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쓴 생활기록부는 안 된다"…전남교육청, 교사 고유 판단 기반 학생부 신뢰 강화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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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지원단 80여 명 대상 역량 강화 연수…생성형 AI 부당 활용 예방·맞춤형 컨설팅 역량 집중 점검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 학교생활기록부는 학생의 학교생활 전반을 담아내는 공식 교육 기록이다. 교과 성적부터 행동 특성, 창의적 체험활동, 독서 활동까지 학생의 성장 과정이 고스란히 담기는 이 문서는 상급학교 진학과 취업 등 학생의 미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만큼 신뢰성과 공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학생부 한 줄이 갖는 무게
그런데 최근 생성형 AI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학생부 기재 과정에서도 AI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교사가 직접 관찰하고 판단해 써야 할 내용을 AI가 생성한 문장으로 대체하는 것은 학생부의 본질을 훼손하는 행위다. 전라남도교육청(교육감 김대중)이 이 문제에 정면으로 대응하고 나섰다.
전남교육청은 11일 전라남도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 합동강의실에서 '학교생활기록부 현장지원단 역량 강화 연수'를 실시했다. 현장지원단과 업무 담당 장학사 80여 명이 참석한 이번 연수는 AI 활용에 따른 부당 기재를 예방하고 교사의 전문적 판단에 기반한 공정한 학생부 작성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학교를 직접 찾아가는 멘토들
학생부 현장지원단은 도내 초등학교를 직접 찾아가 학생부 기재 과정을 촘촘하게 살피고 돕는 멘토 역할을 맡고 있다. 학교마다 교사의 경험과 역량이 다르고, 학생부 기재 방식에 대한 이해도도 차이가 있다. 현장지원단은 이런 학교별 편차를 줄이고 전반적인 학생부 작성 수준을 높이기 위해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한다.
이번 연수는 현장지원단이 학교 현장에서 더 효과적으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2026학년도 초등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요령의 주요 변경 사항을 숙지하고, 학교별 학생부 작성·관리 실태 점검 방법을 익히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현장지원단이 학교를 방문했을 때 무엇을 어떻게 살펴야 하는지, 교사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안내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다뤘다.
◆"AI 문장을 그대로 쓰는 것은 엄격히 금지"
이번 연수에서 가장 비중 있게 다뤄진 주제는 생성형 AI의 부당 활용 예방이었다. 전남교육청은 생성형 AI나 문장 생성 프로그램이 도출한 관찰 의견을 학생부에 그대로 활용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AI가 생성한 문장은 특정 학생을 직접 관찰하고 교육한 교사의 시선이 담겨 있지 않다. 학생의 개별적인 특성과 성장 과정, 교사와 학생 사이에서 쌓인 교육적 관계가 빠진 채 그럴듯한 문장만 남는다. 이런 기록은 학생부가 가져야 할 본질적인 가치를 잃는다. 겉으로는 잘 쓰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텅 빈 기록이 되는 것이다.
전남교육청이 강조하는 원칙은 명확하다. AI 기술은 어디까지나 참고 자료로만 활용될 수 있으며, 최종 기재는 반드시 교사의 고유한 교육적 판단과 정밀한 관찰을 바탕으로 서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장지원단은 학교별 컨설팅 과정에서 이 원칙이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안내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AI 시대, 교사의 전문성이 더 중요해진다
역설적이게도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교사의 전문적 판단이 더욱 중요해진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그럴듯한 문장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특정 학생을 매일 만나며 쌓아온 교사의 관찰과 이해를 대체할 수는 없다. 학생부에 담겨야 하는 것은 바로 그 대체 불가능한 교사의 시선이다.
전남교육청이 이번 연수를 통해 현장지원단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도 그것이다. AI를 무조건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AI가 할 수 있는 것과 교사가 해야 하는 것을 명확히 구분하자는 것이다. 정보 수집이나 표현 방식 참고 등 보조적인 용도로 AI를 활용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학생을 평가하고 기록하는 최종 판단은 반드시 교사의 몫이어야 한다.
◆"공정하고 신뢰도 높은 학생부 작성 지원하겠다"
김병남 유초등교육과장은 "학교생활기록부는 학생의 성장과 학습 과정을 담아내는 중요한 교육 기록"이라며 "현장지원단의 학교별 맞춤형 컨설팅을 통해 AI 활용에 따른 부당 기재를 예방하고, 교사의 전문적 판단에 기반한 공정하고 신뢰도 높은 학교생활기록부가 작성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학생부 한 줄 한 줄에는 교사가 학생을 바라본 시간이 담겨야 한다. 수업 시간에 보인 반응,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드러난 성격, 어려운 문제 앞에서 보여준 태도. 그 모든 것을 직접 보고 느끼고 기록한 교사의 언어가 학생부를 살아있는 기록으로 만든다. 전남교육청의 이번 연수는 AI 시대에도 학생부가 그 본질을 잃지 않도록 지키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현장지원단 80여 명이 도내 초등학교 곳곳을 찾아가 전달할 그 원칙이 학생부의 신뢰를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