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한테 투표했는데 어떻게 0표가 나오나... 재개표하라” 영국서도 난리 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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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전 영국서 벌어진 ‘0표 사태’ 새삼 주목

폴 데니스 / 켄트온라인
폴 데니스 / 켄트온라인

한국에서 6·3 지방선거 개표 결과를 두고 여러 말이 나오는 가운데 자신에게 투표했다고 영국에서 벌어진 ‘0표 사태’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2015년 5월 7일 영국 잉글랜드 켄트주 메드웨이 의회 레이넘 노스 선거구 지방선거에 노동조합사회주의자연합(TUSC) 소속으로 출마한 폴 데니스는 개표 결과 단 한 표도 얻지 못했다. 해당 선거구에서 당시 총 8464표가 투표됐지만 공식 개표 결과에서 데니스의 득표수는 0으로 기록됐다.

문제는 데니스가 스스로에게투표했다고 밝혔다는 점이다. 그는 자신의 부인과 아버지도 자신에게 투표했다고 주장했다.

데니스는 영국 일간지 더미러에 "솔직히 너무 속상했다. 직장에서도 창피했다"며 "이 결과는 분명히 잘못됐다"고 말했다. 그는 "결과가 나온 뒤 여러 사람이 나를 찾아와 '당신에게 투표했다'고 했다"고도 말했다.

TUSC 대변인은 당시 "그가 사는 지역구에 가족까지 있는데 0표는 불가능하다"며 "투표번호를 알려주며 분명히 그에게 투표했다는 사람들의 이메일을 받았다"고 밝혔다. TUSC 측은 데니스 본인과 부인, 아버지를 포함해 그에게 투표했다고 주장하는 30명 이상의 증언을 수집했다. 당시 같은 선거구에 출마한 다른 TUSC 후보들의 평균 득표수는 229표였다.

하지만 재개표는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메드웨이 의회는 "기록을 재확인한 결과 레이넘 노스 선거구 TUSC의 득표수 0이 맞는다"라면서 "결과가 공식 선언된 이상 선거법상 더 이상 조사를 진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TUSC 측은 법률 자문을 구했으나 재개표 청구가 사적 법률 문제에 해당하며 결과를 바꾸기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소송에 필요한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로 법적 대응도 포기했다. TUSC 측은 소송을 제기하는 대신 여론을 결집해 공개 조사를 촉구했지만 의회는 응하지 않았다.

이후 TUSC가 자체적으로 개표 절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별도의 선거 절차 오류도 드러났다. 선거 규정상 유권자 한 명이 후보 추천인으로 서명할 수 있는 최대 인원은 2명인데, 71세 유권자 모린 매카시가 보수당 후보 1명과 영국독립당(UKIP) 후보 2명 등 3명의 추천인으로 서명한 사실이 확인됐다.

의회는 이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그러나 TUSC 측은 "잘못을 인정하고 검토를 약속한 건 반갑지만 충분하지 않다"며 "결과가 바뀌지 않는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결국 데니스의 득표수는 0표로 확정됐다. 재개표나 재선거는 없었다.

개표가 엉망이 된 배경으로는 개표 인력의 극심한 과로가 지목됐다. 당시 영국 총선과 지방선거가 같은 날 치러지면서 개표 작업이 밤새 이어졌다. 개표원들은 총선 개표를 다음날 오전 9시 30분까지 마친 뒤 불과 5시간 반 만에 다시 지방선거 개표에 투입됐다. 데니스 측은 "극도로 지친 개표원들이 우리 표를 빠뜨렸을 가능성이 있다"며 "메드웨이 의회가 직원들을 혹사시켜 개표 과정에서 기본적인 의무를 저버렸다"고 주장했다.

한국에선 6·3 지방선거 개표 결과를 둘러싼 논란이 닷새째 이어지고 있다.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는 9일 오후 5시 기준 2400명 규모로 계속됐다. 대한핸드볼협회, 대한펜싱협회, 대한산악연맹 등 경기장에 입주한 9개 체육단체들은 이날 오후 6시 공동 진입을 시도했다. 국가대표 수당 지급일이 임박한 데다 각종 국제대회 준비 서류와 장비가 경기장 안에 묶여 행정이 마비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오후 2시 20분쯤에는 경기장 출입구 앞에서 폭행 시비가 벌어져 경찰이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