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푹 빠졌다… 외국인들 한국 오면 꼭 찾는다는 ‘여름 과일’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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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타고 ‘한국 필수 시식 식품’ 등극… 여름철 대표 과채류 참외
6월과 7월, 전국 과일 매대에서 가장 눈에 띄는 존재는 단연 노란색 껍질에 선명한 흰색 줄무늬를 자랑하는 참외다. 아삭아삭 씹히는 특유의 식감과 입안 가득 퍼지는 달콤한 과즙으로 오랜 세월 대한민국 국민의 여름을 책임져온 참외가 최근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를 중심으로는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참외가 ‘한국에서 반드시 먹어봐야 할 식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쉽게 접하기 힘든 독특한 외형과 맛 덕분에 한국 여행 브이로그나 먹방 콘텐츠의 단골 소재로 등장하며 세계인의 입맛을 돋우는 중이다.
참외는 맛뿐 아니라 영양학적으로도 여름철에 가장 완벽한 식품 중 하나로 꼽힌다. 수분 함량이 높아 무더위로 인한 갈증을 빠르게 해소해 주는 것은 물론, 풍부한 영양 성분 덕분에 더위에 지친 몸의 피로를 회복하는 데도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참외, 왜 유독 달고 맛있을까… 역사와 품종 개량의 결실
식품업계에 따르면 한국 참외가 외국인 관광객들과 글로벌 시장에서 이토록 뜨거운 인기를 끄는 비결은 특유의 아삭한 식감과 높은 당도에 있다. 사실 참외는 중국이나 일본 등 일부 동아시아 지역에서도 재배가 이뤄지는 작물이지만 한국처럼 전국적인 대규모 생산 기반을 갖추고 온 국민이 일상적으로 대량 소비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찾아보기 드물다. 특히 경상북도 성주군을 중심으로 생산되는 참외는 천혜의 재배 환경과 농가들의 노하우가 결합돼 품질과 맛 양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나라 참외가 처음부터 지금처럼 강한 단맛을 가졌던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참외의 식물학적 기원은 아프리카 대륙으로 추정된다. 고대 아프리카에서 발원한 작물은 인류의 이동과 교역을 통해 동양과 서양 양 갈래로 전파됐다. 이때 서양으로 건너가 발전한 작물이 오늘날 우리가 잘 아는 ‘멜론(Melon)’이며 동양으로 전해져 토착화된 작물이 바로 ‘참외’다. 참외의 공식 영어 명칭이 ‘오리엔탈 멜론(Oriental Melon)’인 이유도 바로 이런 역사적 배경에서 기인한다.
서양으로 전파된 멜론은 부드러운 과육과 극대화된 달콤한 맛을 중심으로 개량된 반면 동양으로 전해진 참외는 씹는 맛, 즉 아삭아삭한 식감을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육종이 진행됐다. 중국을 거쳐 삼국시대 이전에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는 전통 참외는 사실 지금의 당도와는 거리가 멀었다. 당시의 참외는 단맛이 그리 강하지 않았으며 쉽게 말해 오이보다 살짝 더 단맛이 도는 채소에 불과했다.
현재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노란 껍질에 선명한 흰색 골이 파인 참외의 기틀이 마련된 것은 1957년이다. 당시 일본에서 개량된 품종인 ‘은천참외’가 국내에 도입되면서 본격적인 현대식 참외 보급이 시작됐다. 은천참외가 들어오기 전까지 우리 선조들은 전국 각지의 토양과 기후에 맞춰 개구리참외, 감참외, 열골참외 등 다양한 형태의 재래종 참외를 재배해 소비하고 있었다.
은천참외의 도입은 국내 농업계에 큰 전환점이 됐다. 국내 종자회사들은 은천참외를 바탕으로 한국 고유의 기후 변화와 척박한 재배 환경에서도 잘 자랄 수 있는 우수한 품종 개발에 사활을 걸었다. 그 결과 ‘신은천’, ‘금싸라기’ 등 한국 농업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명품 품종들이 잇따라 시장에 선보이게 됐다. 치열한 연구개발 과정에서 참외의 당도는 획기적으로 높아졌고 유통 과정에서 쉽게 무르지 않는 단단한 저장성까지 갖추게 되면서 오늘날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달콤하고 아삭한 한국형 참외가 완성됐다.
한편, 참외는 특유의 당도와 향긋함 때문에 흔히 과일로 오인받지만 식물학적 기준 분류에 따르면 엄연히 채소에 가깝다. 농학 및 식물학에서는 먹는 부위에 따라 작물을 분류한다. 인삼이나 무처럼 뿌리를 먹는 작물은 근채류, 배추나 상추처럼 잎을 먹는 작물은 엽채류, 참외나 멜론처럼 나무가 아닌 풀에서 열리는 과실 부위를 먹는 작물은 ‘과채류’로 분류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과일처럼 소비하는 수박이나 토마토, 딸기 등이 참외와 함께 과채류에 속하는 대표적인 예들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노란색 바탕에 흰 줄무늬가 있는 전형적인 참외를 주류 작물로 키우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시피 하다. 흥미롭게도 한국 참외의 모태가 된 은천참외를 개발했던 일본은 현재 이 품종을 더 이상 재배하지 않는다. 여기에는 양국 소비자들의 극명한 취향 차이가 작용했다.
과거 1950~60년대 일본 소비자들은 참외의 단단하고 아삭한 식감보다는,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리면서도 향이 진하고 달콤한 과육을 훨씬 선호했다. 이런 시장의 요구에 맞춰 일본의 육종 학자들은 참외를 지속적으로 개량해 나갔다. 이 과정에서 참외 특유의 단단한 흰색 줄무늬가 점차 사라졌고 외형과 식감 모두 멜론과 흡사해지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그 정점이 바로 1960년대에 등장한 ‘프린스멜론’이다. 프린스멜론은 멜론이 가진 부드러움과 참외가 가진 재배 용이성 등의 특성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품종이었다. 프린스멜론이 대중적인 인기를 끌며 일본 과일 시장을 장악하자 단단한 식감의 기존 은천참외는 갈 곳을 잃고 점차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결국 일본 내에서 전통적인 참외 생산은 완전히 중단됐고 일본 시장은 고급 멜론 중심의 생태계로 재편됐다.
반면 한국은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한국 소비자들은 참외가 가진 본연의 정체성, 즉 ‘아삭아삭하게 씹히는 시원한 식감’을 포기하지 않았다. 국내 연구진과 농가들은 아삭한 식감을 고스란히 보존하면서도 단맛만을 극대화하는 독자적인 방향으로 품종을 발전시켰다.
그 뚝심 있는 선택의 결과로 탄생한 것이 오늘날 세계 유일의 독특한 과채류로 인정받는 ‘한국형 참외’다.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에 올라오는 외국인들의 한국 여행 브이로그나 먹방 콘텐츠를 보면, 참외를 처음 접한 이들이 한결같이 놀라움을 표시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외국인 시식자들은 “태어나서 처음 보는 식감이다”, “겉모습은 멜론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아삭아삭 소리가 날 정도로 단단하면서도 전혀 다른 상쾌한 단맛이 난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풍부한 엽산과 칼륨… 면역력 강화와 피로 회복의 천연 영양제
참외는 현대인의 건강 관리에 큰 도움을 주는 영양이 가득하기도 하다. 참외는 전체 성분의 약 90%가 순수한 수분으로 이뤄져 있다. 때문에 땀 배출량이 급증해 체내 수분이 쉽게 고갈되는 한여름철에 탈수를 방지하고 수분을 보충하는 데 효과적이다.

특히 임산부와 가임기 여성에게 필수적인 영양소로 알려진 ‘엽산’의 함유량이 독보적이다. 일부 영양학 연구에 따르면, 참외 100g당 함유된 엽산의 양은 무려 132.4㎍(마이크로그램)에 달한다. 이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전 과일 및 채소류를 통틀어 가장 풍부한 수준이다. 흔히 엽산이 많다고 알려진 오렌지와 비교해도 약 2.6배나 더 많은 수치다. 참외 몇 쪽만 섭취해도 하루에 필요한 엽산 권장량을 손쉽게 채울 수 있는 셈이다.
또한 참외에 풍부하게 들어있는 단당류인 포도당과 과당은 분자 구조가 단순해 섭취 시 체내에 군더더기 없이 빠르게 흡수된다. 이는 무더위로 급격하게 소모된 에너지를 즉각적으로 보충해 만성 피로를 호소하는 현대인들의 기력 회복에 직효가 있다. 여기에 유해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비타민 C 역시 다량 함유돼 있어 여름철 떨어지기 쉬운 면역력을 유지하고 피부 건강을 지키는 데도 좋은 역할을 수행한다.
체내의 과도한 나트륨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칼륨’ 성분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공하는 식품영양성분자료에 따르면 참외 100g 속에는 무려 394㎎의 칼륨이 농축돼 있다. 이는 참외의 사촌 격이자 고급 과일로 통하는 멜론의 칼륨 함량(100g당 137~374㎎)과 비교해도 확연히 많은 양이다. 칼륨은 혈압을 조절하고 나트륨 배출을 유도할 뿐만 아니라 췌장의 인슐린 분비를 적절히 촉진하는 기능도 있어 당뇨병 환자의 식이요법 및 예방에도 훌륭한 도움을 준다.
그동안 우리가 잘 모르고 버렸던 참외 껍질에도 놀라운 효능이 숨어 있다. 참외의 노란색 껍질에는 강력한 항산화 물질인 ‘베타카로틴’이 풍부하다. 베타카로틴은 체내에 흡수되면 눈 건강에 필수적인 ‘레티놀(비타민 A)’로 변환돼 야맹증 예방과 시력 보호에 도움을 준다.
더불어 껍질 바로 아랫부분에 집중적으로 분포된 ‘쿠쿠르비타신(Cucurbitacin)’ 성분은 학계에서 간 해독 기능을 돕고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항암 작용을 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참외가 가진 영양소를 온전히 흡수하기 위해서는 깨끗이 씻어 과육뿐만 아니라 껍질까지 함께 조리하거나 생으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K-푸드 열풍 타고 전 세계로… 수출길 넓히는 효자 작물
이처럼 뛰어난 맛과 영양을 무기로 삼은 참외는 이제 국내 시장을 넘어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한류 열풍과 K-푸드의 전 세계적인 인기 확산에 힘입어 참외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새로운 신선 농산물 수출 주역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했다.

농림축산식품부 및 유관 기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산 참외는 일본을 필두로 홍콩, 대만, 싱가포르, 동남아시아 등 전 세계 21개국에 약 280t(톤) 규모로 수출되며 현지 소비자들의 입맛을 매료시키고 있다.
특히 가깝고도 먼 나라인 일본 시장에서의 성장세가 눈부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조사 결과, 지난해 대일 참외 수출액은 약 105만 5000달러(한화 약 16억 원)를 기록했으며 수출량은 271t에 달했다. 이는 전년과 비교했을 때 수출액은 31.4%, 수출량은 39.0%나 한 번에 수직 상승한 수치다.
이런 참외 수출의 가파른 상승세는 올해도 꺾이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까지의 누적 통계만 보더라도 대일 참외 수출액은 49만 2700달러(한화 약 7억 4000만 원), 수출량은 99t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봐도 각각 32.2%와 37.1%씩 크게 늘어난 수치로 해외 시장에서 한국 참외의 입지가 얼마나 탄탄해지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맛있는 참외 고르는 현명한 방법과 올바른 보관법
시중에서 판매되는 수많은 참외 중 가장 달고 신선한 제품을 고르기 위해서는 몇 가지 확실한 기준을 기억해두면 좋다. 대다수의 소비자는 무조건 알이 크고 굵은 참외가 좋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크기가 너무 비대하기보다는 어른 손에 쏙 들어오는 약간 작은 크기에 예쁜 타원형 모양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맛이 좋다. 또한 손으로 쥐었을 때 과육이 무르지 않고 단단함이 느껴지는 것이 우수한 상품이다. 잘 익은 참외일수록 꼭지 부분에서 인위적이지 않은 달콤하고 향긋한 참외 특유의 향이 진하게 풍긴다.

대한민국 소비자들이 유독 참외의 ‘아삭함’을 중요하게 여기는 만큼 구매 후 가정에서의 보관법 역시 중요하다. 참외를 오랜 기간 신선하고 맛있게 보관하며 즐기기 위한 최적의 조건은 온도 5℃ 안팎, 습도 90~95% 수준의 환경이다. 참외를 각각 밀봉해 냉장고 신선실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차갑게 보관된 참외를 꺼내 먹으면 수분감과 청량감이 극대화된다.
만약 구매한 참외의 당도가 다소 아쉽거나 더 깊은 풍미를 즐기고 싶다면 단기간 ‘후숙’ 과정을 거치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참외를 한 알씩 신문지나 깨끗한 종이로 꼼꼼하게 감싼 뒤 햇빛이 직접 들지 않고 바람이 잘 통하는 서늘한 상온 그늘에 하루~이틀 정도 방치해두면 된다. 이 과정을 거치면 참외 내부의 전분이 당분으로 전환되면서 당도가 훨씬 높아지고 향도 눈에 띄게 진해진다. 단 원하는 만큼 후숙이 완료된 이후에는 과육이 더 이상 무르지 않도록 반드시 냉장 보관으로 전환해야 신선도를 오래 유지하고 변질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