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산이 사람 사는 집으로"… 광주시 서구, 저장강박 가구 '공간·마음' 동시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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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0만 원 투입해 청소부터 심리 치료·사후 관리까지 풀코스 지원… '공간회복 파트너스' 대폭 확대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발 디딜 틈 없이 천장까지 꽉 들어찬 잡동사니, 코를 찌르는 악취와 들끓는 해충. 이른바 '저장강박증'을 앓고 있는 이들의 집은 더 이상 안식처가 아닌 거대한 쓰레기 무덤에 가깝다.
광주 서구(구청장 김이강)는 고립된 채 쓰레기 더미 속에 방치된 위기 가구를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이들의 일상 회복을 돕는 ‘공간회복 파트너스’ 사업을 올해 한층 더 강력하게 확대 추진한다. / 광주시 서구
광주 서구(구청장 김이강)는 고립된 채 쓰레기 더미 속에 방치된 위기 가구를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이들의 일상 회복을 돕는 ‘공간회복 파트너스’ 사업을 올해 한층 더 강력하게 확대 추진한다. / 광주시 서구

단순히 게으름의 문제가 아니라 깊은 마음의 병에서 비롯되는 저장강박은 개인의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화재나 악취 등 이웃 주민들에게도 심각한 피해를 유발하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광주광역시 서구가 이들 위기 가구의 닫힌 문을 열고 주거 환경과 마음의 병을 동시에 치료하는 대대적인 구출 작전에 나서 지역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쓸모없는 물건에 갇힌 사람들… 숨은 56세대 찾아냈다

광주 서구(구청장 김이강)는 고립된 채 쓰레기 더미 속에 방치된 위기 가구를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이들의 일상 회복을 돕는 ‘공간회복 파트너스’ 사업을 올해 한층 더 강력하게 확대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서구는 전년 대비 대폭 증액된 2600만 원의 특화 사업비를 과감하게 편성했다.

서구는 사업의 본격적인 착수에 앞서 지난 2월부터 지역 사정에 밝은 '위기가구발굴단'과 '우리동네 이웃돌봄단' 등 민간 네트워크를 총동원하여 관내 저장강박 의심 가구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꽁꽁 숨어있던 신규 5세대를 새롭게 찾아내는 등 총 56세대의 관리 대상 가구를 발굴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산더미처럼 쌓인 물건들 속에 스스로를 가두고 세상과 단절된 채 위태로운 삶을 이어가고 있던 이웃들이 비로소 행정의 따뜻한 시야에 들어온 것이다.

■ 치우는 게 끝이 아니다? 텅 빈 마음 채우는 '심리 치료' 병행

기존의 저장강박 가구 지원이 단순히 관 주도의 1회성 쓰레기 수거와 청소에 그쳤다면, 이번 서구의 '공간회복 파트너스' 사업은 완전히 결을 달리한다. 강제로 물건을 치우기만 하면 환자가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고 단기간에 다시 쓰레기를 모으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서구는 돌봄지원과를 컨트롤타워로 삼아 자원순환과, 감염병관리과, 치매안심센터 등 관련 부서가 총출동하는 다학제적 접근을 시도한다. 수톤에 달하는 생활 폐기물 수거와 대대적인 방역·소독은 기본이고, 가장 핵심적인 '정신건강 회복'에 행정력을 집중한다. 서구정신건강복지센터 및 서구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소속의 심리 전문가들이 투입되어 대상자의 내면 깊숙이 자리 잡은 상실감과 우울증을 치료하고, 잃어버린 사회적 관계망을 되찾아주는 근본적인 마음 치유를 병행하게 된다.

■ 얽히고설킨 빚과 소송… 무료 법률 자문으로 든든한 방패막이

쓰레기 더미 속에 방치된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단순히 정신적 문제뿐만 아니라 복잡하게 얽힌 경제적, 법적 어려움에 짓눌려 자포자기한 경우가 태반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채무 압박, 월세 미납으로 인한 강제 퇴거 위기, 임대차 분쟁 등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삶의 무게가 이들을 은둔으로 내몬 것이다.

서구는 이러한 복합적인 고충을 해소하기 위해 '법률홈닥터' 시스템을 적극 연계하여 맞춤형 무료 법률 상담 서비스를 전폭적으로 지원한다. 파산 및 면책 신청, 임대차 갈등 조율 등 전문가의 든든한 법적 조력을 통해 대상자들이 벼랑 끝에서 벗어나 다시 한번 희망을 품고 자립할 수 있는 실질적인 돌파구를 마련해 주고 있다. 아울러 지원이 끝난 후에도 담당자가 정기적으로 가정을 방문해 생활 실태를 꼼꼼히 점검하고 추가적인 복지 서비스를 덧대어주는 등 사후 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 "이웃의 관심이 백신"… 포상금 제도로 촘촘한 복지 그물망 완성

서구는 행정의 힘만으로는 골목길 구석구석에 숨겨진 위기 가구를 모두 찾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파격적인 '위기가구 발굴 포상금 제도'를 적극 운영하고 있다. 주변에 도움이 절실해 보이는 저장강박 의심 가구를 발견해 신고할 경우 포상금을 지급함으로써, 이웃이 이웃을 살피고 돌보는 촘촘한 풀뿌리 복지 그물망을 완성하겠다는 복안이다.

김이강 서구청장은 “우리 주변의 저장강박 가구를 지원하는 일은 단순히 미관을 해치는 쓰레기를 치우는 환경 정비 차원이 아니라, 무너져버린 한 사람의 소중한 일상과 삶의 존엄성을 온전히 되찾아주는 눈물겹고도 위대한 과정”이라고 깊은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앞으로도 복지 사각지대에서 신음하는 위기가구를 한 발 앞서 찾아내고, 공간과 마음을 동시에 어루만지는 입체적이고 촘촘한 지원체계를 가동하여 모든 서구민이 소외됨 없이 쾌적하고 건강한 일상을 영위할 수 있도록 행정의 최전선에서 사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서구는 지난해에도 18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위기에 처한 9세대의 주거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이들의 위태로운 삶을 보듬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