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 싸우지 말고 함께 살아가라"…김의신 교수가 부산 환자들에게 던진 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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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신 치료법보다 '삶의 태도' 강조한 2시간 강연
- "암은 의사가 아닌 몸이 이겨내는 병" 환자들 공감
- 200석 가득 채운 환자·가족들…"위로와 희망 얻었다"
세계적인 암 권위자인 김의신 미국 MD앤더슨암센터 종신교수가 부산에서 던진 이 한마디는 강당을 찾은 암 환자들과 가족들의 시선을 단번에 집중시켰다.

지난 12일 동남권원자력의학원 대강당에서 열린 건강강좌에는 200여 명의 환자와 가족들이 몰렸다. 일부 참석자들은 평소 온라인 강연을 통해 김 교수의 강의를 접하다 직접 이야기를 듣기 위해 타 지역에서 찾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강연은 일반적인 의학 강좌와는 다소 결이 달랐다. 최신 항암치료법이나 신약 정보를 소개하기보다 질병을 바라보는 시각과 삶의 태도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을 이뤘다.
김 교수는 암 환자들이 가장 먼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암'보다 '두려움'을 꼽았다.
그는 "한국 환자들 가운데는 몸속에 암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과도한 불안과 스트레스는 치료 과정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암 치료 성적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가 암 검진 체계와 의료 접근성이 우수한 데다 조기 발견 비율도 높아지면서 암 생존율 역시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
김 교수 역시 이날 강연에서 "초기 암은 치료 결과가 매우 좋다"고 강조하며 정기 건강검진의 중요성을 거듭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암을 단순히 제거해야 할 적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에는 선을 그었다.
"암에는 완치라는 표현보다 관해라는 개념이 더 중요하다"는 그의 설명은 많은 환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암세포를 100% 없애는 데만 집착하기보다 남은 삶의 질을 유지하고 건강한 일상을 이어가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강연 내내 반복된 또 하나의 주제는 '마음'이었다.
김 교수는 몸과 정신을 별개의 영역으로 보지 않았다. 긍정적인 인간관계와 사회적 활동, 삶의 목적 의식이 건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은퇴 이후에도 사회와 관계를 이어가고 자신의 역할을 찾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건강하게 살아가는 사례를 소개하며 참석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그는 "오래 사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왜 사는지가 중요하다"며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찾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식습관과 운동에 대한 조언도 이어졌다.
김 교수는 특정 음식 하나가 암을 치료하거나 예방한다고 믿는 극단적인 건강 정보에 대해서는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신 충분한 수면과 규칙적인 운동, 균형 잡힌 식사, 적절한 휴식이라는 기본 원칙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체력과 근력은 항암치료 과정에서 환자의 회복력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라며 꾸준한 신체 활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강연이 끝난 뒤에도 상당수 참석자들은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질문을 하기 위해 줄을 선 환자들도 적지 않았다. 일부 환자들은 "치료법보다 삶을 바라보는 관점을 배우게 됐다", "암을 두려움의 대상으로만 생각했는데 생각이 달라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관계자는 "이번 강연은 암 치료 정보 전달을 넘어 환자와 가족들에게 정서적 위로와 희망을 전하는 시간이었다"며 "앞으로도 지역민들의 건강한 삶을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암을 둘러싼 의학은 계속 발전하고 있지만, 이날 김 교수의 메시지는 의외로 단순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움직이며, 사람들과 어울리고, 삶의 의미를 찾는 것.
그는 그것이야말로 암 환자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처방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