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27개 슈팅도 못 뚫었다...첫 월드컵서 0-0 대이변 만든 ‘52만 섬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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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최대 이변...스페인, 슈팅 27회 파상공세 펼치고도 무득점

스페인이 27개의 슈팅을 쏟아붓고도 끝내 골문을 열지 못했다.

스페인이 월드컵 첫 경기에서 카보베르데와 0-0으로 비겼다
스페인이 월드컵 첫 경기에서 카보베르데와 0-0으로 비겼다

상대는 월드컵 본선 무대를 사상 처음 밟은 인구 52만여 명의 섬나라 카보베르데였다. 우승 후보로 꼽히는 ‘무적함대’ 스페인이 첫 출전국을 상대로 0-0 무승부에 그친 장면은 2026 북중미 월드컵 초반 최대 이변 중 하나로 남게 됐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스페인은 16일 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카보베르데와 득점 없이 비겼다. 스페인은 슈팅 27개, 크로스 40개, 패스 804개를 기록하며 경기 대부분을 지배했지만, 정작 필요한 한 골을 만들지 못했다. 카보베르데는 슈팅 6개에 그쳤으나 끝까지 버텼고, 역사적인 첫 월드컵 경기에서 귀중한 승점 1을 따냈다.

스페인 27개 슈팅, 그런데 골은 없었다

이날 스페인의 출발은 이름값만 놓고 보면 압도적이었다. 로드리, 페드리, 가비, 페란 토레스, 마르크 쿠쿠렐라, 파우 쿠바르시 등 유럽 주요 리그에서 뛰는 주축 선수들이 대거 선발로 나섰다. 전력, 경험, 개인 기량 어느 쪽을 봐도 스페인이 경기를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역사적인 첫 월드컵 경기에서 귀중한 승점 1점 따낸 카보베르데 / 스페인 축구 국가대표팀 공식 인스타그램
역사적인 첫 월드컵 경기에서 귀중한 승점 1점 따낸 카보베르데 / 스페인 축구 국가대표팀 공식 인스타그램

실제로 경기 흐름은 스페인의 것이었다. 스페인은 카보베르데를 자기 진영에 몰아넣고 끊임없이 공격을 시도했다. 패스 성공률은 90%를 넘겼고, 측면에서는 40개의 크로스가 올라왔다. 그러나 숫자는 압도적이었지만 효율은 떨어졌다. 27개의 슈팅 중 유효 슈팅은 7개였고, 크로스가 동료에게 정확히 연결된 장면도 6차례에 불과했다.

카보베르데는 라인을 깊게 내리고 공간을 좁혔다. 스페인의 패스 길을 끊고, 페널티박스 안에서는 몸을 던져 슈팅 각도를 지웠다. 경기장을 지배한 쪽은 스페인이었지만, 스코어를 지켜낸 쪽은 카보베르데였다.

첫 월드컵 오른 52만 섬나라, 우승 후보를 멈췄다

카보베르데는 아프리카 서쪽 대서양에 위치한 15개 섬으로 이뤄진 군도 국가다. 인구는 52만여 명. 세계 축구 무대에서는 익숙한 이름이 아니지만, 이번 대회에서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뤄냈다.

카보베르데는 1986년 국제축구연맹(FIFA)에 가입한 뒤 2002년 한일 월드컵 예선부터 꾸준히 본선에 도전했다. 이번 아프리카 예선에서는 전통의 강호 카메룬을 제치고 조 1위로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그리고 첫 본선 경기에서 만난 상대가 하필 스페인이었다.

'우승 후보' 스페인 상대로 0-0 대이변 쓴 섬나라 / 스페인 축구 국가대표팀 공식 인스타그램
'우승 후보' 스페인 상대로 0-0 대이변 쓴 섬나라 / 스페인 축구 국가대표팀 공식 인스타그램

대부분은 스페인의 낙승을 예상했다. 하지만 카보베르데는 월드컵 경험 부족을 조직력으로 메웠다. 선수들은 스페인의 이름값에 밀리지 않았고, 90분 내내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첫 월드컵, 첫 경기, 첫 승점. 카보베르데는 가장 어려운 상대를 만나 가장 강렬한 방식으로 자기 이름을 알렸다.

40세 보지냐, 스페인 공세 막아낸 최후의 방패

이변의 중심에는 40세 골키퍼 보지냐가 있었다. 불혹의 나이에 월드컵 데뷔전을 치른 그는 경기 내내 카보베르데 골문 앞에 선 최후의 방패였다.

전반 38분, 페드리가 날카로운 슈팅을 시도하자 보지냐는 몸을 날려 공을 크로스바 위로 쳐냈다. 비록 공격 전개 과정에서 오프사이드 깃발이 올라가 무효가 된 장면이었지만, 보지냐의 반응 속도와 집중력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했다.

전반 41분에는 스페인이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쿠쿠렐라가 머리로 떨군 공을 페란 토레스가 골문 앞에서 강하게 찼지만 크로스바를 때렸다. 이어 미켈 오야르사발의 헤더까지 이어졌으나 보지냐가 다시 막아냈다. 전반 추가시간 라포르트의 헤더까지 쳐내며 보지냐는 스페인의 파상공세를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육탄방어로 슈팅 막아낸 카보베르데 / 스페인 축구 국가대표팀 공식 인스타그램
육탄방어로 슈팅 막아낸 카보베르데 / 스페인 축구 국가대표팀 공식 인스타그램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뒤 보지냐는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보였다. 생애 첫 월드컵에서 우승 후보를 상대로 무실점. 개인에게도, 나라에도 쉽게 잊히지 않을 장면이었다.

라민 야말까지 넣었지만, 스페인은 끝내 조급했다

스페인은 후반 들어 변화를 줬다. 루이스 데라푸엔테 감독은 가비를 빼고 라민 야말을 투입했다. 부상에서 돌아온 야말은 그라운드에 들어서자마자 오른쪽 측면에서 활기를 불어넣었다.

야말은 투입 4분 만에 상대 수비수를 제치고 마르코스 요렌테에게 패스를 찔러줬고, 이어 미켈 메리노가 슈팅까지 연결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보지냐가 막아냈다. 경기 흐름은 바뀌는 듯했지만, 스페인의 마무리는 끝내 날카롭지 못했다.

후반 44분에도 결정적인 장면이 나왔다. 다니 올모의 패스를 받은 오야르사발이 지체 없이 슈팅을 날렸지만, 카보베르데 수비수 로페스가 몸을 돌려 등으로 막아냈다. 골문으로 향하던 공을 온몸으로 지워낸 장면이었다. 스페인은 마지막까지 몰아쳤지만, 카보베르데의 골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숫자는 스페인, 결과는 카보베르데였다

카보베르데에 발목 잡힌 스페인 / 스페인 축구 국가대표팀 공식 인스타그램
카보베르데에 발목 잡힌 스페인 / 스페인 축구 국가대표팀 공식 인스타그램

세부 지표만 보면 스페인이 경기를 완전히 지배했다. 패스 시도 804개, 성공 745개. 카보베르데의 패스 시도 304개와 비교하면 차이는 뚜렷했다. 슈팅도 스페인 27개, 카보베르데 6개였다.

하지만 축구는 점유율과 슈팅 수만으로 이기는 경기가 아니다. 카보베르데는 수비 블록을 촘촘하게 세웠고, 스페인의 슈팅 6개를 몸으로 막아냈다. 크로스는 올라왔지만 중앙은 쉽게 열리지 않았고, 세컨드볼 상황에서도 집중력이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경기 막판에는 카보베르데가 세트피스에서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었다. 코너킥 상황에서 지네이 보르헤스가 헤더를 시도하며 스페인을 긴장시켰다. 공격 횟수는 적었지만, 카보베르데는 버티기만 한 팀이 아니었다.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끝까지 경기를 끌고 갔다.

“조국에 모든 것을 의미한다”…카보베르데가 쓴 새 역사

0-0 무승부가 확정되자 두 팀의 표정은 극명하게 갈렸다. 스페인 선수들은 허탈하게 그라운드에 주저앉았다. 반면 카보베르데 선수들은 서로를 끌어안고 환호했다. 승리는 아니었지만, 그들에게는 승리와 다름없는 승점 1이었다.

매체에 따르면, 보지냐는 경기 후 “나 자신뿐 아니라 모든 선수들, 그리고 모든 카보베르데 국민이 무척 자랑스럽고 행복할 것”이라며 “우리는 이 자리에 오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고 말했다. 페드루 브리투 감독도 “이 결과는 조국에 모든 것을 의미한다”며 “우리는 탄탄한 조직력과 굴하지 않는 용기를 보여줬다”고 밝혔다.

스페인은 27개의 슈팅을 기록하고도 득점하지 못했다. 카보베르데는 6개의 슈팅만으로도 역사를 만들었다. 첫 월드컵, 첫 경기, 첫 승점. 인구 52만여 명의 작은 섬나라가 세계 축구의 거대한 무대에서 남긴 0-0은 단순한 무승부가 아니었다. 카보베르데 축구가 처음으로 월드컵에 새긴 존재 증명이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대이변’ 장면 BEST3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초반부터 예상 밖 장면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 체코를 상대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고, 일본은 네덜란드와 난타전 끝에 승점을 나눠 가졌다. 스웨덴은 튀니지를 대파하며 ‘죽음의 조’ 판도를 단숨에 흔들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멕시코 할리스코주 사포판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1차전 대한민국과 체코의 경기에서 오현규가 2-1로 승리를 거둔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 뉴스1
지난 11일(현지시간) 멕시코 할리스코주 사포판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1차전 대한민국과 체코의 경기에서 오현규가 2-1로 승리를 거둔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 뉴스1

3위. 한국, 체코에 2-1 역전승

한국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체코를 상대로 2-1 역전승을 거두며 강렬한 출발을 알렸다. 먼저 끌려가는 흐름에서도 무너지지 않았고, 후반 들어 공격 템포를 끌어올리며 경기를 뒤집었다. 유럽 팀을 상대로 만든 역전승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고, 첫 경기 승점 3을 확보하면서 16강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밟았다.

2위. 일본, 네덜란드와 2-2 무승부

일본은 유럽 강호 네덜란드를 상대로 2-2 무승부를 만들며 조별리그 초반 또 하나의 이변을 썼다. 네덜란드가 앞서가면 일본이 따라붙는 흐름이 반복됐고, 끝내 패배를 피하며 귀중한 승점 1을 챙겼다. 강팀을 상대로 끝까지 무너지지 않은 집중력과 빠른 전환 플레이가 돋보인 경기였다.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 뉴스1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 뉴스1

1위. 스웨덴, 튀니지 5-1 완파

가장 강렬한 장면은 스웨덴의 5-1 대승이었다. 스웨덴은 튀니지를 상대로 공격력을 폭발시키며 조별리그 초반 최대급 스코어를 만들었다. 네덜란드와 일본이 승점을 나눠 가진 사이, 스웨덴은 승점 3과 큰 골득실 차를 동시에 확보하며 ‘죽음의 조’ 선두로 올라섰다. 단순한 1승을 넘어 조 전체 판도를 흔든 결과였다.


조별리그 초반부터 흔들린 판도

한국의 역전승, 일본의 무승부, 스웨덴의 대승은 모두 조별리그 흐름을 바꾼 장면이었다. 월드컵 조별리그는 단 세 경기로 운명이 갈리는 무대다. 첫 경기에서 만든 승점과 골득실, 그리고 분위기는 남은 일정에 큰 영향을 준다. 초반부터 이어진 이변은 이번 대회가 이름값만으로는 버틸 수 없는 무대라는 사실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