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농공단지 빈 일자리, 외국인 유학생이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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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대학·6개 농공단지 손잡고 취업 매칭 시범사업 출범…지역특화형 비자로 장기 정착까지 잇는다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전라남도 농공단지가 오랫동안 안고 있던 고민이 있다. 일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농촌 고령화와 인구 유출이 겹치면서 농공단지 입주기업들은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반대편에는 또 다른 고민이 있다. 전남 소재 대학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졸업 후 지역에 남지 못하고 떠난다는 것이다. 취업 기회를 찾지 못하거나 비자 문제로 정착이 어렵기 때문이다.

황기연 전라남도 행정부지사가 9일 도청 서재필실에서 도내 대학 기관들과 우수 외국인 유학생을 선발, 농공단지로 취업 연계하고 지역 특화형 비자를 통해 정착을 지원하는 ‘농공단지-유학생 취업매칭’ 업무협약을 하고 있다./전남도
황기연 전라남도 행정부지사가 9일 도청 서재필실에서 도내 대학 기관들과 우수 외국인 유학생을 선발, 농공단지로 취업 연계하고 지역 특화형 비자를 통해 정착을 지원하는 ‘농공단지-유학생 취업매칭’ 업무협약을 하고 있다./전남도

◆인력난과 인구감소, 두 문제를 한 번에

전라남도가 이 두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만들었다. 지난 9일 도청 서재필실에서 대학·경제단체 등과 '유학생-농공단지 취업 매칭 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이다. 기업은 필요한 인력을 얻고, 유학생은 취업과 장기 정착 기회를 얻는 구조다. 인력난과 인구감소라는 두 과제를 한 사업으로 함께 풀어가겠다는 전략이다.

◆5개 대학·6개 농공단지, 첫 시범사업 시동

협약식에는 황기연 전남도 행정부지사를 비롯해 초당대학교, 목포대학교, 동신대학교, 순천대학교, 전남대학교 글로벌교육원 등 5개 대학 관계자와 전남농공단지협의회, 목포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가 한자리에 모였다.

올해 처음 추진하는 시범사업에는 동신대, 목포대, 순천대, 전남대 여수캠퍼스, 초당대 등 5개 대학과 목포산정, 화순동면, 담양무정 등 6개 농공단지가 참여한다. 참여 기관들은 농공단지 입주기업 대상 구인 수요조사, 취업 희망 유학생 선발과 인재풀 구성, 구인·구직 매칭과 채용 연계, 지역특화형 비자 전환 지원과 정주 환경 조성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전남도는 구인 수요조사와 유학생 선발을 시작으로 전남이민외국인종합지원센터와 함께 취업 매칭, 비자 전환, 사후 관리 등을 단계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핵심은 비자…취업에서 정착까지 이어주는 F-2-R

이 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지역특화형 비자(F-2-R)와의 연계다. 그동안 외국인 유학생들이 국내 대학을 졸업하고도 지역에 정착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비자 문제였다. 취업을 해도 장기 체류가 보장되지 않으면 뿌리를 내리기 어렵다.

F-2-R 비자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다. 국내 대학을 졸업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한국어 능력을 갖춘 유학생이 농공단지에 취업해 요건을 충족하면, 장기 체류와 가족 초청 등이 가능한 F-2-R 비자로 전환을 지원한다. 단순히 일자리를 연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유학생이 전남에 삶의 터전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까지 함께 갖추겠다는 것이다. 취업에서 정착으로 이어지는 완결된 지원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우수 유학생이 지역 산업 핵심 인력으로 성장하도록"

황기연 부지사는 "협약은 우수 유학생이 지역 산업 핵심 인력으로 성장하고, 지역에 정착하도록 민·관·학이 힘을 모은 출발점"이라며 "시범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켜 농공단지 인력난 해소에 기여하고, 유학생이 지역 공동체의 일원으로 함께 살도록 계속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대학은 유학생을 유치하고 교육하는 역할을 맡고, 경제단체는 기업의 수요를 파악하고 연결하며, 도는 비자 전환과 정주 환경 조성을 지원한다. 각 주체가 자신의 역할을 분담하는 민·관·학 협력 구조가 이 사업의 뼈대다.

◆시범사업 성공이 관건…전남형 외국인 정착 모델 될까

올해 시범사업의 성과가 앞으로의 방향을 결정한다. 구인 수요조사와 유학생 선발이 얼마나 촘촘하게 이뤄지는지, 매칭된 유학생이 실제로 농공단지에 안착하는지, 비자 전환 과정에서 행정적 장벽은 없는지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그러나 방향은 분명하다. 전남에서 공부한 유학생이 전남에서 일하고, 전남에서 가정을 꾸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인력난으로 멈춰서는 공장이 없고, 졸업 후 떠나야 하는 유학생이 없는 전남을 만들기 위한 첫걸음이 이번 협약으로 시작됐다. 시범사업이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는다면, 전남형 외국인 정착 모델로 전국에 확산될 가능성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