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길 따라 전해진 여름 건강꾸러미…거문도 어르신들에게 닿은 따뜻한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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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광양항만공사·여수시노인복지관, 하멜호 통해 도서지역 어르신 100가구에 건강물품 전달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전남 여수에서 뱃길로 두 시간 남짓 떨어진 거문도. 남해 끝자락에 자리한 이 섬은 빼어난 자연경관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곳에서 살아가는 어르신들에게 여름은 결코 낭만적인 계절이 아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계절이 돌아올 때마다 의료기관 하나 쉽게 찾을 수 없는 섬 생활의 불편함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병원을 가려면 배를 타야 하고, 필요한 생필품을 구하는 일도 육지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일이 이곳에서는 큰 수고를 요한다. 고령 인구 비율이 높은 거문도에서 여름철 건강관리와 생활 지원의 필요성은 해마다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런 현실에 주목한 여수광양항만공사(사장 최관호, YGPA)가 여수시노인복지관(관장 김진우)과 손을 잡고 거문도 어르신들을 위한 '거문도 孝(효) 꾸러미 나눔' 사업을 추진했다. 공사가 12일 밝힌 이번 사업은 단순한 물품 지원을 넘어, 섬에 사는 어르신들이 무더운 여름을 보다 건강하고 안전하게 보낼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실질적인 복지 실천이었다.
◆100박스에 담긴 정성, 직접 포장하며 건강을 빌다
건강꾸러미 준비 과정에서부터 공사 직원들의 마음이 담겼다. 유산균, 소화제, 한방파스, 모기 살충제, 쿨 냉감타올, 인견바지 등 무더운 여름철 어르신들의 실생활에 실질적으로 유용한 물품들로 구성된 건강꾸러미 100박스를 공사 직원들이 직접 손으로 포장했다. 물품 하나하나를 박스에 담으면서 거문도 어르신들의 건강과 안부를 기원하는 마음을 함께 넣었다.
물품 선정에도 세심한 고려가 있었다. 폭염 속 체온 조절에 도움이 되는 냉감타올과 인견바지, 여름철 급증하는 모기 피해를 막을 살충제, 소화 기능이 약해지기 쉬운 노인들을 위한 유산균과 소화제, 근육통과 관절 불편함을 덜어줄 한방파스까지. 거문도 어르신들의 여름 생활을 구체적으로 상상하며 고른 물품들이었다. 백 개의 박스 안에는 백 명의 어르신을 향한 백 가지의 마음이 담겼다.
◆하멜호가 이어준 뱃길, 복지의 통로가 되다
준비된 건강꾸러미가 거문도 어르신들에게 전달되기까지의 여정도 이번 사업의 특별한 면모 중 하나다. 여수광양항만공사가 관리·운영하는 여수연안여객선터미널을 통해 여수-거문 항로를 운항하는 하멜호에 실려 해상 운송된 것이다. 평소 섬 주민들의 발이 되어주는 여객선이 이번에는 복지 물품을 실어 나르는 통로가 됐다.
항만공사가 운영하는 인프라가 단순한 교통·물류 기능을 넘어 지역 복지 서비스의 연결 고리로 활용된 사례다. 뱃길이 닿는 곳이라면 복지의 손길도 닿을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사업이 보여줬다. 건강꾸러미가 거문도에 도착한 뒤에는 여수시노인복지관 직원들이 현지를 직접 방문해 어르신들에게 일일이 전달했다. 물품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어르신들과 나눈 안부 인사와 따뜻한 대화도 꾸러미 못지않은 선물이었을 것이다.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 지역과 함께 이행하겠다"
YGPA 김정은 과장은 "작은 정성이지만 어르신들께서 무더운 여름을 건강하고 쾌적하게 보내시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지역 사회와 함께 공공기관으로서의 사회적 책임 이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여수시노인복지관 김진우 관장도 "거문도 어르신들을 위해 따뜻한 나눔을 실천해주신 여수광양항만공사에 감사드리며, 이번 건강꾸러미 전달이 어르신들의 건강한 여름나기에 든든한 힘이 되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항만공사는 항만 개발과 운영을 주된 업무로 하는 공공기관이다. 배와 화물, 물류와 인프라가 주된 관심사처럼 보이지만, 이번 사업은 항만공사의 역할이 그보다 훨씬 넓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항만이 연결하는 것은 단순히 육지와 섬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 도시와 도서, 복지 서비스와 소외된 이웃을 잇는 것도 항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섬마을 어르신들에게 필요한 것은 '연결'이다
거문도뿐만 아니라 전국 수많은 도서 지역 어르신들이 비슷한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의료 접근성의 부족, 생필품 구입의 어려움, 폭염과 혹한 속 건강 위협, 그리고 무엇보다 육지와의 단절에서 오는 고립감. 이 문제들을 한 번의 꾸러미 전달로 모두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러나 누군가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 멀리서도 안부를 묻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어르신들에게는 큰 힘이 된다.
여수광양항만공사와 여수시노인복지관이 이번에 보여준 것은 바로 그 연결의 가치다. 뱃길을 통해 물품을 보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섬에 사는 어르신들이 공동체의 일원으로 기억되고 있다는 메시지를 함께 전달한 것이다. 올여름 거문도 어르신들이 건강꾸러미와 함께 받은 것은 유산균과 냉감타올만이 아니었다. 뱃길 너머에서 건네온 따뜻한 안부와 관심,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는 든든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