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참혹함,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광주 학동 참사 5주기, 눈물 속 안전도시 향한 굳은 결의

작성일

오후 4시 22분 멈춰버린 시계… 416합창단 위로 속 고광완 부시장·민형배 당선인 등 참석해 재발 방지 다짐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5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이 흘렀지만, 남겨진 이들의 가슴속에 깊게 패인 상처는 여전히 어제 일처럼 선명하기만 했다. 2021년 6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며 목적지를 향하던 무고한 시민들의 목숨을 안타깝게 앗아간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 철거 건물 붕괴 참사가 어느덧 5주기를 맞이했다.
고광완 광주광역시 행정부시장,민형배 당선인,임택 동구청장이 9일 동구청 광장에서 열린 ‘학동4구역 재개발 붕괴참사 5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추모 묵념을 하고 있다. /광주광역시
고광완 광주광역시 행정부시장,민형배 당선인,임택 동구청장이 9일 동구청 광장에서 열린 ‘학동4구역 재개발 붕괴참사 5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추모 묵념을 하고 있다. /광주광역시

광주광역시와 동구는 9일 오후 동구청 광장에서 '학동4구역 재개발 붕괴참사 5주기 추모식'을 엄숙하고 비통한 분위기 속에서 거행했다. 그날의 참혹했던 아픔을 가슴 깊이 되새기고 억울하게 스러져간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모인 참석자들의 표정에는, 깊은 애도와 함께 다시는 이 땅에 이러한 인재(人災)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단호한 결의가 서려 있었다.

■ 멈춰버린 시계, 오후 4시 22분의 먹먹한 묵념

이날 추모식 행사장 전역에 울려 퍼진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로 구성된 '416합창단'의 식전 추모 공연은 참석자들의 눈시울을 단번에 붉히기에 충분했다. 상실이라는 뼈아픈 같은 아픔을 공유한 이들이 꾹꾹 눌러 담아 부르는 위로의 선율은 동구청 광장 전체를 한없이 숙연하게 만들었다. 이어 시곗바늘이 정확히 5년 전 참사가 발생했던 찰나의 시각인 오후 4시 22분을 가리키자, 현장에 모인 모든 유가족과 시민, 내외빈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이고 묵념에 돌입했다. 그 짧고도 긴 묵념의 시간 동안,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는 콘크리트 잔해 속에서 극한의 두려움에 떨었을 희생자들을 향한 절절한 애도가 조용히 허공을 맴돌았다. 숨 막히는 묵념 이후에는 정성껏 준비된 하얀 국화꽃을 영정 앞에 바치는 헌화 의식과 유가족들의 가슴 찢어지는 인사말, 그리고 추도사 낭독과 다채로운 추모 공연이 순차적으로 이어지며 고인들의 평안한 영면을 기원했다.

■ 아물지 않은 상처, 슬픔을 넘어선 유가족들의 호소

5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 야속하게 흘렀음에도, 유가족들의 슬픔은 단 한순간도 무뎌지지 않았다. 사랑하는 가족을 하루아침에 영문도 모른 채 잃어야만 했던 거대한 상실감은 여전히 그들의 남은 삶을 짓누르고 있었다. 단상에 힘겹게 오른 유가족 대표는 억눌렀던 슬픔을 토해내듯 떨리는 목소리로 먼저 떠난 가족을 향한 짙은 그리움을 쏟아내며 장내를 순식간에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평범한 퇴근길, 혹은 사랑하는 이를 만나러 가던 버스 안에서 피할 새도 없이 닥친 참변이기에 그 억울함은 필설로 다 할 수 없다. 유가족들은 비통함 속에서도 무책임한 안전 불감증과 탐욕이 낳은 비극이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책임자들의 진정성 있는 반성과 철저한 재발 방지 대책이 현장에서 흔들림 없이 작동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살아남은 자들의 진정한 책무는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끝까지 기억하고 끈질기게 감시하는 것임을 모두의 가슴에 다시금 일깨우는 순간이었다.

■ 정치권 및 지자체의 뼈저린 반성, "안전망 촘촘히 구축"

이날 무거운 마음으로 엄수된 추모식에는 유가족과 일반 시민들뿐만 아니라 고광완 광주시 행정부시장, 임택 동구청장, 그리고 오는 7월 거대 통합시 출범을 앞둔 민형배 전남광주통합시장 당선인을 비롯한 다수의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자리를 지키며 연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단상에 선 고광완 행정부시장은 추도사를 낭독하며 비통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감추지 못했다.

고 부시장은 "광주시는 억울하게 희생되신 분들 한 분 한 분의 고귀했던 삶을 가슴 깊이 새기고 영원히 기억할 것이며,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감히 가늠할 수조차 없는 고통 속에 살아가고 계신 남겨진 가족들의 아픔 또한 결코 외면하거나 잊지 않겠다"고 눈물로 다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뼈저린 반성을 통해 다시는 이런 참혹한 사고가 없도록 사전에 완벽히 예방하는 것"이라며, "우리 사회의 무너진 안전망을 과거보다 훨씬 더 촘촘하고 견고하게 구축하여, 시민 누구나 일상에서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안전도시 광주를 완성하는 데 행정력을 총동원하겠다"고 굳게 약속했다.

■ 다시는 없어야 할 비극, '안전도시 광주'를 향한 무거운 숙제

지난 학동 참사는 우리 사회 건설 현장에 독버섯처럼 만연해 있던 불법 다단계 하도급 문제, 생명보다 비용 절감을 최우선으로 앞세운 무책임한 날림 공사, 그리고 관계 당국의 부실하고 안일한 관리·감독이 총체적으로 맞물려 빚어진 전형적이고 참혹한 인재였다. 5주기를 맞이한 지금, 광주는 그때의 끔찍했던 교훈을 얼마나 철저하게 공사 현장에 적용하고 시스템화하고 있는지 뼈를 깎는 심정으로 되돌아봐야 할 엄중한 시점이다. 여전히 광주 도심 곳곳에서는 크고 작은 재개발과 재건축 공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이며, 시민들은 거대한 공사장 주변을 지날 때마다 혹시 모를 막연한 불안감을 온전히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씁쓸한 현실이다. 서류와 구호에만 그치는 얄팍한 안전 대책이 아니라, 법과 제도의 빈틈을 철저히 메우고 현장 최일선의 노동자와 관리자, 그리고 인허가를 담당하는 행정청 모두가 '생명의 존엄성'을 절대적인 가치로 여기는 확고한 안전 문화가 뼛속까지 뿌리내려야만 한다. 학동의 비극을 지울 수 없는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 '그 어떤 가치나 이윤도 결코 생명보다 앞설 수 없다'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가 광주 전역의 모든 공사 현장에 타협할 수 없는 원칙으로 굳건히 자리 잡는 것. 그것만이 5년 전 억울하게 눈을 감은 아홉 명의 희생자를 진정으로 위로하고, 제2, 제3의 참사를 막아내는 유일한 길일 것이다. 먹먹한 가슴을 안고 추모식을 나서는 시민들의 무거운 발걸음에는 애도를 넘어선 굳은 연대와 다짐이 깊게 묻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