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만 해도 매달 45만원(3인 가족 기준)을 공짜로 주는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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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소멸 막는 기본소득, 귀농·귀촌의 새로운 기회 되나

월 15만원. 이 돈이 지방 소멸 위기에 놓인 농어촌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새로운 유인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가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지를 17개 군으로 확대하면서 해당 지역 주민에게 1인당 매달 15만원이 지급되기 때문. 부부라면 월 30만원, 네 식구 가정이면 월 60만원이다. "농촌으로 이사만 가도 매달 돈을 준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귀농·귀촌을 고민하는 사람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전남 보성군의 한 마을. / 뉴스1 자료사진
전남 보성군의 한 마을. / 뉴스1 자료사진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1일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참여 지역을 기존 10개 군에서 17개 군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새로 선정된 곳은 강원 화천군, 충북 보은군, 전북 진안군·무주군, 전남 구례군·보성군, 경북 청송군 등 7개 군이다. 이들 지역 주민은 신청 접수와 실거주 확인 절차 등을 거쳐 오는 8월부터 월 15만원의 기본소득을 받게 된다.

이번 정책이 주목받는 이유는 지급 단위가 '가구'가 아니라 '개인'이라는 점이다. 1인당 월 15만원이 지급되기에 가족 구성원이 많을수록 수령액이 늘어난다. 혼자 거주하면 연간 180만원, 부부는 연간 360만원이다. 자녀 둘을 둔 4인 가족은 연간 720만원을 받을 수 있다. 부모와 자녀를 포함한 5인 가족이라면 연간 900만원 규모가 된다.

정부는 지역 내 소비를 활성화하기 위해 현금 대신 지역사랑상품권 형태로 지급할 예정이다. 사용처 역시 지역 생활권을 중심으로 설정된다. 지급된 돈이 지역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동네 마트와 식당, 소상공인 점포 등에서 소비가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농어촌 기본소득이 관심을 끄는 또 다른 이유는 최근 귀농·귀촌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과 농림축산식품부 자료를 보면 코로나19 이후 한동안 도시를 떠나 지방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났고, 최근에는 은퇴 세대뿐 아니라 청년층과 중장년층에서도 지방 정착을 고민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수도권 아파트 가격과 임대료 부담이 커진 데다 재택근무와 원격근무가 일부 업종에서 정착하면서 "반드시 서울에 살아야 할 이유가 줄어들었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전원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농촌 빈집을 활용한 정착 사례가 알려지면서 농촌 이주를 검토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매달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적지 않은 매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월 15만원 자체만 보면 큰돈처럼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농촌 생활비 구조를 감안하면 체감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농촌에서는 주거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경우가 많고 자가 텃밭이나 지역 농산물을 활용해 생활비를 절약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강원 화천군 한 시골마을의 겨울 풍경. / 뉴스1 자료사진
강원 화천군 한 시골마을의 겨울 풍경. / 뉴스1 자료사진

부부가 농촌으로 이주할 경우 월 30만원, 연간 36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자녀가 둘 있는 4인 가족이라면 월 60만원, 연간 720만원이다. 이는 자동차 보험료나 통신비, 난방비, 식료품 구입비 상당 부분을 충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정착 초기에는 이사 비용과 생활용품 구입비, 주택 수리비 등 예상치 못한 지출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기본소득이 이러한 부담을 일부 덜어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은퇴를 앞둔 중장년층의 관심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 수급자라면 연금 외에 추가적인 생활비가 생기는 셈이기 때문이다. 농촌에서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생활하면서 매달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기본소득까지 더해지면 생활 안정성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청년층에게도 의미가 있다. 농업 창업을 준비하거나 농촌 지역에서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는 청년에게는 정착 초기 수입이 불안정한 경우가 많다. 이때 매달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최소한의 생활 안전망 역할을 할 수 있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초기 정착 단계에서 체감하는 가치는 결코 작지 않을 수 있다.

물론 월 15만원만을 보고 농촌 이주를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귀농과 귀촌은 단순한 이사가 아니라 생활환경 전체를 바꾸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농촌 정착을 고려한다면 지원금보다도 지역의 일자리 여건과 의료서비스, 교통망, 생활 인프라를 우선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귀농을 계획한다면 더욱 신중해야 한다. 농업은 작목 선택에 따라 소득 차이가 크고 기후와 토양, 재배 기술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농촌에 내려간다고 해서 곧바로 안정적인 소득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도 이를 고려해 다양한 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귀농창업 및 주택구입 지원사업이다. 귀농인에게는 농업 창업 자금 최대 3억원, 주택 구입 자금 최대 7500만원을 저금리로 지원한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일반 금융권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진안군 부귀면 메타세쿼이아 길. /진안군 제공
진안군 부귀면 메타세쿼이아 길. /진안군 제공

귀농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귀농 관련 정책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일정 시간 이상의 교육 이수가 필요한 경우가 있으며, 농업 기술과 경영 노하우를 배우는 과정도 마련돼 있다. 작물 선택부터 재배 기술, 농업 경영, 판로 개척까지 실무 중심 교육이 진행된다.

실제 농촌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귀농인의 집' 제도도 있다. 귀농 희망자가 일정 기간 농촌에 거주하면서 지역 분위기와 생활환경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막연한 기대만으로 이주했다가 적응에 실패하는 사례를 줄이기 위해 마련됐다.

귀촌과 귀농의 차이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귀촌은 도시에서 농촌으로 이주해 생활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귀농은 농촌으로 이주한 뒤 실제 농업에 종사하는 경우를 말한다. 최근에는 농업보다 전원생활과 주거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한 귀촌 수요가 더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정부가 이번 기본소득 확대를 통해 노리는 것도 단순한 현금 지원이 아니다. 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농촌에 새로운 주민을 유치하고, 지역 상권에 소비를 발생시키며, 장기적으로는 지방 소멸을 늦추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기존 시범사업 지역에서 인구 증가와 신규 가맹점 확대 등 긍정적 변화가 나타났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번 추가 공모에 전국 인구감소지역 다수의 지자체가 몰린 것도 이러한 기대감을 보여준다.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는 인구 유입이 곧 지역의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학교를 유지하고 상권을 살리며 지역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주민 확보가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