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 먹던 생선이 사치품 됐다…최근 가격 폭등한 수산물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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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크랩 56%↑·갈치 29%↑…횟감까지 줄줄이 상승
오징어 어획량 77% 급감…조업 포기하는 어민들
한때 비교적 부담 없이 즐기던 갈치구이와 낙지볶음, 광어회가 점점 비싼 메뉴가 되고 있다. 바다 수온 상승 등 이상기후 영향으로 어획량이 줄어든 데다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유류비 부담까지 겹치면서 수산물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식당에서는 수급 차질로 원산지를 바꾸거나 가격을 인상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이상기후로 어획량이 줄고 중동 전쟁 장기화로 유류비 부담까지 커지면서 수산물 수급 불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 품목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고 식당가에서도 수급 차질 사례가 이어지자 정부는 비축 수산물 공급 확대와 고수온 피해 예방에 나섰다고 연합뉴스가 10일 보도했다.
킹크랩 56% 급등…갈치·대게·낙지도 줄줄이 상승
수협노량진수산이 집계한 5월 4주차(25~30일) 노량진수산시장 주요 어종 경락가를 보면 상당수 품목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가장 큰 폭으로 오른 품목은 킹크랩이다. 킹크랩 평균 경락가는 1kg당 7만 200원으로 전주보다 56.35% 급등했다. 갈치는 2만 4400원으로 29.1% 상승했고, 대게는 3만 7300원으로 28.18%, 낙지는 2만 1200원으로 24.71% 각각 올랐다.
횟감용 수산물도 예외가 아니었다. 광어 자연산은 1kg당 8100원으로 전주 대비 30.65% 상승했고 양식 광어는 2만원으로 9.89% 올랐다. 농어 자연산은 1만 5300원으로 11.68%, 참돔 양식산은 1만 2400원으로 12.73% 각각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통상 수산물 가격은 계절과 어획량에 따라 변동하지만 최근에는 기상 여건 변화와 국제 정세 불안이 겹치면서 가격 변동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징어 어획량 77% 감소…어민들 "조업 포기"도
수산물 가격 상승의 배경에는 어획량 감소가 자리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지난달 17일부터 23일까지 오징어 근해채낚기어업 어획량은 9톤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40톤과 비교하면 76.9% 감소한 수준이다.
업계는 기후변화에 따른 어장 환경 변화와 조업 여건 악화, 유통비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보고 있다. 특히 연료비 부담이 커지면서 조업을 포기하는 어민까지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수산물업계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기후변화와 조업 여건 악화, 유통비 상승 등이 맞물리며 조업을 포기하는 어민이 늘고 일부 품목의 수급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며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 상승세도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해외 꼼장어 수급 차질…식당 가격도 4000원 인상
수급 불안은 외식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울 종로구의 한 꼼장어 전문점은 최근 안내문을 통해 "전쟁 정세로 해외 꼼장어 조업이 중단돼 수급 차질이 발생했다"고 알렸다. 해당 업체는 당분간 부산산 생꼼장어를 직송해 판매한다고 안내했다.
이 과정에서 양념구이와 소금구이 가격은 기존 1만 5000원에서 1만 9000원으로 약 4000원 인상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 정세 변화가 식당 메뉴 가격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사례다.

올여름 바다 수온 평년보다 1도 높다…양식장도 비상
전문가들은 앞으로 상황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계절해양예측시스템에 따르면 올여름 우리 바다 수온은 평년보다 1도 이상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수온 특보는 다음 달 초중순, 적조 특보는 같은 달 말 이후 발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측됐다.
바다 수온 상승은 양식 어류 폐사 위험을 높이고 생산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수년간 여름철 고수온은 광어와 우럭 등 주요 양식 어종의 가격 상승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정부 비축 수산물 8000톤 공급…최대 40% 저렴하게 판매
정부는 수산물 물가 안정을 위해 대응에 나섰다.
해양수산부는 금어기와 휴어기 등에 따른 가격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다음 달 15일까지 정부 비축 수산물 최대 8000톤을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공급 물량은 명태 5500톤, 고등어 1000톤, 오징어 900톤, 갈치 600톤 등이다.
비축 수산물은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온·오프라인 도매시장, 기업 간 거래(B2B) 등을 통해 공급되며 시중 가격보다 최대 30~40% 저렴하게 판매될 예정이다.
또 중동 전쟁 장기화로 유류비 부담이 커진 점을 고려해 오는 9월까지 어업용 경유 기준 면세유 유가연동보조금 지급 한도를 리터당 138.4원에서 176.2원으로 상향했다.
해수부는 고수온 대응 장비 보급 예산도 지난해 58억원에서 올해 76억원으로 31% 늘려 조기 지원했다. 이와 함께 고수온에 강한 품종 개발과 취약 어종 조기 출하 유도 등을 통해 양식장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미국도 비상…전 세계 수산물 시장 흔드는 연료비 상승
수산물 가격 상승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 메인주에서는 중동 전쟁 여파로 경유 가격이 오르면서 어선들이 운항 횟수를 줄였고, 이에 따라 올봄 바닷가재 어획량이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멕시코만 연안의 새우잡이 어부들 역시 연료비 부담으로 조업을 건너뛰면서 새우 어획량 감소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도 최근 "연료 가격 상승세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수산업 전반에 대한 압력이 심화되고 시장 역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후변화와 국제 분쟁이라는 두 변수로 인해 바다에서 시작된 충격이 결국 소비자 식탁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