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루마니아인 한국생활] “쫀득, 꾸덕, 바삭… 이게 다 다른 뜻이라고?” 외국인이 놀란 한국의 식감 언어

작성일

한국어에는 ‘맛있다’보다 더 중요한 말이 있었다. 쫀득, 꾸덕, 바삭, 탱글처럼 한국인은 음식의 맛보다 ‘느낌’을 먼저 말한다.

쫀득한 떡볶이, 바삭한 치킨, 탱글한 젤리, 빠삭하게 깨지는 탕후루 등 다양한 식감의 음식을 앞에 두고 외국인이 놀라는 모습 /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쫀득한 떡볶이, 바삭한 치킨, 탱글한 젤리, 빠삭하게 깨지는 탕후루 등 다양한 식감의 음식을 앞에 두고 외국인이 놀라는 모습 /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한국어를 배우면서 어려웠던 것은 문법만이 아니었다. 음식을 설명할 때 쓰는 식감 표현도 하나의 새로운 언어처럼 느껴졌다. 쫀득, 꾸덕, 바삭, 촉촉, 탱글, 오독오독까지. 한국 사람들은 맛보다 식감을 더 자세히 말하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음식 이야기를 들으며 자주 당황했다. 친구들이 맛집을 설명할 때 “맛있다”, “달다”, “짜다”, “맵다” 같은 말만 쓰는 것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전부 비슷한 말처럼 들렸다. 그냥 부드럽다, 딱딱하다, 바삭하다 정도로만 이해했다. 그런데 한국 친구들은 이 단어들을 매우 정확하게 구분해서 썼다. 쫀득한 것과 탱글한 것은 다르고, 꾸덕한 것과 촉촉한 것도 다르며, 바삭한 것과 오독오독한 것도 다르다고 했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이게 꽤 신기하다. 한국에서는 음식의 맛만큼이나 씹는 느낌, 입안에서 느껴지는 질감, 소리까지 중요하게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유럽에서는 맛을 먼저 말하는 경우가 많다

루마니아를 포함한 유럽에서도 음식의 식감을 말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바삭하다, 부드럽다, 촉촉하다, 크리미하다 같은 표현은 당연히 있다. 하지만 일상 대화에서 한국처럼 식감을 세밀하게 나눠 말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예를 들어 유럽에서 케이크를 먹으면 보통 “달다”, “부드럽다”, “촉촉하다”, “초콜릿 맛이 진하다” 정도로 말한다. 빵을 먹을 때도 “겉은 바삭하고 안은 부드럽다” 정도면 충분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여기에 훨씬 더 많은 층이 생긴다. 쿠키는 바삭한지 꾸덕한지, 빵은 촉촉한지 퍽퍽한지, 떡은 쫀득한지 말랑한지, 젤리는 탱글한지 쫄깃한지, 과자는 바삭한지 빠삭한지까지 구분한다.

외국인에게는 이 차이가 재미있다. 한국 사람들은 음식의 맛뿐 아니라 입안에서 일어나는 작은 감각까지 언어로 잡아내는 것처럼 보인다.

‘쫀득’은 단순히 chewy가 아니었다

외국인이 가장 먼저 배우는 식감 표현 중 하나가 ‘쫀득하다’다. 영어로 번역하면 보통 chewy라고 할 수 있지만, 사실 완전히 같지는 않다.

떡은 쫀득하고, 찹쌀도넛도 쫀득하고, 일부 빵이나 쿠키도 쫀득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단순히 질기다는 뜻은 아니다. 기분 좋게 늘어나고, 씹을 때 탄력이 있고, 입안에 오래 남는 느낌이 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을 “chewy”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떡, 모찌, 찹쌀빵, 약과, 베이글을 먹어보면서 쫀득함의 의미를 조금씩 알게 됐다. 쫀득한 음식은 단순히 씹기 힘든 음식이 아니라, 씹는 재미가 있는 음식이었다.

한국인들이 떡이나 찹쌀 디저트를 좋아하는 이유도 이 식감과 관련이 있어 보였다. 유럽에서는 빵이나 케이크처럼 부드럽거나 바삭한 디저트가 더 익숙하지만, 한국에서는 입안에서 늘어나고 붙는 듯한 식감도 큰 매력으로 받아들여진다.

쫀득한 떡의 식감을 가까이서 보여주는 이미지 /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쫀득한 떡의 식감을 가까이서 보여주는 이미지 /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꾸덕’은 외국인에게 설명하기 어려운 단어다

요즘 한국 디저트에서 자주 들리는 말 중 하나는 ‘꾸덕하다’다. 꾸덕한 그릭요거트, 꾸덕한 브라우니, 꾸덕한 쿠키, 꾸덕한 치즈케이크처럼 쓰인다.

외국인에게 이 단어는 설명하기 어렵다. 영어로는 thick, dense, rich, fudgy 같은 표현을 섞어야 비슷해진다. 하지만 한국어의 ‘꾸덕’은 조금 다르다. 너무 묽지 않고, 너무 딱딱하지도 않으며, 입안에서 묵직하게 남는 느낌이다.

처음에는 이 표현이 이상했다. 음식이 꾸덕하다는 말이 왜 칭찬인지 몰랐다. 그런데 한국에서 디저트를 먹다 보니 이해가 됐다. 꾸덕한 쿠키나 브라우니는 가볍고 부스러지는 느낌이 아니라, 밀도 있고 진한 만족감을 준다. 한국 디저트 문화에서는 이런 식감이 하나의 인기 요소가 됐다. 그냥 달기만 한 것보다, 씹거나 떠먹었을 때 묵직하게 느껴지는 질감이 중요해진 것이다.

‘바삭’과 ‘빠삭’도 다르게 들린다

한국어 식감 표현의 재미는 비슷해 보이는 단어도 느낌이 다르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바삭’과 ‘빠삭’은 둘 다 crunchy 또는 crispy에 가까워 보이지만, 한국인들은 미묘하게 다르게 느낀다.

‘바삭’은 가볍고 기분 좋게 씹히는 느낌이다. 튀김, 과자, 치킨 껍질, 크루아상 겉면을 말할 때 자주 쓴다. 반면 ‘빠삭’은 조금 더 강하고 건조하게 부서지는 느낌이 있다. 소리도 더 크게 느껴진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이런 차이가 거의 소리의 차이처럼 들린다. 실제로 한국어의 식감 표현은 단어 자체가 소리를 흉내 내는 경우가 많다. 바삭, 아삭, 오독오독, 사각사각 같은 말은 음식이 입안에서 내는 소리와 연결된다.

한국어는 음식의 맛뿐 아니라 음식이 씹힐 때 나는 소리까지 말로 표현하는 언어처럼 느껴진다.

‘바삭’과 ‘빠삭’의 미묘한 차이를 시각적으로 비교한 이미지. 왼쪽은 겉은 가볍게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치킨, 오른쪽은 얇고 단단하게 부서지는 빠삭한 과자를 보여 /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바삭’과 ‘빠삭’의 미묘한 차이를 시각적으로 비교한 이미지. 왼쪽은 겉은 가볍게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치킨, 오른쪽은 얇고 단단하게 부서지는 빠삭한 과자를 보여 /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한국인은 식감을 ‘듣고’ 먹는 것 같다

한국 음식 표현에서 자주 등장하는 것이 소리다. 김치는 아삭하고, 무말랭이는 오독오독하고, 사과는 사각사각하고, 튀김은 바삭하다. 이런 표현들은 단순히 입안의 느낌이 아니라 귀로 들리는 감각까지 포함한다.

외국인에게 이것은 흥미롭다. 한국 사람들은 음식을 먹을 때 맛, 냄새, 온도뿐 아니라 씹는 소리까지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예를 들어 치킨 광고에서 “바삭한 튀김옷”을 강조하고, 과자 광고에서 씹는 소리를 크게 들려주는 것도 이해된다. 한국에서는 바삭하게 씹히는 소리 자체가 맛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루마니아에서도 바삭한 빵이나 과자를 좋아하지만, 한국처럼 “아삭아삭”, “오독오독” 같은 표현이 일상 대화에서 자주 쓰이는 것은 신기하게 느껴진다.

끈적끈적한 노트 위의 한국어는 한국어를 뜻하는데 한국동사가 가득한 수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 셔터스톡
끈적끈적한 노트 위의 한국어는 한국어를 뜻하는데 한국동사가 가득한 수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 셔터스톡

식감이 유행을 만든다

한국에서는 식감이 음식 유행을 만드는 경우도 많다. 탕후루가 유행했을 때도 단맛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겉은 빠삭하게 깨지고, 안은 과즙이 터지는 식감이 핵심이었다.

약과쿠키도 마찬가지다. 전통 약과의 쫀득하고 끈적한 느낌과 쿠키의 꾸덕한 식감이 결합되면서 인기를 끌었다. 그릭요거트도 단순히 건강식이라서가 아니라, 꾸덕하게 떠지는 질감이 SNS에서 매력적으로 보였다.

베이글, 찹쌀도넛, 푸딩, 젤리, 크룽지 같은 음식도 모두 식감과 연결된다. 한국에서는 새로운 맛보다 새로운 식감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 때가 있다.

외국인 입장에서 이것은 매우 한국적인 소비문화처럼 보인다. 한국 사람들은 “맛있다”를 넘어 “어떤 느낌으로 맛있는지”를 말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식감 단어가 많고, 그 단어들이 곧 유행어처럼 소비된다.

한국어를 배우려면 식감도 배워야 한다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에게 식감 표현은 생각보다 어렵다. 교과서에는 잘 나오지 않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너무 자주 들린다.

친구가 맛집을 추천하면서 “여기 빵이 진짜 쫀득해”라고 말하면, 그게 좋은 뜻인지 바로 알아야 한다. 카페 리뷰에 “꾸덕한 치즈케이크”라고 적혀 있으면 어떤 질감인지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오독오독 씹히는 맛”이라는 표현도 이해해야 한다.

이런 단어들은 단순한 어휘가 아니라 한국의 음식 문화를 이해하는 열쇠처럼 느껴진다. 한국어를 잘하려면 문법만 아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한국인이 음식을 어떻게 느끼고 표현하는지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외국인에게 한국어 식감 표현은 거의 새로운 감각 언어다.

한국인은 맛보다 ‘느낌’을 먹는지도 모른다

한국 사람들이 식감을 자세히 말하는 이유는 단순히 표현이 많아서가 아니다. 음식에서 느끼는 즐거움이 맛에만 있지 않기 때문이다.

뜨거운 국물의 시원함, 튀김의 바삭함, 떡의 쫀득함, 젤리의 탱글함, 오이의 아삭함, 브라우니의 꾸덕함. 이 모든 감각이 합쳐져서 “맛있다”가 된다.

외국인에게 한국의 식감 언어는 처음엔 복잡하지만, 알고 나면 매우 매력적이다. 한국 사람들은 음식을 혀로만 먹는 것이 아니라, 입안 전체로 느끼고, 귀로 듣고, 단어로 다시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한국어에는 음식의 식감을 표현하는 말이 이렇게 많은지도 모른다. 한국에서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맛을 보는 일이 아니다. 쫀득하고, 꾸덕하고, 바삭하고, 탱글한 감각을 하나씩 발견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