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6월·9월, 세 번의 약속…함평읍 '행복보따리'가 두드리는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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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개 업체·주민 자발 참여로 취약계층 20가구에 생필품 전달…민관 협력 생활밀착형 복지 '눈길'

지역 상인들이 물품을 모으고, 주민들이 팔을 걷어붙이며, 행정과 민간이 한 방향을 바라보는 날이다. 전남 함평군 함평읍이 지역 특화사업으로 추진하는 '369 행복보따리 나눔사업'이 열리는 날이다.
함평군은 11일 함평읍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관내 후원업체, 주민이 함께 이 사업을 추진하며 취약계층을 위한 나눔을 실천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첫 번째 나눔 활동에 이어 이날은 두 번째 활동으로, 지역 내 20개 후원업체가 기부한 부식과 생필품을 취약계층 20가구에 전달했다. 세 번째 나눔은 오는 9월 예정돼 있다.
숫자 3·6·9는 단순한 월 구분이 아니다. 일 년에 세 번, 잊지 않고 찾아가겠다는 약속이다. 한 번의 이벤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달력에 미리 적어둔 정기적인 약속으로 나눔을 제도화했다는 점에서 이 사업의 의미가 시작된다.
◆복지 사각지대, 어디에 누가 있는지 먼저 찾는다
이번 사업이 단순한 물품 지원과 다른 점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을 먼저 발굴하는 과정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제도권 복지 서비스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 도움이 필요하지만 스스로 손을 내밀지 못하는 이웃을 찾아내는 것이 이 사업의 출발점이다.
복지 사각지대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으로 등록되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인 가구, 고령이나 질병으로 거동이 불편해 스스로 지원을 신청하지 못하는 어르신, 갑작스러운 실직이나 가족 해체로 위기에 처한 가정 등이 사각지대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함평읍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이런 이웃들을 지역 주민과 함께 발굴하고, 필요한 지원을 연결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행복보따리가 전달되는 20가구는 그렇게 발굴된 이웃들이다. 물품을 받는 것 이상으로, 누군가 자신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들에게 위로가 된다.
◆20개 업체의 자발적 후원, 공동체가 움직이다
이번 나눔 활동에서 눈에 띄는 것은 20개 후원업체의 자발적인 참여다. 행정이 예산을 편성해 물품을 구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 상인과 업체들이 스스로 물품을 기부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운영된다. 강요나 할당이 아닌 자발적 참여라는 점에서 이 사업이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부식과 생필품으로 구성된 행복보따리는 받는 사람의 실생활에 바로 도움이 되는 물품들로 채워진다. 거창한 선물이 아니라 밥상에 오를 반찬거리, 일상에서 쓸 생활용품이다. 화려하지 않지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것들, 그것이 이 사업이 지향하는 나눔의 방식이다.
상인과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후원은 단순히 물품을 모으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어려운 이웃에 대한 책임감을 공유하고, 나눔과 연대의 가치를 일상 속에서 실천하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함평읍의 나눔문화는 행정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정성 담긴 보따리가 위로와 희망이 되길"
함평읍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민간위원장은 "정성이 담긴 행복보따리가 어려운 이웃들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다양한 나눔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백설 함평읍 맞춤형복지팀장은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뜻을 모아주신 후원업체와 주민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앞으로도 촘촘한 복지안전망을 구축하고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제공해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따뜻한 함평읍을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말에는 공통된 지향점이 담겨 있다. 한 번으로 끝나지 않겠다는 것, 지속적으로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나눔이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지역의 문화로 자리 잡을 때 비로소 복지 사각지대는 줄어든다. 함평읍이 3·6·9월이라는 정기적인 주기를 설정한 것도 그 지속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주민 중심 복지공동체, 함평읍이 만들어가는 길
함평읍은 지역사회보장협의체를 중심으로 복지 사각지대 발굴, 취약계층 지원, 나눔문화 확산 등 다양한 복지사업을 추진하며 주민 중심의 복지공동체 조성에 힘쓰고 있다. 369 행복보따리 나눔사업은 그 노력의 대표적인 사례다.
복지는 행정이 혼자 할 수 없다. 예산과 제도만으로는 모든 사각지대를 채울 수 없다. 이웃의 어려움을 가장 먼저 알아채는 것은 같은 동네에 사는 주민이고, 가장 빠르게 손을 내밀 수 있는 것도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다. 함평읍의 민관 협력 모델은 행정과 주민이 각자의 역할을 나누고 함께 움직일 때 복지의 빈틈이 줄어든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오는 9월, 세 번째 행복보따리가 또 다른 이웃의 문을 두드릴 것이다. 그 보따리 안에는 부식과 생필품만이 아니라 함평읍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온 나눔의 시간과 연대의 마음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