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복지 사각지대, 동네 교회가 돌봄 허브로 뜬다

작성일

마을목회 10주년 기념 특강 성료… 가족 돌봄 한계 속 지역 밀착형 '통합돌봄' 대안 제시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초고령사회 진입과 1인 가구의 폭발적인 증가로 대한민국 돌봄 체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지난 16일,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크로스로드 회의실에서는 예장마을만들기네트워크(이사장 최기학) 주관으로 ‘마을목회와 통합돌봄 특강’이 성황리에 개최됐다./    한국공공정책개발연구원
지난 16일,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크로스로드 회의실에서는 예장마을만들기네트워크(이사장 최기학) 주관으로 ‘마을목회와 통합돌봄 특강’이 성황리에 개최됐다./ 한국공공정책개발연구원

그동안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해결되던 전통적인 요양과 돌봄 기능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지역사회가 주도하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돌봄망 구축이 절실해진 상황이다. 이러한 국가적 복지 위기 속에서, 전국 골목마다 촘촘하게 자리 잡고 있는 ‘동네 교회’들이 통합돌봄의 새로운 거점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뼈있는 자성의 목소리가 교계 내부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지난 16일,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크로스로드 회의실에서는 예장마을만들기네트워크(이사장 최기학) 주관으로 ‘마을목회와 통합돌봄 특강’이 성황리에 개최됐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마을목회 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총장 정성진)와 총회한국교회연구원(원장 노영상)이 공동으로 주최한 이번 뜻깊은 행사에는 각계의 마을 돌봄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해, 다가오는 통합돌봄 시대에 한국 교회가 감당해야 할 막중한 사회적 역할과 구체적인 실천 방향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 벼랑 끝 '나홀로 노년', 한계에 직면한 가족 돌봄 시스템

현재 대한민국의 인구 구조는 전례 없는 속도로 늙어가고 있다. 이미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의 20%를 훌쩍 넘어섰으며, 돌봄과 요양, 의료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75세 이상 후기 고령 인구의 비율은 오는 2050년경 전체 인구의 24.5%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데이터처의 2024년 기준 인구총조사 통계에 따르면, 가구원 모두가 65세 이상인 이른바 '노인 가구'는 400만 가구에 달하며, 이 중 절반이 넘는 228만 가구가 외로운 '독거노인' 가구인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장애인 가구 역시 229만 가구에 이르고 있어 돌봄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수치들은 부양을 책임질 청장년층이 급감하는 현실과 맞물려, 더 이상 노인과 취약계층의 돌봄 문제를 개별 가족의 희생에만 의존할 수 없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결국 이들이 자신이 평생 살아온 친숙한 동네에서 건강하고 안전하게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지역사회 전체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커뮤니티 케어(지역사회 통합돌봄)' 체계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한 시점이다.

■ 사적 구원 넘어 공적 신앙으로… "복지가 곧 교회의 본질"

이날 특강의 문을 연 최기학 이사장과 정성진 총장은 인사말을 통해 "지난 10년간 한국 교회가 마을목회를 통해 지역사회를 섬기며 복음의 본질을 회복하고자 노력해 왔다"고 평가하며, "이제 마을목회와 통합돌봄의 결합은 한국 교회가 반드시 짊어져야 할 피할 수 없는 새로운 선교적 과제"라고 입을 모으며 전국 교회의 적극적이고 헌신적인 동참을 강력히 주문했다.

주제 강연에 나선 총회한국교회연구원 노영상 원장은 돌봄 사역의 신학적 당위성을 명쾌하게 짚어냈다. 노 원장은 “마을목회는 오늘날 신학계의 중요한 흐름인 '공공신학'과 아주 깊은 연관성을 맺고 있다”고 전제하며, “이제 한국 교회는 개인의 영혼 구원에만 함몰되는 사적 종교의 좁은 틀을 과감히 깨부수고, 이웃의 고통과 사회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연대하는 책임 있는 '공적 신앙'으로 성숙해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특히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교회의 사회적 신뢰도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로 '마을목회'를 지목하며, "현시대 교회가 감당해야 할 가장 숭고하고 중요한 사명이 바로 사회복지이며, 그 도도한 흐름이 지역사회 통합돌봄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국공공정책개발연구원 원장이자 신생명나무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장헌일 목사는 서울 마포구 대흥동에서 운영 중인 '(사)월드뷰티핸즈 엘드림통합돌봄센터'의 눈부신 사역 현장을 공유했다.  / 한국공공정책개발연구원
한국공공정책개발연구원 원장이자 신생명나무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장헌일 목사는 서울 마포구 대흥동에서 운영 중인 '(사)월드뷰티핸즈 엘드림통합돌봄센터'의 눈부신 사역 현장을 공유했다. / 한국공공정책개발연구원

■ 스마트 기기부터 무료급식까지… 마포구 대흥동의 '밀착 케어'

이론적인 당위성에 이어, 실제 목회 현장에서 통합돌봄을 모범적으로 구현해 내고 있는 생생한 사례도 소개되어 참석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국공공정책개발연구원 원장이자 신생명나무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장헌일 목사는 서울 마포구 대흥동에서 운영 중인 '(사)월드뷰티핸즈 엘드림통합돌봄센터'의 눈부신 사역 현장을 공유했다. 신생명나무교회는 소셜 서비스 전문 NGO인 월드뷰티핸즈, 무료급식 단체인 해돋는마을 등과 삼각 편대를 구축하고, 관할 대흥동주민센터 및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긴밀하게 협력하며 철통 같은 고독사 예방 사역을 펼치고 있다.

전체 가구의 64%가 1인 가구일 정도로 독거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대흥동의 지역적 특성을 꿰뚫어 본 장 원장은, 홀로 사는 어르신들을 위한 다각적이고 입체적인 돌봄 망을 설계했다. 교회 공간을 개방하여 '엘드림노인대학'을 설립하고, 어르신들이 무료로 따뜻한 점심을 드실 수 있도록 급식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쪽방촌을 정기적으로 가가호호 방문하며 안부를 묻는다. 특히 고독사 위험군으로 분류된 어르신 가구에는 최첨단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돌봄 장비를 선제적으로 설치해, 일정 시간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는 등 이상 징후가 포착되면 즉각적으로 교역자와 사회복지사가 출동해 생명을 구하는 획기적인 시스템을 도입했다. 교회 내에서는 시 쓰기, 노래 및 웃음 치료, 시니어 에어로빅, 미술 심리 치료, 스마트폰·키오스크 활용 교육 등 다채로운 여가 및 평생교육 프로그램이 끊임없이 돌아간다. 지역의 물적, 영적 자원을 모두 품은 교회가 복지 사각지대를 밝히는 완벽한 지역 거점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여실히 증명한 것이다.

■ 통합돌봄법 시대, "교회 반경 1km 내 고독사는 절대 없어야"

지난 3월, 이른바 '지역돌봄 보장법'이라 불리는 통합돌봄지원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돌봄의 지형도는 또 한 번 요동치고 있다. 이 법의 핵심은 어르신이나 장애인이 정든 낡은 집을 떠나 낯선 요양 시설로 내몰리지 않고, 본인이 평생 살던 친숙한 동네에서 여생을 보내는 이른바 'AIP(Aging in Place, 지역사회 계속 거주)'를 실현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의료, 복지, 요양, 주거 서비스를 지역 안에서 촘촘하게 엮는 작업이 필수적인데, 장헌일 원장은 바로 이 지점에서 동네 교회의 폭발적인 저력이 발휘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장 원장은 “중앙정부와 일선 지자체 역시 이 거대한 통합돌봄의 방향타를 이제 막 잡아가는 혼도기”라고 진단하며, “수십 년간 지역에 뿌리내리며 골목 구석구석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교회가 끈끈한 관계망을 무기 삼아 돌봄 사각지대 발굴의 선봉장으로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효율적인 사역을 위해 통합돌봄센터의 모델을 도시형, 도농복합형, 농촌형으로 세분화하여 지역 맞춤형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파편화된 도시 지역 교회들을 향해 “우리 교회가 속한 반경 1km 안에서는 단 한 명의 이웃도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는 고독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책임지겠다는 비장한 선언이 선행되어야 할 때”라며 “현대 사회의 고립 현상은 재정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철저한 무관심의 문제이며, 이는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라는 기독교의 대전제 아래 교회가 반드시 감당해야 할 십자가”라고 역설했다.

실제로 대흥동교동협의회 회장직을 겸임하고 있는 장 원장은, 대흥동 내 7개 교회가 교단과 교파를 초월해 연합하여 '고독사 제로를 향한 고독생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전개하는 놀라운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매월 정기적으로 교동협의회 기도회와 간담회를 개최하여 지역구 국회의원, 구청장, 시·구의원을 비롯해 동장, 주민자치위원장 등 민관의 핵심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지역 현안을 치열하게 협의하고 주민의 삶을 위해 기도하는 진정한 의미의 '마을 거버넌스'를 실현하고 있다.

한편, 이날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뜨거운 특강의 열기 속에는 오필승, 정진훈, 강대석, 이원돈, 민건동, 유재무, 박홍래 목사 등 현장 경험이 풍부한 마을 돌봄 전문가와 활동가들이 두루 참여해, 벼랑 끝에 선 복지 시스템 속에서 한국 교회가 나아가야 할 등대 같은 역할을 자처하며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교회와 마을, 영성과 복지가 하나로 만나는 통합돌봄의 시대,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동네 교회들의 거룩하고 분주한 발걸음이 대한민국 복지의 지형도를 새롭게 그려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