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악 전 선관위원장, 선거 앞둔 3개월간 절반만 출근... 9시 출근은 '단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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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맞물려 책임론 고조

지난 5일 당시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를 마치고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 뉴스1
지난 5일 당시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를 마치고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 뉴스1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 시스템 관리 부실 문제가 연일 지적을 받는 상황에서 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선거를 앞둔 3개월 동안 실제 출근한 날이 법정 근무일의 절반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선거관리위원장은 규정상 비상임직이라 정해진 출퇴근 의무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국가적인 선거관리 업무에 충실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겨레는 12일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근태 자료를 분석해 보도했다.

자료에 따르면 노 전 위원장이 대법관에서 퇴임한 지난 3월 3일 이후부터 선거일까지 법정근무일 60일 가운데 출근한 날은 총 34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근무 일수의 절반을 간신히 넘기는 수치다.

출퇴근 시간이 명확하게 기록돼 확인이 가능한 29일의 내역을 분석하면 오전 9시까지 정상 출근한 날은 단 하루에 불과했다. 확인 가능 일수의 절반에 육박하는 14일은 오후에 출근했으며 오후 4시가 돼서야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낸 날도 존재했다.

반면 퇴근 시간은 이른 경우가 많았다. 오후 6시가 되기 전에 조기 퇴근한 날이 총 21일에 달했다. 선거 당일에도 노 전 위원장은 오전 9시 30분에 출근한 것으로 기록됐다. 출근한 날이라고 하더라도 청사에 머물며 근무한 시간이 2시간 안팎에 그친 날이 적지 않았다.

일례로 본 투표일을 일주일 앞둔 지난 5월 27일의 경우 노 전 위원장은 오후 3시 5분에 출근해 오후 5시 30분에 퇴근한 것으로 기록됐다. 3월 11일에는 오전 10시 55분에 사무실에 나왔다가 오후 12시 50분에 서둘러 퇴근하며 1시간 55분 동안만 근무를 수행했다.

이처럼 불규칙하고 짧은 근태가 유지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위원장이 비상임직으로 분류돼 엄격한 근태 규정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선거관리위원장은 관례에 따라 대법관 중 한 명이 겸직한다. 이로 인해 본업이 막중한 상황에서 선관위 업무에 충실하기 힘들다는 문제점은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다. 비상임 체제를 상임 체제로 고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하지만 노 전 위원장의 경우 선거를 3개월 앞둔 지난 3월 3일 자로 대법관직에서 이미 퇴임한 상태였다. 즉 본업이 사라져 전업으로 위원장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이 마련된 상황이었음에도 저조한 출근율을 기록한 것이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조직과 업무 특성을 고려할 때 근태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입장을 밝혔다.

선관위 관계자는 매체에 "3~4월에는 위원장이 실시간으로 보고받아야 할 사안이 많지 않다. 후보자 등록 이후로 업무량이 급증하는 시기에는 거의 매일 출근했다"며 "비상근직으로 출퇴근 시간이 정해진 것도 아니기에 출근 시간이 늦다고 해서 업무에 소홀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오히려 과거에 비해 자주 출근했다"고 해명했다.

노 전 위원장이 선거 당일에 늦게 출근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오전 9시에 투표하고 바로 출근했다. 더 일찍 투표할 수도 있었겠지만 언론 취재 편의상 9시에 했다고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근태 논란은 최근 발생한 사상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맞물려 책임론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서 투표용지가 제때 공급되지 않아 시민들이 장시간 대기하거나 투표를 포기하는 심각한 관리 부실 사태가 벌어졌다. 이로 인해 유권자들의 항의가 빗발쳤고 개표소 앞에서는 재선거를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조직됐다.

결국 노 전 위원장은 지난 5일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사태는 선거에서 보장돼야 할 참정권이 행정적인 실수로 침해당했다는 점에서 선관위의 존재 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낳았다.

최고 선거 기관의 수장이 비상임직으로 채워지는 구조는 끊임없는 논란의 대상이다. 선관위는 독립된 헌법기관으로서 공정한 선거 관리 권한을 지닌다.

하지만 위원장이 매일 출근해 현안을 챙기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 탓에 조직 운영은 내부 상임 관료들에게 집중되는 경향이 짙다. 실무진에게 권한이 과도하게 위임된 상태에서 이를 견제하고 감독할 비상임 위원장의 부재는 관리 공백으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선거를 빈틈없이 관리하기 위해 위원장을 상임직으로 전환해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위원장의 역할과 권한을 법적으로 새롭게 규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