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한 달 남았는데 파혼할까요?"... 직장인들 한목소리도 "네, 파혼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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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관념·감정 불일치로 고민하던 예비신랑의 선택은...
"지금이라도 파혼하고 부끄러움을 견디는 게 맞을까요." 결혼식을 한 달여 앞둔 30대 남성이 남긴 이 질문에 수많은 직장인이 한목소리로 답했다. "네 파혼하세요."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와의 미래가 보이지 않지만 이미 청첩장을 돌리고 하객들을 초대한 상황이라 파혼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사연이 16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왔다.
자신을 30대 초중반 남성이라고 소개한 글쓴이는 "인생에서 가장 혼란스러운 시기를 지나며 밤잠을 설치고 있다"며 "뼈아픈 조언이라도 달게 받겠다는 심정으로 글을 쓴다"고 밝혔다.
그는 부모 없이 성장해 고등학교 졸업 후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일을 하며 학업을 병행해 석사 학위까지 취득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대기업 입사 15년 차 최연소 책임급으로 근무 중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글쓴이는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악착같이 살았다"며 "젊을 때 소비를 많이 했고 홀로 할머니를 돌보면서 발생한 간병비 등으로 3000만 원의 빚이 있지만 현재 소득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반면 결혼을 앞둔 여자친구에 대해서는 경제관념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평생 계약직 생산직만 전전했고 한 직장을 2년 이상 다녀본 적도 없다"며 "본인 수입으로 생활하기도 빠듯한데 키우는 반려견에게 과도한 돈을 쓴다"고 주장했다.
현재는 여자친구가 월 100만 원, 자신이 월 200만 원과 생활비, 집세 전액을 부담하는 방식으로 생활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글쓴이가 가장 힘들다고 토로한 부분은 돈이 아니었다.
그는 여자친구가 밖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집에 와 모두 자신에게 쏟아낸다고 주장했다.
글쓴이는 "밖에서는 불합리한 일을 당해도 참고 넘어가지만 집에만 오면 온갖 짜증을 저에게 다 푼다"며 "제가 유일한 하소연 상대라며 늘 결론도 없고 답도 없는 이야기를 반복한다"고 적었다.
이어 "저도 받아주다 지치면 답답해서 짜증을 내는데 오히려 왜 짜증을 내느냐며 화를 낸다"며 "매일 감정 쓰레기통이 된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결혼 준비 과정도 대부분 자신의 몫이었다고 주장했다.
부모가 없는 자신은 친척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결혼 절차를 진행하고 있지만, 여자친구는 어머니와 다툰 뒤 연락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양가 어르신들 간 일정 조율과 합의도 결국 제가 맡았다"며 "모든 비용을 부담하고 실무를 도맡았으며 스튜디오 촬영과 드레스, 메이크업 준비도 맞춰줬는데 여자친구는 오히려 '결혼 준비하면서 도대체 한 게 뭐가 있느냐'고 말했다"고 적었다.
글쓴이가 결혼을 취소하지 못하는 이유는 돈 때문이 아니었다. 글쓴이는 "돈이나 위약금은 아깝지 않다. 월급으로 메우면 된다"며 "정말 무섭고 괴로운 것은 주변 사람들의 실망감과 제 안의 창피함"이라고 밝혔다.
그는 "주변 지인만 200명이 넘고 이미 청첩장 모임 약속도 다 잡아둔 상태"라며 "고졸에 부모 없이 시작해 석사까지 따고 대기업에서 성공했다며 주변에서 저를 잘 성장한 사람의 표본처럼 봐줬는데 결혼 한 달 앞두고 파혼했다고 말해야 하는 상황이 너무 두렵다"고 털어놨다. 이어 "주변 시선과 제 자존심 때문에 이 지옥 같은 결혼을 그냥 진행하는 게 맞는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부끄러움을 견디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조언을 구했다.
파혼을 권하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가장 많은 공감을 얻은 댓글 중 하나는 "주변 사람들은 생각보다 당신에게 관심이 없다. 오직 본인을 위한 결정만이 최선"이라는 내용이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주변의 수군거림은 길어야 사흘"이라며 "사람들은 남의 일에 생각보다 관심이 없다"고 적었다.
"잠깐의 창피함보다 평생의 후회가 무섭다"는 취지의 반응도 이어졌다. 한 이용자는 "파혼은 길어야 두세 달 수군거리고 끝나지만 결혼 후 불행한 삶은 훨씬 길다"고 했고, 또 다른 이용자는 "한 번 창피할 것인가, 평생 후회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 경험담도 잇따랐다. 한 간호사는 "결혼 한 달 전에 파혼을 고민했지만 창피해서 결혼을 강행했고 결국 몇 달 만에 이혼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이용자도 "파혼이 부끄러워 결혼했지만 결국 이혼했다. 파혼이 훨씬 낫다"고 조언했다.
오랜 직장생활을 했다고 밝힌 한 이용자는 "혼자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일수록 결혼에서는 더 냉정하게 위험 요소를 판단해야 한다"며 "인생의 주인공은 본인인데 왜 주변 평가를 그렇게 두려워하느냐"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