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기본소득 고배 마신 담양군… ‘소멸 위기’ 막아낼 혁신은 이제부터

작성일

44개 지자체 몰린 피 말리는 경합 끝 아쉬운 탈락… "조례 제정 등 뼈 깎는 노력 밑거름 삼아 독자적 생존 전략 고도화할 것"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대한민국 지방 도시들이 벼랑 끝에 서 있다. 인구의 자연 감소와 청년층의 수도권 유출이 맞물리며 '지방 소멸'은 더 이상 먼 미래의 경고가 아닌, 당장 발등에 떨어진 생존의 위협이 되었다.
담양군
담양군

이러한 국가적 위기 상황 속에서 전남 담양군이 지역의 명운을 걸고 야심 차게 도전장을 내밀었던 정부 주도의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 사업’ 추가 공모에서 안타깝게도 최종 선정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하지만 담양군은 이번 고배를 단순한 실패로 규정하지 않는다. 공모를 준비하며 보여준 뼈를 깎는 혁신과 행정적 결단은, 향후 담양군이 독자적인 생존 전략을 모색하는 데 있어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 생존을 위한 데스매치… 44개 지자체의 피 말리는 혈투

정부가 지방 소멸의 방파제로 삼기 위해 빼어든 카드인 '농어촌 기본소득'은 조건 없이 지역 주민들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하여 최소한의 정주 여건을 보장하고 지역 경제의 선순환을 유도하는 혁신적인 실험이다. 이번 추가 공모는 법적으로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전국 59개 군 단위 지자체를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결과는 그야말로 피 말리는 '데스매치'였다. 무려 44개 군이 사활을 걸고 공모에 뛰어들며 치열한 경합을 벌인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농어촌 지자체가 현재 얼마나 절박한 소멸 위기감에 휩싸여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지표다. 담양군 역시 이 시범 사업 유치를 지역의 낡은 지도를 바꿀 중대한 역사적 전환점으로 인식하고, 부서 간의 칸막이를 완전히 허문 전사적인 협업 통제탑을 구축해 쉼 없이 달려왔다.

■ 수해 복구의 짐 짊어지고도 달렸다… 담양군의 뼈 깎는 투혼

담양군의 이번 도전이 더욱 묵직한 울림을 주는 이유는 그들이 처했던 가혹한 재정적 현실 때문이다. 넉넉하지 않은 살림살이 속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막대한 수해 복구비용까지 감당해야 하는 최악의 재정 압박이 존재했다. 국비와 도비의 매칭 비율에 따른 지방비 분담 구조 역시 군의 숨통을 조이는 족쇄와도 같았다.

하지만 담양군은 여기서 주저앉지 않았다. 인구 감소와 초고령화라는 거대한 쓰나미를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해 지자체가 할 수 있는 가장 과감하고 선제적인 결단을 내렸다. 뼈를 깎는 세출 구조 조정을 통해 마른수건을 쥐어짜듯 예산을 확보했고, 정부로부터 교부받은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이 사업의 마중물로 쏟아붓겠다는 치밀하고도 공격적인 재원 조달 로드맵을 정부에 제시하며 강력한 추진 의지를 불태웠다.

■ 조례 제정부터 군민 여론 결집까지, '골든타임' 사수 작전

행정적인 지원 사격도 역대급 속도전으로 전개되었다. 담양군은 공모의 골든타임을 사수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여 법적 근거가 되는 ‘담양군 기본소득 기본 조례’를 의회와 협력해 일사천리로 제정해 냈다. 어떠한 정책이든 튼튼한 법적 기반 없이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뼈저린 행정 경험이 발휘된 순간이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정책의 진짜 주인인 군민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해 광범위한 여론 수렴과 설문조사를 끈질기게 실시했다. 탁상행정에서 만들어진 획일적인 기획안이 아니라, 담양 군민들의 삶의 애환과 열망이 고스란히 녹아든 '담양형 맞춤 기본소득 모델'을 빚어내기 위함이었다. 비록 한정된 국가 예산과 타 지자체들과의 소리 없는 전쟁 속에서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이 과정에서 확인된 군민들의 단합된 결속력은 담양의 새로운 가능성을 입증했다.

■ "여기서 주저앉을 수 없다"… 더 정교해질 담양의 소멸 방어선

이번 미선정 결과에 대해 지역 사회 전반에 아쉬운 탄식이 흐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담양군 청사 내부의 분위기는 좌절보다는 새로운 전의로 불타오르고 있다. 공모 탈락이라는 결과표가 지역 살리기를 향한 행정의 시계를 멈출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담양군 정책 기획 부서의 핵심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이번 정부 시범 사업의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은 매우 뼈아프고 군민들께 송구한 마음”이라면서도, “하지만 우리가 지난 수개월 동안 밤낮없이 준비하며 다져놓은 혁신적인 조례와 재정 확보 시스템, 그리고 무엇보다 지역을 살려보겠다는 군민들의 뜨거운 열망은 고스란히 남아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이번에 부족했던 점을 냉철하게 복기하고 분석하여, 우리 공동체의 잃어버린 활력을 되찾고 미래 세대가 담양이라는 터전에서 안심하고 꿈을 꿀 수 있는 독자적이고 정교한 지방 소멸 극복 방어선을 흔들림 없이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비장한 각오를 다졌다. 담양군의 진짜 싸움은 이제 막 2막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