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값 아끼려고 찾았는데…직장인들의 마지막 보루마저 줄줄이 가격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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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두 값 폭등과 고환율, 커피 가격 인상의 불가피한 선택
커피는 이제 기호식품의 영역을 넘어 한국인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은 필수 소비재다.

하루에 한 잔은 기본이고 두세 잔 이상을 마시는 소비자를 흔하게 볼 수 있을 만큼 커피 소비가 보편화되었다. 고물가 기조 속에서 점심값 부담이 커지자 많은 직장인이 가성비를 앞세운 저가 브랜드를 찾았으나, 최근 이들 브랜드마저 줄지어 가격을 인상하면서 대중적인 커피 한 잔이 주는 위로마저 부담스러워지는 형국이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기준 국내 성인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416잔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 세계 평균 소비량인 152잔과 비교했을 때 무려 2.7배에 달하는 수치다. 국가별 순위로 보아도 프랑스의 551잔에 이어 세계 2위 자리를 차지할 만큼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독보적이다.
실제로 오픈서베이가 만 15세부터 59세 사이의 프랜차이즈 카페 이용자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상당수의 소비자가 메가커피나 컴포즈커피 등 가성비 브랜드를 가장 자주 방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격 만족도가 높은 데다 집이나 직장과 가까워 출퇴근길에 습관적으로 방문한다는 답변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러나 든든한 접근성과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시장을 넓혀온 저가 커피 매장들에 최근 잇달아 가격 인상 조치가 내려지고 있다. 메가MGC커피는 오는 19일부터 일부 음료의 가격을 각각 200원씩 상향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할메가커피는 기존 2100원에서 2300원으로 변동되며, 왕할메가커피는 3200원에서 3400원으로, 할메가미숫커피 역시 2900원에서 3100원으로 인상된다. 다만 가장 대중적인 메뉴인 아메리카노와 카페라떼의 가격은 종전대로 유지된다. 더벤티 역시 지난달 29일부터 아메리카노를 제외한 일부 품목의 가격을 최소 100원에서 최대 500원까지 인상했다. 이에 따라 콜드브루라떼와 바닐라크림 및 헤이즐넛크림 콜드브루 등의 메뉴가 일제히 400원씩 올랐다. 이보다 앞선 지난 3월에는 바나프레소가 디카페인 및 콜드브루 제품군을 중심으로 최대 700원까지 가격을 올린 바 있다.
이러한 가격 인상 흐름은 매장 제조 음료를 넘어 마트나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스틱커피와 커피믹스 시장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커피빈은 이달 초부터 바닐라라떼 스틱형 제품의 가격을 최대 8.1% 인상했으며, 이디야커피도 지난 6일을 기점으로 매장 내에서 유통되는 스틱 커피와 커피믹스 전 제품의 가격을 4.3%에서 15.2% 사이로 상향 조정했다.

인상 폭이 몇백 원 수준에 불과해 일견 미미해 보일 수 있으나, 매일 일상적으로 커피를 마시는 소비자들의 누적 지출액을 따져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음료 한 잔당 단 200원만 인상되더라도 매일 한 잔씩 마실 때 한 달에 6000원, 일 년이면 약 7만 2000원의 지출이 추가로 발생한다. 만약 하루에 두 잔 이상을 소비하는 직장인이라면 이 가중되는 비용 부담은 정확히 두 배로 늘어나게 된다.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가 이처럼 일제히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 든 배경에는 국제 원자재 시세 폭등과 운영 비용의 상승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원두 품종인 아라비카의 평균 가격은 지난해 한 해 동안에만 57.3% 급등하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주로 인스턴트 커피나 블렌딩용으로 널리 쓰이는 로부스타 원두 가격의 상승세는 더욱 가파르다. 런던국제금융선물거래소 기준으로 지난 2023년 1월 당시 톤당 1800달러 선을 유지하던 로부스타 원두 시세는 지난해 말 3872달러까지 치솟으며 두 배 이상 폭등했다.
국내 커피 가공 업체들과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제품 가격 인상이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과거 높은 단가로 계약해 둔 원두 물량이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에서 고환율 기조까지 겹치며 수입 단가 압박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들어 국제 로부스타 원두 가격 자체는 전년 대비 약 8%가량 하락 안정세를 보였으나,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이 5% 가까이 상승하면서 수입 원자재 시세 인하 효과를 완전히 상쇄해 버렸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더불어 우유와 설탕, 시럽 등 음료 제조에 필수로 들어가는 원재료는 물론이고 일회용 컵과 컵 뚜껑, 플라스틱 빨대 등 각종 부자재 비용이 동반 상승한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특히 우유 함량이 높은 라떼 종류나 추가적인 제조 공정을 거쳐야 하는 디카페인 및 콜드브루 제품일수록 가공 원가 부담이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매장 운영을 위한 인건비와 물류비용까지 해마다 상승하면서 전체적인 원가 압 압박이 한계치에 다다랐다는 분석이다. 한 커피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수입 원두의 국제 시세가 일부 하락하더라도 유통 구조상 소비자가격에 즉각 반영하기는 대단히 어렵다며, 최근 지속되는 고환율 리스크까지 더해져 전방위적인 비용 부담이 가중되는 실정이라고 털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