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1위 휩쓸더니… 결국 치명적 '논란'에 무너진 한국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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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왜곡 논란에 발목 잡힌 신드롬작의 씁쓸한 결말
최근 역사 왜곡 논란으로 대중의 거센 비판을 받았던 MBC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의 블루레이 제작이 결국 최종 무산됐다. 드라마가 종영한 지 약 한 달 만에 전해진 소식이다.

‘21세기 대군부인’ 블루레이 추진팀은 지난 15일 공식 팬카페를 통해 해당 작품의 블루레이 출시가 최종적으로 취소됐음을 공식 선언했다. 추진팀 관계자는 공지글을 통해 “그동안 블루레이 제작을 성사시키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였으나 작품을 둘러싼 여러 상황과 제반 여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끝에 최종적으로 제작 무산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오랜 시간 동안 작품을 아끼고 블루레이 출시를 기다려준 팬들에게 이와 같은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게 돼 매우 죄송하고 마음이 무겁다”며 고개를 숙였다.
추진팀은 갑작스러운 취소 통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내부 잡음과 루머 확산을 경계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들은 “이번 제작 무산 결정과 관련해 확인되지 않은 추측성 루머나 악의적인 억측은 자제해 주시기를 간곡히 당부드린다”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블루레이 발매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점을 팬분들께서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제작 무산 확정에 따라 지난달 8~18일 약 열흘간 진행됐던 선입금 주문 건은 전량 취소된다. 당시 블루레이 세트의 가격은 25만 9800원으로 책정돼 상당한 금액대의 예약 판매가 이뤄진 바 있다. 추진팀 측은 오는 18일을 기해 해당 선입금 구매자들의 결제 건을 일괄적으로 취소하고 환불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안내했다.
시청률·화제성 모두 잡았던 흥행작, 왜 나락으로 떨어졌나
지난달 16일 종영한 MBC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은 방영 초기만 해도 하반기 최고 기대작이자 흥행작으로 손꼽혔다. 21세기 대한민국이 여전히 입헌군주제 국가라는 독특한 가상 역사 설정을 바탕으로, 막강한 부를 가졌으나 신분은 평민인 여자와 왕의 아들이지만 아무것도 가질 수 없는 남자의 운명 개척과 신분 타파 로맨스를 그리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실제로 드라마는 방영 시작과 동시에 동시간대 막강한 경쟁작이었던 SBS 금토 드라마 ‘신이랑 법률사무소’를 가볍게 제치고 동시간대 시청률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대중적 인기를 가늠하는 지표인 화제성 역시 압도적이었다. K-콘텐츠 경쟁력 분석 전문 기관인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의 공식 플랫폼 펀덱스(FUNdex)가 발표한 TV-OTT 통합 프로그램 화제성 및 출연자 화제성 순위에서 방영 내내 최상위권을 독식하며 신드롬급 인기를 증명하기도 했다.
이런 화려한 성적표 뒤에는 방영 내내 가라앉지 않는 치명적인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었다. 바로 '역사 고증 오류'와 '역사 왜곡 논란'이었다.
드라마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극 중 왕실의 호칭과 궁중 예법, 국가의 정치 체계 설정 등이 실제 조선 시대의 역사나 대한제국 시절의 고증과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전문가와 누리꾼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제기됐다. 가상의 입헌군주제라는 설정을 감안하더라도 기본적인 전통문화와 국가적 기틀에 대한 묘사가 지나치게 왜곡됐다는 비판이었다.

특히 드라마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논란의 불씨가 극에 달했다. 극 중 인물이 중국식 황제의 관모인 '구류면류관'을 착용하고 등장하는가 하면 황제에게나 사용되던 ‘천세(千歲)’를 외치는 장면 등이 여과 없이 송출됐다. 이를 본 시청자들은 고증 실수를 넘어 중국의 문화 동북공정 논리에 동조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거세게 분노했다.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수천 건의 민원이 접수됐고 시청자 게시판은 드라마 폐지 및 항의 글로 마비됐다. 결국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주연 배우 아이유와 변우석을 비롯해 연출을 맡은 박준화 감독, 극본을 쓴 유지원 작가 등 핵심 제작진과 출연진이 연이어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드라마는 방영 내내 이어진 역사 왜곡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낙인과 싸늘한 여론 속에서 씁쓸하게 막을 내렸고 그 여파가 결국 소장용 블루레이 발매 무산으로까지 이어지게 됐다.
‘21세기 대군부인’의 파격적인 서사
역사 왜곡 논란으로 아쉬운 결말을 맞이했지만 서사 자체와 캐릭터들의 매력만큼은 안방극장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드라마가 방영 초기 그토록 높은 화제성과 시청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배우들의 열연과 입체적인 인물 설정이 있었다.

배우 아이유가 연기한 여주인공 ‘성희주’는 주체적이고 강렬한 여성 캐릭터다. 희주는 대한민국 재계 순위 1위를 자랑하는 굴지의 대기업 '캐슬그룹'의 둘째 딸이다. 신이 내린 화려한 외모와 남들을 압도하는 비상한 두뇌를 모두 갖춘 인물로 여기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지독한 승부욕까지 더해져 비즈니스 세계에서의 승률은 언제나 100%를 자랑한다.
완벽해 보이는 그에게도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존재한다. 바로 신분제 사회 속에서의 ‘평민’이라는 신분과 ‘사생아’라는 태생적 한계다. 21세기 입헌군주제 사회 속에서 희주는 아무리 노력해도 뛰어넘을 수 없는 신분의 벽을 마주한다. 특히 노력이나 실력으로 차지한 것도 아니면서 그저 좋은 가문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고개를 빳빳이 들고 거드름 피우는 명문가 양반 자제들을 희주는 진심으로 혐오한다.
그런 희주에게 인생 최대의 난제가 찾아오는데 다름 아닌 ‘결혼’이었다. 기업의 미래와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명문가 가문과의 정략결혼이 필수적인 상황에 놓인다. 하지만 희주가 일궈낸 ‘캐슬뷰티 대표’라는 화려한 직위도, 국가로부터 인정받은 ‘최우수기업가상’의 명예도 귀족들의 보수적인 결혼시장에서는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평민이라는 신분과 사생아라는 집안의 치부는 상류층 사회에서 그저 거대한 하자로 취급받을 뿐이었다.
결국 계산이 빠른 희주는 이왕 싸워야 한다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훌륭하고 귀한 신랑감을 차지하겠다고 결심한다. 타깃은 바로 왕실의 이안대군 ‘이완’이었다. 이기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희주는 그렇게 자신과 아주 많이 닮아있으면서도 전혀 다른 선택을 하며 살아가는 남자 완을 만나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배우 변우석이 연기한 남주인공 ‘이안대군 이완’은 휘몰아치는 왕실의 폭풍 한가운데 서 있는 비운의 인물이다. 그는 희종대왕의 둘째 아들이자 선종의 하나뿐인 친동생이다.
입헌군주제 국가의 왕실에서 ‘차남’으로 태어난다는 것은 중의적인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아무런 책임 없이 편하게 살아도 된다는 왕실의 ‘승인’인 동시에 감히 왕권을 탐내거나 빛나서는 안 된다는 잔인한 ‘족쇄’였다. 왕실의 철저한 감시 속에서 숨도 크게 쉬지 못하고 소리도 내지 못한 채 살아야 하는 대군의 삶은 그저 미술관에 박제돼 전시된 화려한 그림과 다를 바 없었다.
완은 누구보다 넘치는 승부욕과 불 같은 성미를 지녔으며 강렬한 붉은색을 사랑하는 뜨거운 피를 가진 소년이었다. 그의 부친인 희종대왕은 완의 이런 위험한 뜨거움을 누구보다 먼저 알아차리고 경계했다. 완의 거침없는 성정이 훗날 왕위를 이어받을 세자 '환'에게 커다란 위협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결국 완은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뜨거운 불꽃을 깊은 바닷속으로 숨기는 청년의 삶을 선택해야만 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꿈틀거리는 이기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고 시시때때로 끓어오르는 불 같은 성미를 다스리며 철저히 죽은 듯이 살아갔다.
그러던 중 희종대왕이 승하하고 든든한 버팀목이자 형이었던 선종이 의문의 사고로 급작스럽게 승하하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선종의 뒤를 이어 왕위를 계승해야 할 왕세자 ‘윤’의 나이가 고작 다섯 살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국가와 왕실의 위엄을 지키고 막중한 공무를 수행하기에는 너무 어리고 나약한 군주였다.
결국 완은 어린 조카를 보호하고 왕실을 지키기 위해 베일 뒤에서 나와 나라를 통치하는 ‘섭정’을 시작하게 된다. 이로 인해 그는 대중과 정적들로부터 ‘21세기의 수양대군’이라는 피할 수 없는 잔혹한 타이틀을 얻게 된다.

이들 사이에 서서 팽팽한 긴장감을 조율하는 인물은 배우 노상현이 연기한 ‘민정우’다. 정우는 대대손손 정계의 요직을 독식하며 대한민국을 움직여온 최고의 명문가, 민씨 집안의 장남(퍼스트본)이다.
대중이 아는 상냥한 모습과 달리 정치인 민정우는 결코 만만한 남자가 아니다. 그는 표를 얻어야 하는 선거철이라고 해서 짐짓 서민적인 척 재래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악수를 나누는 식의 뻔하고 가식적인 정치 쇼는 하지 않는다.
그의 진짜 무서운 점은 예측 불가능한 ‘정치적 노선’이다. 정우는 어떤 날에는 기득권층과 명문 귀족 세력의 이익을 대변하는 상징처럼 굴다가도 또 어떤 날에는 기득권을 타파하려는 혁명의 수호자처럼 앞장서서 나서는 파격적인 정치를 선보인다. 종잡을 수 없는 행보 때문에 정계 내외에서는 그를 향해 ‘철새 같은 기회주의자’라거나 ‘속을 알 수 없는 뱀 같은 인간’이라는 혹독한 비난과 비판을 쏟아내기도 하지만 정우는 세간의 평판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그런 정우가 유일하게 자신의 가면을 벗고 솔직하게 구는 상대가 있다. 바로 어린 시절 왕세자의 동반자인 ‘배동’ 시절부터 함께 자라온 이안대군 이완이다. 늘 권력의 중심에서 가면을 쓰고 살아야 하는 가혹한 운명도, 그 화려한 가면 아래 감춰진 얼굴의 어둠이 깊다는 사실도 누구보다 닮은 두 사람이었기에 가능했다. 오랜 세월 동안 쌓아온 두 사람의 신뢰와 우정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덕분에 정우는 완과 만난 자리에서만큼은 정적들이 들으면 까무러칠 만한 예민한 의제들, 예컨대 ‘왕실 예산 축소안’이나 ‘왕실법 개정’ 같은 껄끄러운 정치적 의견도 서슴없이 나누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