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욕봤다, 거제소녀”…리센느 원이가 쏘아 올린 중소돌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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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한 장면이 중소돌을 바꿨다, '거제 야호'의 기적
지역을 숨기지 않은 아이돌, 알고리즘을 타다

걸그룹 리센느 원이는 요즘 ‘거제소녀’로 불린다. 화려한 수식어보다 먼저 따라붙은 건 고향의 이름이었다. 거제에서 온 아이돌. 고향을 숨기지 않는 멤버. 무대 밖에서도 자기 색을 잃지 않는 신인.

중소돌의 기적이라 불리는 리센느, 원이 / 유튜브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
중소돌의 기적이라 불리는 리센느, 원이 / 유튜브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

처음부터 정해진 스포트라이트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시작은 유튜브였다. 짧은 영상 속 원이는 “거제”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꺼냈다. 고향 이야기를 민망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전면에 세웠다. 그 솔직함이 알고리즘을 탔다. 팬들은 그를 ‘거제소녀’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단순한 바이럴이 아니다. 원이의 캐릭터는 ‘리센느’라는 팀의 이름을 함께 끌어올렸다. 한 멤버의 개성이 그룹 전체의 인지도로 번진 사례다. 대형 기획사의 물량 공세 없이도, 중소 기획사 아이돌이 어떻게 대중에게 발견될 수 있는지 보여준 장면이다.

리센느 원이의 이야기는 그래서 흥미롭다. 귀여운 별명 하나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다. 숏폼 시대, 중소돌 생존 공식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거제소녀’는 어떻게 알고리즘에 올라탔나

아이돌 시장에서 이름을 알리는 일은 쉽지 않다. 특히 중소 기획사 신인에게 첫 번째 벽은 실력보다 인지도다. 좋은 노래를 내고 좋은 무대를 보여줘도, 대중이 이름을 모르면 반응은 늦게 온다. 2024년 데뷔한 리센느 역시 이 벽을 넘어야 했고, 예상 밖의 활로가 된 곳은 유튜브였다.

지난 2월 개인 유튜브 개설한 원이 / 유튜브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
지난 2월 개인 유튜브 개설한 원이 / 유튜브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

시작점에는 리더 원이가 있었다. 원이는 지난해 8월 웹 예능 ‘나의 연수 아저씨’ 출연을 계기로 관심을 받기 시작했고, 지난 2월 개인 유튜브 채널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를 열었다. 채널명부터 묘했다. 세련된 브랜드명도, 팬덤을 겨냥한 감각적인 문구도 아니었다. 말 그대로 처음 보는 사람에게 “안녕하세요, 원이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인사하는 듯한 이름이었다.

그 투박함은 오히려 원이의 캐릭터와 잘 맞았다. 자신을 과하게 포장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태도, 사투리와 고향 이야기를 숨기지 않는 솔직함이 콘텐츠 전반에 묻어났다. 안정적인 반응이 이어지던 중 결정적인 장면은 멤버 미나미와 함께한 ‘갸루 콘셉트’ 콘텐츠에서 나왔다.

갸루 컨셉 미나미와 거제 찾은 원이 / 유튜브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
갸루 컨셉 미나미와 거제 찾은 원이 / 유튜브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

갸루 스타일로 꾸민 미나미를 본 원이는 “너 이러고 거제 오잖아? 거제 시민한테 혼나”라고 말했다. 고향 거제를 자주 언급해온 원이에게 한껏 꾸민 갸루 콘셉트는 거제의 털털한 분위기와 정반대처럼 보였던 셈이다. 그때 미나미가 “거제, 야-호!”라고 받아쳤고, 원이는 순간 얼이 빠진 듯 “거제 야호?”라고 되물었다.

이 짧은 장면은 빠르게 퍼졌다. 대단한 설정이나 화려한 장치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원이의 말투와 미나미의 엇박자 반응, 그리고 ‘거제’라는 선명한 지역명이 한꺼번에 붙으면서 기억에 남는 장면이 됐다. 팬들이 원이를 ‘거제소녀’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도 이 흐름과 맞닿아 있다.

‘거제소녀’라는 별명은 생각보다 강했다. “거제에서 온 아이돌”이라는 설명은 직관적이면서도 흔하지 않았다. 서울이나 부산처럼 익숙한 대도시가 아니었기에 오히려 더 선명했고, 많은 신인 아이돌이 세련된 이미지와 완성형 세계관을 앞세우는 상황에서 원이의 생활감 있는 지역성은 차별점이 됐다.

이후 경주 출신 멤버 제나와 함께한 사투리 콘텐츠, 원이와 미나미가 거제를 방문한 영상까지 연달아 반응을 얻으며 흐름은 더 커졌다. 특히 거제 방문 영상은 600만 뷰를 넘어섰다. 갸루 스타일로 잔뜩 꾸민 미나미와 추리닝 차림으로 걸쭉한 사투리를 구사하는 원이.

성과도 숫자로 이어졌다. 채널 구독자 수는 75만 명을 넘어섰고, 리센느가 2024년 발매한 노래 ‘러브 어택’도 역주행하며 음원사이트에서 자체 최고 순위를 경신했다. 거제시는 리센느를 지역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원이의 캐릭터가 개인 밈에서 끝나지 않고 팀의 이름과 음악으로 확장된 셈이다.

요즘 아이돌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신비주의만이 아니다. 대중이 붙잡을 수 있는 한 장면, 검색하게 만드는 한 단어가 더 강하게 작동할 때가 있다. 원이에게 그 단어는 ‘거제’였고, 그 장면은 “거제 야호?”였다.

유튜브,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

유튜브는 중소돌의 가장 빠른 무대가 됐다

예전 아이돌의 첫 승부처는 음악방송이었다. 데뷔 무대, 쇼케이스, 음원 성적, 팬사인회가 정석처럼 이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순서가 바뀌었다. 대중은 무대보다 먼저 숏폼에서 아이돌을 만난다. 노래보다 먼저 말투를 기억하고, 퍼포먼스보다 먼저 캐릭터에 반응한다.

원이의 경우도 그랬다. 처음 소비된 것은 무대 위 퍼포먼스가 아니었다. 짧은 영상 속 말투, 반응, 멤버와의 케미였다. 사람들은 먼저 물었다. “이 사람 누구야?” 그 질문은 곧 “리센느 멤버래”라는 답으로 이어졌다.

그룹 리센느(RESCENE)가 지난해 11월 25일 서울 영등포구 명화라이브홀에서 가진 미니 3집 '립밤(lip bomb)' 발매 쇼케이스에서 타이틀 곡 ‘하트 드랍(Heart Drop)’을 선보이고 있다 / 뉴스1
그룹 리센느(RESCENE)가 지난해 11월 25일 서울 영등포구 명화라이브홀에서 가진 미니 3집 '립밤(lip bomb)' 발매 쇼케이스에서 타이틀 곡 ‘하트 드랍(Heart Drop)’을 선보이고 있다 / 뉴스1

중소돌에게 이 흐름은 결정적이다. 대형 기획사처럼 데뷔 전부터 거대한 홍보 자원을 쏟아붓기 어렵다. 이름을 알아야 노래도 듣고, 노래를 들어야 무대도 찾아본다. 유튜브는 그 첫 관문을 낮췄다.

물론 아무 영상이나 터지는 건 아니다. 원이에게는 솔파스튜디오의 기획도 맞물렸다. 콘텐츠는 “무엇을 시킬까”보다 “이 사람이 누구인가”에 집중했다. 윤성원 PD가 원이에게서 ‘용감함’을 봤다고 말한 것도 이 지점과 닿아 있다.

원이는 사투리를 숨기지 않는다. 정제된 말만 골라 쓰지도 않는다. 지역색, 생활감, 즉흥적인 반응을 그대로 드러낸다. 자신을 알아보는 시민들에게 “가시나들이 좋아한단다”라고 말하는 아이돌은 흔치 않다. 잘 짜인 예능 멘트보다 그런 말 한마디가 더 오래 남는다.

결국 원이의 강점은 ‘완성형’이 아니라 ‘발견형’이었다. 대중은 완벽하게 포장된 캐릭터를 본 게 아니다. 우연히 발견한 사람에게 끌렸다. 그래서 더 빠르게 퍼졌다. 댓글이 밈을 만들고, 밈이 검색을 만들고, 검색이 그룹의 인지도로 이어졌다.

이제 중소돌에게 유튜브는 부가 콘텐츠가 아니다. 발견의 무대다. 때로는 음악방송보다 빠르고, 광고보다 강하다. 리센느 원이는 그 무대에서 팀의 이름을 먼저 각인시킨 멤버가 됐다.

원이는 떴고, 리센느는 같이 검색됐다


원이의 강점은 개인 캐릭터가 팀과 따로 놀지 않았다는 데 있다. 혼자 웃기고, 혼자 화제 되고, 혼자 소비된 것이 아니었다. 관심은 자연스럽게 리센느로 번졌다.

그 중심에는 멤버들과의 조합이 있었다. 특히 일본인 멤버 미나미와의 케미는 원이의 ‘거제소녀’ 캐릭터를 더 선명하게 만들었다. 거제를 소개하는 원이와, 그 공간을 낯설고 새롭게 받아들이는 미나미의 반응이 맞물리며 콘텐츠는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하나의 관계성 예능처럼 살아났다.

여기에 경주 출신 멤버 제나도 힘을 보탰다. 구수한 경주 사투리로 ‘신라공주’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거제소녀 원이, 일본인 멤버 미나미, 신라공주 제나. 각자의 색깔이 부딪히면서 리센느는 무대 밖에서도 기억될 만한 조합을 갖게 됐다.

경주 출신 멤버 제나와 함께한 사투리 콘텐츠 / 유튜브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
경주 출신 멤버 제나와 함께한 사투리 콘텐츠 / 유튜브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

이 콘텐츠가 흥미로운 이유는 고향 소개에만 머물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이의 거제는 리센느의 이야기 안으로 들어왔다. 멤버가 멤버의 배경을 함께 경험했고, 팬들은 그 과정을 보며 팀의 관계성을 소비했다. 한 사람의 출신지가 팀 전체의 서사로 확장된 셈이다.

반응은 음악으로도 이어졌다. 채널이 화제가 된 뒤 리센느의 ‘LOVE ATTACK’은 멜론 TOP100 차트에 338일 만에 재진입했다. 콘텐츠를 보고 멤버를 알게 된 대중이 다시 팀의 노래를 찾아 들은 것이다. 중소돌에게는 가장 이상적인 흐름이다. 먼저 사람을 기억하게 만들고, 그다음 음악으로 데려오는 방식이다.

물론 리센느가 그동안 본업에 소홀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데뷔 2년 차에 접어들며 원이는 리더로서 더 적극적으로 팀을 알리고 있다. 개인 채널에서도 자신의 인기만 소비되기를 바라기보다, 대중이 멤버들의 실력과 매력을 함께 알아봐 주길 바라는 마음을 꾸준히 드러내고 있다.

요즘 팬덤은 무대만 보지 않는다. 멤버들이 어떻게 말하는지, 서로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어떤 배경을 갖고 있는지까지 본다. 원이의 거제 콘텐츠가 힘을 얻은 것도 이 지점에 있다. 한 멤버의 캐릭터가 팀의 분위기와 관계성을 보여주는 입구가 됐기 때문이다.

중소돌에게 강한 멤버 한 명은 큰 무기다. 그러나 그 화제성이 팀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반짝 이슈로 끝난다. 원이의 경우는 달랐다. ‘거제소녀’는 원이의 별명이었지만, 그 별명을 따라 리센느의 이름도 함께 움직였다. 그래서 더 오래 남는다.

‘중소돌의 기적’은 우연이 아니라 선명함에서 시작된다

중소돌의 기적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좋은 곡이 있어야 한다. 무대도 좋아야 한다. 멤버들의 실력도 받쳐줘야 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대중이 발견할 이유가 필요하다.

원이에게 그 이유는 ‘거제소녀’였다. 거창한 콘셉트보다 선명했다. 복잡한 세계관보다 빨랐다. 누구나 한 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퍼졌다.

그룹 리센느(RESCENE)가 지난해 11월 25일 서울 영등포구 명화라이브홀에서 가진 미니 3집 '립밤(lip bomb)' 발매 쇼케이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뉴스1
그룹 리센느(RESCENE)가 지난해 11월 25일 서울 영등포구 명화라이브홀에서 가진 미니 3집 '립밤(lip bomb)' 발매 쇼케이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뉴스1

물론 바이럴은 운처럼 보일 때가 많다. 하지만 오래 가는 바이럴에는 이유가 있다. 원이의 경우는 캐릭터가 분명했고, 팀으로 연결됐고, 팬들이 다시 말하고 싶어 하는 요소가 있었다. 이것이 단순한 화제와 다른 지점이다.

리센느 입장에서도 원이의 부상은 의미가 크다. 한 멤버의 이름이 알려지면 팀의 입구가 넓어진다. 그 입구로 들어온 대중은 다른 멤버를 보고, 음악을 듣고, 무대를 찾는다. 중소돌에게 가장 필요한 선순환이다.

연예계는 늘 새로운 성공 공식을 찾는다. 한때는 강한 콘셉트가 답이었다. 한때는 압도적인 퍼포먼스가 답이었다. 지금은 거기에 하나가 더해졌다. 기억되는 사람이다. 원이는 그 조건을 갖췄다.

‘거제소녀’라는 별명은 작아 보이지만, 그 안에는 큰 변화가 들어 있다. 아이돌이 지역을 숨기지 않아도 되는 시대. 중소돌이 숏폼으로 발견되는 시대. 한 멤버의 진짜 이야기가 팀의 기회가 되는 시대다.

그룹 리센느(RESCENE)의 원이가 25일 서울 영등포구 명화라이브홀에서 가진 미니 3집 '립밤(lip bomb)' 발매 쇼케이스에서 타이틀 곡 ‘블룸(Bloom)’을 선보이고 있다 / 뉴스1
그룹 리센느(RESCENE)의 원이가 25일 서울 영등포구 명화라이브홀에서 가진 미니 3집 '립밤(lip bomb)' 발매 쇼케이스에서 타이틀 곡 ‘블룸(Bloom)’을 선보이고 있다 / 뉴스1

원이의 성공은 리센느에게 하나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중소돌에게는 하나의 힌트다. 거창한 포장보다 강한 것은 때로 한 사람의 선명한 출신지, 자연스러운 말투, 숨기지 않는 진심이다.

거제에서 시작된 한 아이돌의 이야기가 리센느의 이름을 더 멀리 보내고 있다. ‘거제소녀’ 원이가 중소돌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