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 강요' 때문에 괴로워하던 여성 소방관, 결혼식 앞두고 극단적 선택 (영상)
작성일
결혼 앞둔 20대 여성 소방공무원, 사망 원인 두고 회식 문화와 개인사 주장 엇갈려
지난해 결혼을 앞두고 숨진 20대 여성 소방공무원의 사망 배경을 둘러싸고 유족과 소속 기관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유족은 직장 내 음주 중심 회식 문화와 조직 분위기가 고인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소방당국은 당시 파악된 내용을 토대로 개인적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소방청은 관련 의혹에 대한 감찰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0월 광주소방본부 소속 20대 여성 공무원 A씨가 숨졌다. 당시 A씨는 결혼을 앞두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광주소방본부는 고인이 생전 남자친구와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호소했다는 내용을 사망 배경과 관련한 공문에 기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유족과 약혼자는 이러한 설명이 실제 상황과 다르다고 반발하고 있다.
약혼자 B씨는 고인이 생전에 직장 내 상담센터를 찾은 적은 있지만, 이는 자신과의 일시적인 다툼 때문이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소방본부가 이를 사실상 주요 사망 원인으로 적시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B씨는 오히려 고인이 직장 내 회식 문화와 조직 분위기 때문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고인이 평소 자신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를 근거로 제시하며 과도한 음주 문화가 존재했다고 주장했다.
공개된 메시지에는 "팀 회식을 했는데 10번 토했다", "취해도 보내주질 않는다. 죽을 것 같다고 애원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새로 부임한 간부가 술자리를 중요하게 생각해 회식 참석에 대한 부담을 느꼈다는 취지의 대화도 있었다고 전해졌다.

약혼자는 고인이 결혼을 준비하던 시기에도 직장 문제를 자주 이야기했다며, 회식과 조직 문화로 인한 스트레스가 상당했다고 주장했다.
유족 측은 이러한 정황을 근거로 광주소방본부에 감찰을 요구했다. 그러나 본부 차원의 조사는 즉시 진행되지 않았고, 약혼자와 유족이 소방노조와 함께 상급 기관인 소방청을 찾아 문제를 제기한 뒤에야 지난달 감찰이 시작됐다.
소방청은 관련 자료와 제보 내용을 검토한 결과 감찰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는 당시 근무 환경과 조직 운영 과정, 회식 문화 등에 문제가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는 단계다.
소방노조는 이번 사건이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문화 전반을 점검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주장한다. 노조 측은 유족이 관련 자료를 제시하며 감찰을 요구했음에도 즉각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반면 광주소방본부는 당시 유족 측의 문제 제기가 정식 민원 접수 형태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사유와 증빙 자료를 갖춘 공식 절차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이 주목받는 이유는 소방공무원 조직이 일반 직장보다 높은 스트레스 환경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소방관들은 화재 진압과 구조·구급 활동 과정에서 각종 재난 현장과 사망 사고를 반복적으로 경험한다.

실제로 소방청과 관련 연구에 따르면 소방공무원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우울증, 불안장애, 수면장애 등에 노출될 위험이 높은 직군으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최근 수년간 심리상담센터 운영 확대와 정신건강 지원 정책을 강화해 왔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신건강 관리만큼 중요한 것이 조직문화 개선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음주를 중심으로 한 회식 문화가 남아 있는 조직에서는 개인이 원치 않는 술자리에 참여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역시 직장 내 음주 강요나 과도한 회식 참여 압박은 근로자의 인격권과 건강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에는 공공기관과 기업을 중심으로 음주 없는 회식 문화가 확산되는 추세다.
과거에도 군, 경찰, 공공기관 등에서 음주 중심 조직문화가 문제로 지적된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일부 기관은 음주 강요 금지 규정을 마련하고 회식 자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 왔다.

다만 이번 사건과 관련해 현재까지 직장 내 음주 문화가 고인의 사망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공식 확인된 것은 아니다. 유족 측의 주장과 기관 측 설명이 엇갈리고 있는 만큼, 사실관계는 진행 중인 감찰 결과를 통해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유족과 소방노조는 11일 광주소방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저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할 예정이다.
이번 사건은 한 젊은 소방공무원의 안타까운 죽음을 넘어, 공공조직 내 회식 문화와 정신건강 관리 체계, 그리고 사망 원인 조사 과정의 적절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로 이어지고 있다. 소방청 감찰 결과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