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종이주식이 집에서 무더기로 나왔어요... 돈으로 바꿀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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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묵은 종이 주식, 현금으로 바꿀 수 있을까?

빛바랜 종이에 'KIA' 로고와 '기아자동차주식회사 주권(起亞自動車株式會社 株券)'이란 한자가 선명하다. 발행일은 1999년 11월 21일. 27년 가까이 서랍에 잠들어 있던 종이 주식이 집에서 나왔다. 근데 이 주식, 현재 효력이 있는 걸까?
한 스레드 이용자가 10일 "집안 정리하다가 1999년 11월 21일 발행된 기아자동차 주식을 무더기로 발견했는데 현재 효력이 있는 거야? 전문가의 답변을 기대한다"라는 글과 함께 종이 주식을 촬영한 사진을 올렸다. 사진 속 주권은 액면 5000원짜리 기명식 보통주식 5주권이다. ‘기아자동차 주식회사’가 발행한 것이다.
댓글 중에선 "증권사에 가져가면 처리해준다"라는 답이 가장 많은 호응을 얻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종이 주권은 효력을 잃었지만 주식과 주주의 권리는 살아 있을 수 있다.

먼저 종이 주권 자체는 효력이 없다. 2019년 9월 16일 '주식·사채 등의 전자등록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상장회사의 실물 주권은 일제히 효력을 잃었다. 증권의 분실·도난·위조를 막고 발행과 유통에 드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증권의 발행과 유통, 권리 행사를 모두 전자적으로 처리하도록 바꾼 제도다. 이에 따라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주식은 예외 없이 전자등록 대상이 됐다. 손에 쥔 종이를 그대로 증권사에 들고 가 곧장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권리는 다르다. 법은 실물 주권을 반납하지 않은 주주를 보호하기 위해 제도 시행 직전 주주명부에 올라 있던 권리자를 기준으로 주식을 전자등록하도록 했다. 반납되지 않은 몫은 명의개서대행회사인 한국예탁결제원의 특별계좌에 등록돼 따로 관리된다. 개서대행회사란 주식회사를 대신해 유가증권의 명의개서(주주명부 변경)와 주식 발행, 배당금 지급, 주주총회 관리 등 방대한 주식 및 사채 사무 일체를 위탁받아 처리하는 전문기관을 뜻한다. 한국에선 한국예탁결제원 증권대행 및 주요 시중은행이 대표적인 명의개서대행회사 역할을 수행한다.
제도가 시행된 지 여러 해가 지났지만 회수되지 않은 채 가정의 서랍 속에 남아 있는 이른바 '장롱 주권'은 지금도 적지 않다. 종이를 들고 있지 않거나 잃어버렸다고 해서 주식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기아자동차 주식이 일반 가정의 서랍에서 나오는 일은 낯설지 않다. 기아자동차는 한때 특정 대주주가 없어 '국민기업'으로 불릴 만큼 소액주주 저변이 넓었다. 직원 우리사주와 일반 공모를 거치며 주식이 폭넓게 퍼졌고, 이사나 상속 과정에서 잊힌 채 종이 뭉치로 남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주권은 발행 시점이 결정적이다. 기아자동차는 1997년 부도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1998년 현대자동차에 인수됐고, 채권단 출자전환과 감자로 기존 주주가 정리된 것도 그 무렵이다. 문제의 주권은 구조조정이 끝난 1999년 11월 발행됐다. 감자로 소각된 옛 주식이 아니라는 뜻이다. 기아자동차는 상장폐지된 적도 없다. 그 회사가 지금의 기아로 그대로 이어졌다.
관건은 주주명부 등재 여부다. 1999년 당시 이 주식이 명의개서를 거쳐 본인 이름으로 주주명부에 올라 있었다면, 종이를 반납하지 않았더라도 그 권리는 전자등록으로 전환돼 지금까지 보존된다. 반대로 주권만 손에 쥔 채 명부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이른바 '실기주'라면 본인 권리를 입증하는 절차가 한층 까다로워진다.
또 다른 변수는 수량이다. 작성자는 주식을 ‘무더기’로 발견했다고 했다. 11일 기아 종가는 15만6000원이다. 5주권 한 장만 해도 78만원에 이른다. 10장만 갖고 있어도 그 가치가 780만원에 이른다. 다만 배당금 중 일부는 시효가 지나 못 받을 수도 있다. 상법엔 배당금 지급청구권에 대해 5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고 규정돼 있다.
확인 방법은 어렵지 않다. 한국예탁결제원이나 거래 증권사, 기아의 명의개서대행회사에 주권을 제시하고 조회를 요청하면 된다. 주주명부 기재 여부와 특별계좌 등록 내역을 확인한 뒤 권리가 남아 있으면 본인 명의의 전자등록계좌로 옮기는 절차를 밟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