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영양소로만 알았다면 오산… '활성형 엽산' 주목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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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 합성부터 혈관 건강까지… '엽산'의 역할 재조명
일반형과 활성형의 차이에 관심… 체내 활용도가 핵심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들이 산부인과에서 가장 먼저 듣는 조언 중 하나는 엽산 섭취다. 태아의 신경관 결손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엽산은 오랫동안 '임산부 영양소'라는 이미지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최근 의학계와 영양학계에서는 엽산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임신과 출산에 국한된 영양소가 아니라 혈관 건강과 세포 기능, 노화 관리 전반에 관여하는 핵심 영양소라는 연구 결과가 꾸준히 축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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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엽산은 비타민 B9의 일종으로 DNA 합성과 세포 분열, 적혈구 생성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세포가 새롭게 만들어지고 유지되는 과정에 관여하는 만큼 태아 발달기에 중요성이 크지만, 성인 역시 평생 동안 충분한 엽산을 필요로 한다. 최근에는 혈관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꼽히는 호모시스테인과의 관계가 주목받으면서 엽산의 중요성이 다시 평가받고 있다.

호모시스테인은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인 메티오닌이 대사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물질이다.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엽산과 비타민 B12, 비타민 B6 등의 도움을 받아 다시 다른 물질로 전환된다. 그러나 이 과정이 원활하지 않으면 혈액 속 호모시스테인 농도가 높아질 수 있다. 문제는 높아진 호모시스테인이 혈관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혈관 내피세포 기능을 떨어뜨리고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 반응을 증가시켜 동맥경화 진행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혈관 건강의 숨은 변수

심혈관질환 위험을 평가할 때 일반적으로 혈압과 콜레스테롤, 혈당 수치에 관심이 집중된다. 그러나 최근에는 호모시스테인 역시 중요한 위험인자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와 터프츠대 연구진을 비롯한 여러 연구에서는 혈중 호모시스테인 농도가 높은 사람일수록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경향이 관찰됐다. 유럽 연구진이 수행한 메타분석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보고됐다.

국내 연구 결과도 주목된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이 한국인 40세 이상 성인 약 2만1000명을 대상으로 장기간 추적 관찰한 결과, 엽산 농도가 낮고 호모시스테인 농도가 높은 집단에서 전체 사망위험과 심혈관질환 사망위험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적절한 엽산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건강 관리 측면에서 중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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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중년 이후 건강검진에서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뿐 아니라 호모시스테인 수치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혈관 손상은 수년에서 수십 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은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전부터 혈관에서는 다양한 변화가 누적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호모시스테인이 주목받는 이유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같은 엽산도 다른 결과

최근 영양학계에서는 엽산의 섭취량뿐 아니라 어떤 형태로 섭취하느냐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시중 건강기능식품에 사용되는 엽산은 대부분 폴릭애시드(Folic Acid) 형태다. 이 성분은 체내에 흡수된 뒤 여러 단계를 거쳐 활성형 엽산인 5-MTHF(5-Methyltetrahydrofolate)로 전환돼야 비로소 활용될 수 있다.

그런데 이 전환 과정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엽산 대사에 관여하는 MTHFR 효소의 활성도가 유전적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동아시아 인구에서 이러한 유전자 다형성이 비교적 흔하게 발견된다고 보고했다. 같은 양의 엽산을 섭취하더라도 실제 체내에서 이용되는 정도가 사람마다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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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활성형 엽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활성형 엽산은 이미 체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공급되기 때문에 별도의 전환 과정을 최소화할 수 있다. 특히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뿐 아니라 중장년층, 심혈관 건강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또한 일부 연구에서는 일반 엽산을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대사되지 않은 엽산(Unmetabolized Folic Acid·UMFA)이 혈액 속에 남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아직 관련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단순히 함량만 높이는 방식보다 체내 활용 효율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 되고 있다.

활성형 엽산 연구 주목

이러한 흐름 속에서 건강기능식품 업계가 관심을 보이는 원료 중 하나가 쿼트라폴릭(Quatrefolic®)이다. 이탈리아 노시스 바이 르사프르(Gnosis by Lesaffre)가 개발한 쿼트라폴릭은 활성형 엽산인 5-MTHF를 기반으로 한 원료다. 일반 엽산이 거쳐야 하는 대사 과정을 최소화한 것이 특징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미국과 유럽 등 여러 국가에서는 임신 준비기 여성용 제품뿐 아니라 중장년층 건강관리 제품에도 활성형 엽산이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특히 혈중 엽산 농도 개선과 호모시스테인 관리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축적되면서 관련 업계와 학계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발표된 임상 연구 결과는 눈길을 끈다. 고혈압 환자 104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에서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2개월 동안 활성형 엽산 또는 일반 엽산을 섭취하도록 했다. 그 결과 쿼트라폴릭 섭취군의 평균 혈중 호모시스테인 농도는 22.1μmol/L에서 10.0μmol/L까지 감소했다. 약 55.8% 감소한 수치다. 반면 일반 엽산 5mg을 섭취한 그룹은 평균 14.3μmol/L 수준에 머물렀다. 연구진은 활성형 엽산이 호모시스테인 감소 측면에서 더 높은 효율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해외에서도 활성형 엽산의 생체이용률과 혈중 엽산 농도 개선 효과를 평가하는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최근 연구들은 엽산을 단순히 결핍을 예방하는 영양소가 아니라 개인별 대사 능력과 유전적 특성까지 고려해야 하는 영양소로 바라보고 있다. 과거에는 권장량을 채우는 것이 목표였다면 이제는 실제로 몸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가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