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한 장에 담긴 배려…광주 학생들, AAC 픽토그램으로 장애인 인권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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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부 '청각장애인 전용 약국', 중등부 '안전거리 준수하기' 최우수상…49점 출품 중 26명 수상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말 대신 그림으로, 글 대신 기호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더 편하게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광주의 학생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냈다.
12일 본청 특수교육지원센터 연수실에서 수상 학생, 지도교사, 학부모 등 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026 장애학생 인권보호 AAC 픽토그램 아트 공모전’ 시상식을 가졌다. /광주시교육청
12일 본청 특수교육지원센터 연수실에서 수상 학생, 지도교사, 학부모 등 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026 장애학생 인권보호 AAC 픽토그램 아트 공모전’ 시상식을 가졌다. /광주시교육청

광주시교육청(교육감 이정선)은 12일 본청 특수교육지원센터 연수실에서 수상 학생, 지도교사, 학부모 등 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026 장애학생 인권보호 AAC 픽토그램 아트 공모전' 시상식을 개최했다.

◆AAC, 소통의 벽을 허무는 도구

AAC(Augmentative and Alternative Communication)는 말이나 글로 의사소통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이 그림, 기호, 문자 등을 활용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도록 돕는 보완대체의사소통 방식이다. 장애학생들에게는 세상과 연결되는 통로이자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수단이다.

이번 공모전은 바로 이 AAC를 소재로 삼았다.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장애학생 인권보호, 평등, 장애인식개선 메시지를 담은 AAC 픽토그램을 직접 제작해 출품하는 방식이었다.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어떤 불편을 겪는지, 비장애 학생들이 어떻게 배려할 수 있는지를 그림 한 장에 담아내는 작업이었다.

총 49점이 출품됐으며, 지난 5월 11일부터 15일까지 심사를 거쳐 초·중등 부문별 최우수상 1명, 우수상 4명, 장려상 8명 등 총 26명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약국에서 수어로 소통하는 세상을 그리다

초등부 최우수상은 문산초등학교 박재준 학생의 '청각장애인 전용 약국'이 차지했다. 청각장애인이 약국에서 수어로 소통하며 필요한 약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을 픽토그램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약국은 누구나 드나드는 일상적인 공간이지만, 청각장애인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증상을 설명하고 복약 지도를 받는 과정이 말과 글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박재준 학생은 그 불편함을 포착하고, 수어로 소통할 수 있는 약국이라는 해법을 그림으로 제안했다. 어린 학생의 시선이 닿은 곳이 어른들이 미처 살피지 못한 일상의 장벽이었다.

◆골목길 3미터, 휠체어 사용자의 안전을 지키다

중등부 최우수상은 광주고등학교 박시후 학생의 '안전거리 준수하기'가 받았다. 휠체어 사용자가 골목길을 이동할 때 주변 차량이 3미터 안전거리를 준수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배려하자는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다.

좁은 골목길은 휠체어 사용자에게 위험한 공간이 될 수 있다. 차량과의 거리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이동 자체가 위협이 된다. 박시후 학생은 이 문제를 숫자 하나로 명확하게 제시했다. 3미터. 그 거리 하나가 누군가의 안전한 이동을 보장한다는 메시지는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았다.

◆그리는 과정이 곧 배움이었다

이정선 교육감은 "학생들이 AAC 픽토그램을 제작하며 장애학생의 권리와 평등의 가치를 이해하고, 장애 공감 문화를 자연스럽게 익히게 됐길 바란다"며 "학생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인권 친화적인 의사소통 문화 속에서 성장할 수 있는 교육환경이 조성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공모전의 진짜 의미는 수상 결과에 있지 않다. 49점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학생들이 거쳐야 했던 과정에 있다. 장애학생이 일상에서 어떤 불편을 겪는지 생각하고, 어떤 배려가 필요한지 고민하고, 그것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그림으로 표현하는 과정. 그 과정 자체가 장애 인식 개선 교육이었다.

그림 한 장이 세상을 바꾸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그림을 그린 학생이 어른이 되었을 때, 약국 앞에서 수어를 배우고 골목길에서 3미터를 양보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광주의 학생들이 픽토그램 한 장에 담아낸 것은 그런 미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