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돼지고기 다 아니다…제주도서 3890억 원어치 팔린 '의외의 1위'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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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제주 경제를 떠받친 1등 공신의 정체는?
올해 제주 경제를 떠받친 1등 공신의 정체가 드러났다. 흔히 제주 하면 감귤이나 흑돼지 같은 1차 산업을 먼저 떠올리지만, 실제 수출 현장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낸 상품은 바로 작은 칩, 반도체였다.

18일 제주특별자치도 발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제주 반도체 수출액은 2억 5537만 달러로 나타났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3890억 원에 달하는 규모다. 작년 같은 기간 수출액이 5276만 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1년 사이 3.8배 넘게 뛴 셈이다.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수요가 폭발한 흐름과 맞물려 제주에서도 유례없는 증가세가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품목별 비중을 따져봐도 반도체의 위상은 확연히 드러난다. 제주 전체 수출액 가운데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72%에 이른다. 도내 수출을 이끄는 사실상 단일 주력 산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다.
이 같은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제주는 한 해의 절반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지난해 연간 수출 실적을 이미 넘어섰다. 올해 5월까지 제주의 누적 수출액은 3억 5478만 달러로, 작년 한 해 전체 수출액이었던 3억 4039만 달러를 가뿐히 뛰어넘었다. 최근 5년을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이기도 하다.
월별 흐름을 살펴보면 상승세가 꾸준히 이어졌음을 알 수 있다. 1월 수출액은 7312만 달러로 전년 동월(1720만 달러)보다 4.2배 넘게 늘었고, 당시 기준으로 역대 최고 월간 수출액을 새로 썼다. 이후 2월에는 4172만 달러를 기록했고, 4월에는 1억 1209만 달러로 사상 처음 월 1억 달러 고지를 넘어섰다. 5월에도 6432만 달러를 보태며 상승 곡선을 그렸다.
반도체 수출이 집중된 4월 한 달 실적만 보면 8187만 달러에 달한다. 이 물량을 받아간 주요 국가는 홍콩으로, 5개월간 2억 1778만 달러어치가 홍콩으로 향했다. 그 뒤를 대만(1606만 달러)과 베트남(915만 달러)이 이었다.
이런 수출 구조 뒤에는 제주에 본사를 둔 '제주반도체'가 있다. 지난 2005년 서울에서 제주로 본사를 옮긴 이 회사는 자체 생산 설비 없이 설계와 개발에만 집중하는 팹리스(Fabless) 업체로, 실제 생산은 국내외 위탁생산업체에 맡기는 방식이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주력하는 초고용량·고성능 메모리와는 다른 길을 택해, 저전력·저용량 메모리라는 틈새시장을 공략해 온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다. 제주반도체는 2026년 1분기에 매출 1804억 원, 영업이익 671억 원을 기록하며 분기 사상 최대 실적까지 갈아치웠다.
반도체에 가려 있긴 하지만 다른 품목들의 약진도 눈에 띈다. 항공기 부품은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수출 기록이 전혀 없었던 품목이다. 그러다 11월부터 물량이 잡히기 시작해 올해 1월 2400만 달러, 4월 1638만 달러를 기록하며 5월까지 누적 5039만 달러의 실적을 올렸다. 국내 항공사들의 엔진 수리 부품 등이 항공 선진국으로 역수출되는 흐름이 본격화한 결과로 풀이된다.
바이오·의약 분야에서는 보톡스를 비롯한 의약품 수출이 446만 달러를 기록했다. 중국과 베트남이 주요 시장이었고, 최근에는 중동의 이라크까지 판로가 넓어졌다.
수산물 쪽에서는 제주를 대표하는 넙치(광어)가 1124만 달러어치 팔려나갔다. 미국과 일본이라는 전통 시장 외에 베트남, 캐나다,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권으로 수출 영역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축산물도 의미 있는 성장을 보였다. 소·돼지고기 등 육류 수출액은 191만 달러였는데, 작년 처음 수출길이 열린 싱가포르가 물량 대부분을 흡수하며 단숨에 최대 수출국 자리에 올랐다.

국가별로 보면 반도체 물량이 몰린 홍콩이 압도적인 1위다. 5월 기준 홍콩으로의 총수출액은 2억2024만 달러로 전체의 62.1%를 차지한다. 이어 미국이 3518만 달러(9.9%)로 2위, 대만 1668만 달러(4.7%), 베트남 1468만 달러(4.1%), 영국 1385만 달러(3.9%), 중국 1262만 달러(3.6%) 순으로 나타났다.
수출 실적이 예상을 뛰어넘으며 제주도는 올해 수출 목표치도 새로 잡았다. 당초 3억 8000만 달러로 잡았던 목표액을 6억 달러로 대폭 상향 조정한 것이다.
강애숙 제주도 경제활력국장은 "올해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급증하고, 항공기 부품과 의약품 등 고부가가치 품목이 다양해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수출 컨설팅과 기업 맞춤형 글로벌 마케팅, 물류비 지원 및 해외 박람회 참가 지원 등 현장 밀착형 지원 정책을 지속 추진해 제주 도내 기업의 외연 확장과 동반 성장을 견인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