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년 성곽 울린 혼의 소리… 낙안읍성 달군 K-국악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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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부터 백발의 노년까지 세대 초월한 열창, 실시간 점수 공개로 투명성 더한 국악 대축제

지난 주말, 단순한 민속마을을 넘어 대한민국 전통문화의 살아있는 심장부로 불리는 낙안읍성에서 아주 특별한 소리꾼들의 경연이 펼쳐졌다.
순천시가 야심 차게 준비한 ‘제12회 순천 낙안읍성 전국 국악대전’이 전국에서 구름처럼 몰려든 관람객들과 예인들의 뜨거운 숨결 속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단순한 경연을 넘어 한국 전통음악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눈부신 미래를 한자리에서 조망할 수 있었던 이번 대회는, K-컬처의 든든한 뿌리인 국악의 저변을 획기적으로 넓혔다는 극찬을 받으며 성공적인 축제로 영원히 기록될 전망이다.
■ 백발의 소리꾼부터 앳된 유망주까지… 세대를 잇는 화합의 무대
올해로 12회째를 맞이하며 국내 굴지의 국악 등용문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한 이번 국악대전은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하고 다채로운 참가자 라인업을 자랑했다. 전국 팔도에서 내로라하는 소리꾼들이 총출동한 가운데, 총 77개 팀, 110명의 예인들이 무대에 올라 각자의 기량을 뽐냈다. 특히 올해 대회의 가장 큰 특징은 참가 부문의 파격적인 확대였다. 기존의 초등부, 중등부, 고등부, 신인부, 명인부 등 수직적인 경쟁 구도에 더해, 국악에 대한 열정 하나로 평생을 바쳐온 어르신들을 위한 '노년부'가 새롭게 신설된 것이다.
백발이 성성한 노년부 참가자가 묵직하고 깊은 주름만큼이나 깊이 있는 소리를 토해낼 때면 객석 곳곳에서 뜨거운 눈물과 환호가 터져 나왔다. 반면 초등부 무대에서는 제 몸집만 한 가야금을 뜯고 청아한 목소리로 창을 하는 어린 유망주들의 당찬 무대가 이어지며 관람객들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번지게 했다. 세대 간의 단절이 가속화되는 현대 사회에서, 오직 '국악'이라는 끈끈한 매개체 하나로 백발의 노인과 앳된 어린아이가 완벽하게 교감하고 화합하는 감동적인 앙상블이 완성된 것이다.
■ "심사 조작은 옛말"… 전광판에 즉각 뜨는 투명한 실시간 채점제
문화예술계 경연 대회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되어 온 '심사 논란'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주최 측의 파격적인 시스템 도입도 이번 대회의 격을 한 차원 높였다. 순천시는 공정하고 투명한 심사야말로 대회의 권위와 직결된다는 확고한 철학 아래, 대한민국 최고 권위의 국악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철통같은 심사위원단을 꾸렸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실시간 점수 공개 시스템'이었다. 무대 위에서 참가자의 경연이 끝남과 동시에 심사위원들이 태블릿을 통해 입력한 채점 결과가 무대 옆에 설치된 대형 LED 현장 모니터를 통해 관객과 참가자들에게 1초의 지연도 없이 여과 없이 공개되었다. 또한 최종 집계 결과 역시 곧바로 현장 공식 게시판에 활자로 부착되었다. 학연이나 지연, 혹은 외부의 압력이 개입할 여지를 단 1%도 남기지 않은 이 서슬 퍼런 심사 방식은 현장 참가자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와 신뢰를 이끌어냈다. "내 점수를 바로 눈앞에서 확인하니 결과에 승복할 수밖에 없고, 심사에 대한 일말의 의구심도 생기지 않는다"는 극찬이 줄을 이었다.
■ 최고의 영예, 광양 김지윤과 남원 박준희… 명창의 탄생을 알리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숨 막히는 진검승부와 엄격하고 날카로운 심사위원단의 채점망을 모두 통과한 끝에, 총 39개 팀이 이번 대회의 영예로운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쾌거를 이루었다. 올해부터 새롭게 도입된 '학생부 종합대상' 부문까지 겹쳐지며 수상의 벅찬 감동은 배가되었다.
그중에서도 대회의 최고 하이라이트이자 모든 소리꾼들이 선망하는 최상위 등급, 명인부의 통합 대상(국회의장상)은 전남 광양시에서 출전한 김지윤 명창에게 돌아갔다. 김지윤 명창은 특유의 호소력 짙은 탁성과 현장의 공기를 단숨에 압도하는 엄청난 성량, 그리고 관객의 심금을 파고드는 섬세한 감정 표현을 완벽하게 조화시키며 심사위원단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찬사를 받아냈다.
이와 함께 미래의 대한민국 국악계를 짊어질 학생부의 최고 영예, '학생부 종합대상(교육부장관상)'은 국악 명문 남원국악예술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박준희 학생이 차지했다. 박 군은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오랜 내공이 엿보이는 탄탄한 기본기와 성인 명창 못지않은 능수능란한 무대 매너를 선보이며 차세대 국악 스타의 화려한 탄생을 만천하에 알렸다. 이 밖에도 각 부문별로 빼어난 기량을 선보인 수상자들이 상장과 함께 푸짐한 부상을 거머쥐며 이틀간의 치열했던 열전의 대미를 장식했다.
■ 생태와 전통이 춤추는 도시, 순천의 위대한 '컬처노믹스' 비전
성공적으로 축제를 마무리한 순천시는 이번 국악대전을 기점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생태문화수도'로서의 입지를 더욱 견고히 다지겠다는 야심 찬 청사진을 내놓았다. 과거의 유산인 전통을 단순히 박물관 유리관 속에 박제해 두는 것이 아니라, 낙안읍성이라는 살아 숨 쉬는 공간을 통해 현대인들이 직접 즐기고 체험하며 일상에서 호흡할 수 있는 강력한 문화 콘텐츠로 재창조하겠다는 복안이다.
대회 현장의 열기를 묵묵히 지켜보며 진두지휘한 순천시 관계자는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참가자와 관광객이 한꺼번에 몰렸음에도 불구하고 성숙한 시민 의식 덕분에 단 한 건의 사소한 안전사고 없이 가장 풍성하고 품격 있는 국악 축제로 마무리되어 가슴 벅차게 생각한다”고 벅찬 소회를 밝혔다.
이어 그는 “세계적인 생태 도시로 우뚝 선 순천의 또 다른 강력한 무기는 바로 선조들이 빚어낸 전통문화의 굳건한 뿌리”라고 힘주어 말하며, “앞으로도 이 고귀한 전통문화의 토대 위에 현대적인 감각과 미래 지향적인 문화 예술적 가치를 끊임없이 덧입혀, 대한민국 국민은 물론 전 세계인이 찾아오고 열광하는 최고의 문화수도 순천시를 완성해 나가는 데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굳은 결의를 다졌다. 낙안읍성의 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 소리처럼, 순천의 문화적 파동은 이제 전국을 넘어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