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운 나이에 스러진 이채원 양…김대중 전남교육감, 기억공간 찾아 눈물로 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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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학교 만들기 최우선 과제로"…통합특별시 교육청 출범 후 재발 방지 대책 약속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기억공간에는 한 소녀의 짧은 생애가 담겨 있었다. 음악을 좋아하고 반려견을 아꼈던 고(故) 이채원 양의 유품과 생애를 돌아볼 수 있는 물품들이 조용히 놓여 있었다. 방문객들은 말없이 그 앞에 서서 고개를 숙였다. 꽃다운 나이에 아무런 이유 없이 세상을 떠난 한 여고생을 기리는 공간은 찾는 이들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음악과 반려견을 사랑했던 한 소녀
지난 5월 5일 새벽, 광주 광산구 월계동 한 거리에서 이채원 양은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어린이날 새벽, 아무런 연고도 없는 낯선 이의 흉기에 스러진 여고생의 죽음은 지역 사회에 깊은 충격과 슬픔을 안겼다. 한 달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그 슬픔은 가시지 않았다.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이 이채원 양을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해 발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교육감이 직접 기억공간을 찾다
김대중 전라남도교육감이 12일 오후 광주 광산구에 마련된 고 이채원 양 기억공간을 직접 찾았다. 광주전남추모연대 등 8개 단체로 구성된 '이채원 학생 추모모임'이 광주시교육청 시민협치진흥원에 마련한 이 공간에서 김 교육감은 김경범 K-교육특별시 준비위원장과 함께 헌화·분향하며 고인의 넋을 기렸다.
추모를 마친 김 교육감은 유가족을 만나 위로의 뜻을 전했다.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의 슬픔 앞에서 어떤 말도 충분할 수 없다. 그러나 교육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직접 찾아와 고개를 숙이고 손을 잡는 것, 그 자체가 유가족에게는 작은 위로가 됐을 것이다. 이채원 양의 죽음이 잊히지 않고 기억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런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전하기 위한 방문이었다.
◆"억울한 희생이 재발하지 않도록"
김 교육감의 이번 방문은 단순한 추모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기억공간 앞에서 구체적인 다짐을 밝혔다.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초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교육감에 당선된 김 교육감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청은 어떠한 경우에도 이채원 학생과 같은 억울한 희생이 재발하지 않도록 출범 후 안전한 학교 만들기를 최우선 정책과제로 삼아 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안전한 학교 만들기를 최우선 정책과제로 삼겠다는 약속은 무겁다. 이채원 양의 사건은 학교 안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었다. 학교 밖 거리에서 벌어진 비극이었다. 그럼에도 교육감이 이 사건을 교육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안전한 학교 환경 조성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것은, 학생들이 학교 안팎에서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교육 당국의 책임이라는 인식을 보여준다.
◆8개 단체가 함께 만든 추모의 공간
이채원 양을 기리는 기억공간은 광주전남추모연대를 포함한 8개 단체가 뜻을 모아 만들었다. '이채원 학생 추모모임'이라는 이름 아래 지역 사회의 다양한 단체들이 한 여고생의 죽음을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해 힘을 합쳤다.
기억공간에는 이채원 양이 좋아했던 것들이 담겨 있다. 음악과 반려견. 평범한 여고생이 사랑했던 것들이 유품으로 남아 그의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방문객들은 그 앞에서 한 사람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다시 한번 느꼈다. 기억공간은 단순히 슬픔을 나누는 장소가 아니라, 이런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다짐을 새기는 공간이기도 하다.
지역 사회가 한 학생의 죽음을 이렇게 함께 기억하고 추모한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피해자가 잊히지 않고, 그의 죽음이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계기가 될 때 비로소 추모는 완성된다. 8개 단체가 함께 만든 기억공간은 그 시작점이다.
◆이채원 양이 남긴 질문
이채원 양의 죽음은 우리 사회에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왜 아무런 이유 없이 한 여고생이 새벽 거리에서 목숨을 잃어야 했는가. 우리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있는가. 학교 교육이 끝난 뒤에도 학생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사회 전체가 책임을 나눠야 하지 않는가.
김대중 교육감의 이번 방문과 안전한 학교 만들기 약속은 그 질문에 대한 첫 번째 응답이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청이 출범한 뒤 이 약속이 구체적인 정책으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그 정책이 실제로 학생들의 안전을 지키는 데 기여하는지를 지역 사회가 함께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이채원 양을 기억하는 것은 그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음악을 좋아하고 반려견을 아꼈던 한 소녀가 더 오래 살아 더 많은 것을 사랑할 수 있었기를, 그리고 그런 소녀들이 앞으로는 안전하게 꿈을 키워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기억공간을 찾는 발걸음마다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