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때문에 딸 출산도 못 봤다는데…체코전 대활약으로 숨겨진 영웅 된 '한국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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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 딛고 월드컵 무대서 빛낸 김승규의 선방쇼
신생아 딸에게 선물한 역전승, 김승규의 귀환기
한국이 체코를 상대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직후, 패장 미로슬라프 코우베크 체코 감독이 "골키퍼가 그렇게 가까운 곳에서 때린 슈팅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김승규(36·FC도쿄)를 칭찬했다.

홍명보호는 12일 오전 11시 멕시코 사포판 에스타디오 과달라하라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A조 1차전에서 체코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대표팀은 후반 14분 라디슬라프 크레이치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지만 후반 22분 황인범(페예노르트)의 동점골, 35분 오현규(베식타시)의 역전골로 승부를 뒤집었다.
조별리그 1차전 승리는 2010 남아공 대회 그리스전 승리 이후 16년 만이자, 한일·독일 대회를 더해 통산 4번째다.
황인범과 오현규의 골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역전승의 또 다른 주인공은 김승규였다. 후반 32분 체코의 롱 스로인 이후 아담 흘로체크가 왼발로 시도한 슈팅을 김승규가 막아냈다. 선제 실점 상황과 유사한 장면이었지만 이번엔 김승규의 손끝이 골문을 지켰다.
후반 48분에는 컷백을 받은 미할 사딜레크의 오른발 슈팅이 골문 정면을 향했지만 역시 김승규에게 가로막혔다. 체코 선수들은 머리를 감싸 쥐었고 벤치에서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두 번의 결정적 기회가 모두 김승규의 선방에 막히면서 체코의 추격 동력은 완전히 꺾였다.
이번 월드컵은 김승규에게 네 번째다. 브라질(2014), 러시아(2018), 카타르(2022)에 이어 네 번째 출전이며, 조현우(울산)와 대표팀 선발 경쟁을 이어온 끝에 홍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선방 능력과 발 기술, 풍부한 경험을 두루 갖춘 베테랑이라는 평가가 그대로 입증된 셈이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김승규에게는 또 다른 의미가 있었다. 그는 2024년 6월 모델 김진경과 결혼해 지난 4일 딸이 태어났다. 그러나 월드컵 준비 일정 때문에 출산 순간을 함께하지 못했다.
김승규는 "옆에 있어 주지 못해서 아내와 딸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며 "딸과 아내에게 좋은 선물이 될 성적을 거두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 다짐은 체코전 선방쇼로 결실을 맺었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김승규의 얼굴에는 승리의 여운이 가득했다. 그는 "선수들끼리 첫 경기를 꼭 잡아야 한다고 많이 이야기했다"며 "먼저 실점했지만 다 같이 역전해서 결과를 가져와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자신의 선방에 대해서는 "우리가 경기를 주도했는데 지게 되면 수비나 골키퍼 책임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며 "역전한 뒤 마지막에 선방으로 팀에 도움이 된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
선제골 장면을 두고는 "우리가 분석했을 때 상대가 롱스로인에 장점이 있었다. 세컨드볼을 주워먹는 식의 패턴이었는데, 체코는 오늘 장신 선수가 우리 장신 선수들을 유인하고 뒤에 오는 선수들까지 피지컬이 좋다 보니 알고 있는 패턴인데도 당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승규에게는 부상의 그림자도 있었다. 2024년 오른 무릎 십자인대 부상으로 두 차례 수술대에 올랐고, 당시에는 선수 생활 지속 여부마저 고민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다.
그는 "1년 전만 해도 운동장에 다시 설 수 있을지 고민했었다"며 "부상을 이겨내고 월드컵 선발로 뛰어 승리까지 거두니 힘들었던 시간들을 조금은 보상받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경기 전 딸과 나눈 영상통화도 힘이 됐다. 김승규는 "지금까지 자고 있는 모습만 봤었는데, 오늘은 신기하게도 눈도 제대로 뜨고 많이 마주쳤다. 그래서 힘이 많이 났던 것 같다"고 웃었다.
과달라하라의 고지대 환경에 대해서는 "처음 왔을 때 일주일 동안은 슈팅 속도도 그렇고 우리가 킥을 했을 때 거리감을 맞추기 조금 힘들었는데, 지금은 적응이 돼서 경기할 때 큰 문제가 안 됐다"고 전했다.
십자인대 파열이라는 긴 터널을 지나 다시 선 월드컵 무대에서, 김승규는 체코가 끝내 넘지 못한 마지막 장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