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신대가 찾아왔다…화순 장애인 100여 명, 한자리서 맞춤 건강서비스 받아
작성일
앵커사업단 4개 학과 교수·학생 참여 '건강동행 프로그램'…주민 제안이 만들어낸 현장 밀착 돌봄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에게 병원 방문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동 수단을 구하고, 긴 대기 시간을 버티고, 여러 과를 돌아다니며 필요한 서비스를 받는 과정은 비장애인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몸이 불편한 사람에게는 더욱 높은 벽이다. 결국 필요한 건강 서비스를 받지 못한 채 지내는 경우가 생긴다.
◆병원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병원이 찾아갔다
동신대학교 앵커사업단(단장 강대흥)이 그 벽을 허물기 위해 직접 현장으로 나섰다. 앵커사업단은 최근 화순군 화순읍 어울림센터에서 지체장애인 100여 명을 대상으로 '동신대 앵커사업단과 함께하는 화순군 장애인 건강동행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병원에 가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병원 수준의 서비스가 찾아간 것이다.
◆주민이 제안하고, 대학이 응답했다
이번 프로그램이 특별한 이유가 있다. 행정이나 대학이 위에서 기획한 사업이 아니라, 지역 주민의 목소리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지역 주민이 온라인 플랫폼인 'I-솔루션 뱅크'를 통해 직접 '지역 내 장애인 돌봄 공백 해소' 과제를 제안했고, 앵커사업단의 전남동반성장협업센터(D-1)와 시군동반성장협업센터(D-2)가 이를 공동으로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주민이 문제를 발견하고, 대학이 전문성으로 해결책을 내놓는 주민 주도형 모델이다.
현장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장 잘 안다. 어떤 서비스가 필요한지, 어디에 공백이 있는지. 주민의 제안이 실제 프로그램으로 이어지는 이 구조는 탁상 위의 복지 기획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4개 학과가 한자리에 모였다
프로그램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1부에서는 보건행정학과 천민우 교수가 '건강정보이해능력(Health Literacy) 향상' 특강을 진행했다. 건강 정보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은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는 데 필수적이다. 넘쳐나는 건강 정보 속에서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린지 판단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이 특강의 목표였다.
2부에서는 '건강 ONE DAY 클리닉'이 운영됐다. 1대1 구강검진·혈당체크, 기능평가 및 작업치료, 테이핑·자가 스트레칭, 족부 마사지까지 다양한 건강관리 서비스가 한자리에서 제공됐다. 보건행정학과·작업치료학과·스포츠의학과·방사선학과 등 4개 학과 교수진과 학생들이 직접 참여해 각자의 전문성을 발휘했다. 최미진 교수가 총괄 기획·운영을 맡아 프로그램 전체를 이끌었다.
여러 과의 서비스를 한 번에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이동이 어려운 장애인들에게 특히 큰 의미가 있다. 구강 건강도 확인하고, 혈당도 체크하고, 몸의 기능도 평가받고, 통증 완화 서비스까지. 평소라면 여러 곳을 돌아다녀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한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었다.
◆학생들도 함께 성장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장애인들만을 위한 자리가 아니었다. 참여한 학생들에게도 소중한 배움의 기회였다. 학생들은 전공 지식을 활용해 건강상담과 기능평가, 테이핑 등을 직접 수행하며 실무 역량을 키웠다. 교실에서 배운 이론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몸으로 익히는 경험이었다.
지역사회에 도움을 주면서 동시에 자신의 전문성도 키우는 이 경험은 학생들이 졸업 후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의료·보건 전문가로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다.
◆"대학이 찾아오니 지역에 활력이 넘친다"
전남지체장애인협회 화순군지회 천기선 회장은 "거동이 불편해 병원 방문조차 어려운 회원들이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한자리에서 다양한 건강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면서 "대학이 직접 현장을 찾아와주니 지역사회도 더욱 활력이 넘치는 것 같아 기쁘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운영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강대흥 앵커사업단장은 "하나의 지역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두 센터가 협력하니 더욱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음을 확인했다"면서 "앞으로도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지역문제 해결 모델을 지속적으로 발굴 확산해 전남 전역의 다양한 현안 해결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대학과 지역사회단체가 협력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대학의 전문 인력과 지역사회의 네트워크가 만나 실질적인 서비스를 만들어낸 이번 사례는 대학이 지역사회와 어떻게 상생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모델이 되고 있다. 주민의 제안에서 시작해 현장의 변화로 이어진 화순의 경험이 전남 곳곳으로 확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