 평가를 받는다. 소셜미디어, 메신저, 성적표, 업무 평가 등 일상 곳곳에서 비교와 피드백이 이어진다. 직장인은 상사의 칭찬에 힘을 얻다가도 작은 지적에 집중력이 흔들리기도 한다. 동료의 성과와 자신의 결과를 비교하며 조급함을 느끼고, 자신의 부족한 점에 지나치게 집중하기도 한다.

평가를 지나치게 의식하면 중요한 일의 본질을 놓치기 쉽다. 좋은 결과물을 만드는 일보다 ‘어떻게 보일지’에 더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되고, 필요한 개선보다 겉으로 드러나는 반응에 민감해진다. 조직 안에서 자신의 위치가 불안하게 느껴질수록 작은 말 한마디에도 많은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학생도 크게 다르지 않다. 모의고사 성적이 조금 오르면 안도하지만, 예상보다 낮은 점수를 받으면 공부 의욕이 떨어질 수 있다. 친구들의 진도와 성적을 보며 불안해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보완보다 남들이 푸는 문제집이나 공부법을 따라가느라 시간을 쓰기도 한다. 공부의 중심이 ‘내가 무엇을 익혀야 하는가’에서 ‘남보다 뒤처지지 않았는가’로 옮겨가면 자신의 페이스를 지키기 어려워진다.
평가를 받아들이는 균형 잡힌 태도
그렇다고 타인의 평가를 모두 흘려들을 필요는 없다. 칭찬이나 비판에 담긴 감정과 별개로, 그 안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외부의 반응은 상황에 따라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지금 나를 좋게 평가하는 사람이 나중에는 부족한 점을 지적할 수 있고, 당장은 불편하게 들리는 말도 시간이 지나면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타인의 평가는 나의 존재 가치를 결정하는 최종 판정이 아니라, 현재 상태를 점검하는 참고 자료로 받아들이는 편이 좋다. 직장에서 업무 피드백을 받을 때도 상사의 어투나 감정에만 반응하기보다 그 안에 담긴 개선점을 살펴볼 수 있다. 기획서의 논리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면 다음 작업에서 근거 자료를 보강하고, 전달 방식이 미흡했다면 구조와 핵심 메시지를 다시 정리하면 된다.
누군가 더 좋은 결과를 냈다는 사실이 곧 나의 실패를 뜻하지는 않는다. 그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준비했는지, 어떤 자료를 활용했는지 객관적으로 살펴보면 자신의 방식을 다듬을 수 있다. 다른 사람의 결과를 그대로 따라가기보다, 배울 점은 받아들이면서 나만의 기준을 세워가는 것이다.

남들의 기준이 아닌 '내 축구'를 하는 법
그 기준을 세우려면 먼저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남들이 좋다고 말하는 직무나 유망하다고 평가받는 분야, 많은 사람이 선택하는 길만 따라가다 보면 정작 자신에게 맞는 방향을 놓치기 쉽다. 이는 다른 선수의 전술에 끌려다니다 자신의 포지션을 잃는 상황과 비슷하다.

나만의 기준을 세우기 위해서는 통제할 수 있는 일과 통제하기 어려운 일을 구분해야 한다. 평가 결과, 상대의 반응, 조직의 분위기, 주변의 시선은 개인이 마음대로 바꾸기 어렵다. 반면 오늘 맡은 일의 완성도, 집중해서 써야 할 시간, 일을 대하는 태도는 스스로 다룰 수 있는 영역이다. 통제하기 어려운 외부 요인에 마음을 빼앗기기보다 지금 내가 해낼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중심을 지키는 방법이다.
직장인에게 ‘내 축구’는 자신의 역할을 정확히 이해하고 결과물의 완성도를 높이는 일일 수 있다. 남보다 빨리 가는 것보다 자신에게 필요한 방향으로 가는 것이 더 중요할 때가 많다.
아집이 아닌 중심을 지키는 법
하지만 나만의 기준을 지키는 것과 타인의 의견을 차단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일이다. 흔들리지 않겠다는 다짐이 지나치면 중심이 아닌 아집이 되기 쉽다. 모든 조언과 비판을 외면하면 성장의 기회까지 놓칠 수 있다. 내 기준을 지키면서도 주변의 말을 받아들이는 균형이 필요하다.

직장에서도 조직의 목표와 협업의 흐름을 이해해야 한다. 자신만의 업무 방식이 있다는 이유로 팀의 방향과 맞지 않는 선택을 반복하거나 필요한 피드백을 외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어떤 일을 하든 자신의 방식이 현재 상황에 맞는지, 더 나은 방법은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
비판뿐만 아니라 칭찬을 대하는 마음가짐도 마찬가지다.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해서 평소의 루틴을 무너뜨리거나 한 번의 성과에 만족해 다음 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성취는 기쁘게 받아들이되,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해야 할 일을 담담히 이어가면 된다.
고민보다 실행으로 중심 잡기
불안이 커질수록 머릿속 생각은 복잡해진다. 그러나 생각만으로 현실이 바뀌지는 않는다. 결국 중요한 것은 생각에 머물지 않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선수에게 경기장이 증명의 무대라면, 일상에서는 각자가 맡은 일과 결과물이 그 역할을 한다.

멘탈이 흔들리는 날에는 해야 할 일을 작은 단위로 나누고 하나씩 실행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큰 결과물을 한 번에 완성하려 하기보다 지금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하면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외부의 반응은 통제하기 어렵지만, 내가 어떤 행동을 할지는 선택할 수 있다. 박수와 비난에 마음을 빼앗기기보다 자신의 자리에서 할 일을 이어가는 것. 멘탈 관리는 특별한 비법보다 이처럼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태도에 가깝다. 결국 자신을 증명하는 곳은 관중석이 아니라 각자가 서 있는 자기만의 그라운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