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선관위, 선거 당일 용지 부족 초유 사태에도 다음날 회의... 모인 목적도 황당
작성일
사건 12시간 뒤 회의... 실질적 대책은 부재

6·3 지방선거 당일 서울특별시 송파구 일대 투표소에서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했음에도 이를 즉각 수습해야 할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가 사건 당일 어떠한 대책 회의도 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책임 기관인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 소속 위원들은 투표용지 고갈이라는 중대한 비상 상황 속에서도 사전에 예정돼 있던 통상적인 현장 시찰 일정을 그대로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SBS에 따르면 선거관리위원들이 사태 대응을 위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 시간은 사건 발생 다음 날인 지난 4일 새벽 4시였다.
구체적인 근무 상황을 살펴보면 서울시 선거관리위원 전체 8명 가운데 선거 당일인 3일에 정상 출근해 업무를 수행한 인원은 오민석 당시 서울시 선거관리위원장을 포함해 단 5명뿐이었다.
서울 송파구 투표소 현장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인해 투표 절차가 처음으로 20분 넘게 중단되기 시작한 시점은 당일 오후 4시 12분경이다.
그러나 심각한 사태가 발생한 직후에도 오 전 위원장을 비롯한 선거관리위원 3명은 오후 3시부터 4시 30분까지 서울 동작구 상도4동 투표소를 방문해 투표 진행 상황을 단순히 지켜보는 현장 점검 일정을 진행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투표 중단 사태가 보고된 이후에도 비상 회의를 소집하거나 즉각적인 대응 대책을 마련하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밤 9시부터 10시 30분까지로 예정돼 있던 서울 강남구 세텍 전시관 개표소 점검 일정을 변경 없이 그대로 진행했다.
투표용지 부족이라는 긴급 상황을 보고받은 후 원인을 파악하거나 부족한 용지를 어떻게 긴급 보충할지, 그리고 투표 마감 시간을 언제까지 연장할지 등을 논의하고 결정하기 위한 선거관리위원 전체 회의는 단 한 차례도 소집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투표 중단 사태가 본격화한 지 12시간이 흐른 이튿날 새벽 4시가 돼서야 오 전 위원장 등 서울시 선거관리위원 5명이 사태 발생 후 처음으로 모여 회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처럼 뒤늦게 열린 회의마저도 실질적인 사태 해결 방안이나 유권자 권리 구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언론 배포용 공식 입장문을 작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열렸던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 측은 당일 투표용지 고갈 사태를 겪은 일부 투표소의 투표 마감 시간을 늦게는 밤 10시까지 제각각 연장하도록 지시한 최종 결정 주체에 대한 SBS의 물음에 "실무진 등의 논의를 거쳐 위원회가 투표 시간 연장을 결정했다. 최종 결정권자는 오민석 당시 위원장"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는 중대한 결정 과정이 담긴 결재 서류나 객관적 기록물을 SBS 취재진에게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선거관리위원회는 헌법에 따라 선거와 국민투표의 공정한 관리를 책임지는 독립 기관으로 투표용지 배부부터 최종 개표까지 선거의 전 과정을 차질 없이 주관해야 할 막중한 법적 의무를 지닌다.
투표가 중단되는 비상 상황 발생 시 위원회는 즉각적인 비상 회의를 소집해 예비 용지를 긴급 수송하거나 투표 시간을 탄력적으로 연장하는 등 유권자의 참정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선거관리위원회 지휘부가 보여준 초기 대응 실패와 안일한 의사결정 지연은 국민의 헌법적 기본권인 참정권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