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스테롤만 챙기다간 심장질환 위험… 혈관속 유리파편 '호모시스테인'

작성일

'높은 호모시스테인과 낮은 엽산'이 사망위험 높인다
심근경색·뇌졸중 위험인자로 주목… “정기 점검 필요”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으로 쓰러진 사람들의 건강검진 기록을 살펴보면 공통점이 발견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거나 혈압이 높고 혈당 조절이 잘 되지 않는 경우다. 그런데 최근 전문가들은 이들 못지않게 중요한 또 하나의 지표를 주목하고 있다. 바로 '호모시스테인(Homocysteine)'이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낯선 이름이지만 의학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로 연구돼 온 물질이다. 특히 최근 국내외 연구들이 축적되면서 호모시스테인이 단순한 혈액 속 부산물이 아니라 혈관 건강을 보여주는 중요한 경고 신호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호모시스테인은 육류, 생선, 달걀 등에 풍부한 아미노산인 메티오닌이 대사되는 과정에서 생성된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엽산과 비타민 B12, 비타민 B6의 도움을 받아 다시 다른 물질로 전환된다. 그러나 대사 과정에 문제가 생기거나 관련 영양소가 부족하면 혈액 속에 축적될 수 있다.

전문가들이 호모시스테인을 '혈관 속 유리 파편'에 비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혈중 농도가 높아지면 혈관 내벽을 구성하는 내피세포 기능을 떨어뜨리고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 반응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혈관 벽에 미세한 상처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면 손상 부위에 콜레스테롤과 염증세포가 달라붙으면서 동맥경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로 미국의 프레이밍햄 심장연구를 비롯한 여러 대규모 연구에서는 혈중 호모시스테인 수치가 높을수록 심혈관질환과 뇌졸중 위험이 증가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국제학술지 JAMA와 Circulation 등에 발표된 연구들 역시 고호모시스테인혈증과 심혈관계 질환의 연관성을 지속적으로 보고하고 있다.

국내 연구 결과도 비슷하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이 한국인 40세 이상 성인 약 2만1000명을 장기간 추적 관찰한 연구에서는 호모시스테인 농도가 높은 집단에서 전체 사망률과 심혈관질환 사망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엽산 농도는 낮고 호모시스테인 농도는 높은 경우 위험이 더욱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질병관리청이 2023년 발표한 보도자료.
질병관리청이 2023년 발표한 보도자료.

조용히 쌓이는 혈관 손상

문제는 호모시스테인이 높아져도 대부분 특별한 증상이 없다는 점이다.

혈압이 높으면 두통이라도 느낄 수 있고 당뇨병은 갈증이나 체중 감소 같은 신호가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호모시스테인은 수년 동안 별다른 자각 증상 없이 혈관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

생활습관도 큰 영향을 미친다. 과도한 육류 위주의 식단, 채소 부족, 잦은 음주, 흡연, 과도한 카페인 섭취 등이 대표적인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나이가 들면서 수치가 높아지는 경우도 많다.

특히 최근에는 단백질 섭취 열풍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근육 건강을 위해 고단백 식단을 실천하는 사람이 늘고 있지만 엽산과 비타민B군 섭취가 부족한 상태에서 단백질만 과도하게 섭취하면 호모시스테인 관리에 불리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콜레스테롤과 혈압, 혈당을 관리하듯 호모시스테인 역시 중장년층이 관심을 가져야 할 혈액 지표라고 설명한다.

혈관 건강의 숨은 조력자 '엽산'

호모시스테인 관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양소는 엽산이다.

엽산은 비타민 B9의 일종으로 세포 분열과 DNA 합성에 필수적인 영양소다. 임신부 영양소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사실 남녀노소 모두에게 필요한 비타민이다.

특히 호모시스테인을 다시 메티오닌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관여해 혈중 농도를 정상 범위로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문제는 섭취한 엽산이 모두 똑같이 활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이미지.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이미지.

일반적으로 건강기능식품에 사용되는 엽산은 폴릭애시드(Folic Acid) 형태다. 이 성분은 체내에서 여러 단계를 거쳐 활성형 엽산인 5-MTHF로 전환된 뒤에야 실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 관여하는 MTHFR 효소의 활성도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한국인을 포함한 동아시아 인구에서 관련 유전자 변이가 상대적으로 흔한 것으로 보고됐다. 같은 양의 엽산을 섭취해도 실제 체내 활용 정도가 개인마다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영양학계와 건강기능식품 업계가 활성형 엽산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임상으로 확인된 활성형 엽산 효과

대표적인 활성형 엽산 원료로는 쿼트라폴릭(Quatrefolic®)이 꼽힌다.

쿼트라폴릭 은 이탈리아 노시스 바이 르사프르(Gnosis by Lesaffre)가 개발한 5-MTHF 기반 활성형 엽산 원료다. 일반 엽산처럼 복잡한 대사 과정을 거치지 않고 체내에서 바로 활용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특히 관련 임상 연구 결과는 눈길을 끈다.

고혈압 환자 104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에서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2개월 동안 활성형 엽산인 쿼트라폴릭 또는 일반 엽산을 섭취하도록 했다.

그 결과 쿼트라폴릭 섭취군의 평균 혈중 호모시스테인 농도는 22.1μmol/L에서 10.0μmol/L까지 감소했다. 약 55.8% 감소한 수치다. 일반적으로 10μmol/L 안팎은 정상 범위로 평가된다.

반면 일반 엽산 5mg을 섭취한 그룹은 평균 14.3μmol/L 수준에 머물렀다. 연구진은 활성형 엽산이 호모시스테인 감소 측면에서 보다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최근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활성형 엽산 제품이 빠르게 늘어나는 배경 역시 이러한 연구 결과와 무관하지 않다. 과거에는 단순히 엽산 함량이 높으면 좋은 제품으로 평가받았다면 이제는 실제 체내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지가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심근경색과 뇌졸중은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된 혈관 손상의 결과인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콜레스테롤과 혈압, 혈당뿐 아니라 호모시스테인 수치까지 함께 살펴보는 것이 보다 정교한 혈관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특히 엽산 보충을 고려하고 있다면 단순한 함량 경쟁보다 실제 체내 활용도를 고려한 활성형 엽산 여부를 확인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쿼트라폴릭 같은 활성형 엽산 원료가 관심을 끄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