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찜통더위 막아라" 보성 들녘 누비는 14인의 생명수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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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말까지 고령 농가 집중 밀착 순찰… 온열질환 제로(0) 향한 총력전 돌입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여름의 문턱을 갓 넘은 시점이지만, 남도의 들녘은 벌써부터 이글거리는 태양 빛과 숨 막히는 열기로 들끓고 있다.
보성군은 지난 12일 농업기술센터 중강당에서 여름철 폭염으로 인한 농업인 온열질환 예방과 안전한 농작업 환경 조성을 위해 ‘2026년 농업인 안전지킴이 발대식’을 개최했다. / 보성군
보성군은 지난 12일 농업기술센터 중강당에서 여름철 폭염으로 인한 농업인 온열질환 예방과 안전한 농작업 환경 조성을 위해 ‘2026년 농업인 안전지킴이 발대식’을 개최했다. / 보성군

매년 이맘때가 되면 농촌 지역은 그야말로 '폭염과의 전쟁'을 치른다. 작물이 타들어 가는 것을 막기 위해, 혹은 조금이라도 더 수확을 거두기 위해 가마솥더위 속에서도 기어이 밭으로 나서는 고령의 농민들 때문이다. 한순간의 방심이 곧장 치명적인 온열질환과 안타까운 인명 피해로 직결되는 아찔한 상황 속에서, 전남 보성군이 농민들의 생명줄을 지키기 위한 전례 없는 선제적 방어선을 구축해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 기후위기가 부른 살인 더위… 뙤약볕 앞 농촌의 비상사태

과거의 여름과 지금의 여름은 그 궤를 완전히 달리한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은 농촌에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가혹하게 들이닥쳤다. 살인적인 폭염이 일상화되면서 농작업 현장은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위험한 사각지대로 변모했다.

이러한 절박한 위기의식 속에서 보성군은 지난 12일 군 농업기술센터 중강당에서 매우 의미 있는 출정식을 열었다. 이름하여 ‘2026년 농업인 안전지킴이 발대식’이다. 단순한 캠페인성 행사가 아닌, 실제 농업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온열질환을 원천 봉쇄하고 농민들의 안전을 지켜낼 구체적인 전술을 공유하는 치열한 작전 회의장을 방불케 했다. 참석자들은 실전에서 즉각 활용할 수 있는 응급처치 요령부터 온열질환 예방 행동 수칙까지 강도 높은 교육을 이수하며, 다가올 폭염과의 험난한 사투를 결연하게 준비했다.

■ 들녘 누비는 14인의 특수요원, 베테랑 농부가 나섰다

보성군이 꺼내든 폭염 대응의 핵심 카드는 다름 아닌 '농민이 농민을 지킨다'는 현장 밀착형 그물망 전략이다. 군은 지역 지리에 통달하고 농사일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베테랑 선도농업인들을 최전선에 투입했다.

총괄적인 현장 지휘를 맡은 안전리더 2명과 발로 뛰는 온열질환 예방 요원 12명 등 총 14명으로 구성된 이들 정예 요원들은, 본격적인 찜통더위가 물러가는 오는 8월 말까지 보성군 전역의 들녘을 샅샅이 누빌 예정이다. 책상머리 행정이나 형식적인 순찰이 아니라, 이웃의 얼굴과 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는 동네 베테랑들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순찰을 돈다는 점에서 그 어떤 예방 대책보다 강력하고 즉각적인 실효성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 "가장 뜨거운 시간, 무조건 쉽시다" 생명 살리는 브레이크 타임

이들 14인의 안전지킴이에게 부여된 임무는 막중하다. 가장 먼저 기온이 최고조에 달하는 한낮의 위험 시간대(오후 2시~5시)에 밭과 비닐하우스 등 취약 지역을 집중적으로 순찰한다. 뙤약볕 아래에서 일하고 있는 농민을 발견하면 즉각 작업을 중단시키고 시원한 그늘로 대피시키는 '브레이크 타임'을 강제하는 것이 이들의 핵심 역할이다.

또한, 현장에서 체온을 낮출 수 있는 각종 필수 안전용품을 직접 보급하고 올바른 착용법을 시연하는 한편, 폭염 대비 농작업 안전지침을 쉴 새 없이 전파한다. 무엇보다 홀로 농사를 짓거나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초고령 농업인들의 가정을 직접 방문하여 건강 상태와 안부를 수시로 챙기는 등, 기계적인 행정이 미처 닿지 못하는 틈새를 사람의 온기로 촘촘하게 메워나갈 계획이다.

■ 단 한 명의 희생도 허락 않겠다… 보성군의 집념과 선제적 방어막

보성군의 이번 안전지킴이 가동은 단순히 여름철 한철을 무사히 넘기기 위한 임시방편이 아니다. '수확보다 생명이 먼저'라는 근본적인 농작업 안전 문화를 지역 사회 깊숙이 뿌리내리게 하겠다는 단체장의 확고한 철학과 집념이 반영된 결과다.

발대식을 진두지휘한 보성군농업기술센터의 한 책임자는 “해를 거듭할수록 살인적으로 변해가는 여름철 폭염은 이제 자연재해를 넘어 농민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무서운 적이 되었다”고 진단하며, “이번에 출범한 14인의 농업인 안전지킴이는 폭염이라는 소리 없는 살인마로부터 우리 지역의 소중한 생명을 지켜내는 가장 강력한 방패가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군 행정력을 총동원하여 지킴이들의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올여름 보성군 들녘에서는 단 한 건의 온열질환 사고도 발생하지 않도록 그 어느 때보다 촘촘하고 완벽한 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사활을 걸겠다”고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농민의 땀방울이 온전한 결실로 이어지도록 묵묵히 곁을 지키는 이들의 아름다운 동행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