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애 세종교육감 당선인, ‘200억 진로탐험대’ 앞세워 교육정책 전환 예고

작성일

2026년 학력·진로 강화부터 자율형 공립고·AI디지털 특성화고까지 단계 추진
대규모 예산·학교 신설·CCTV 확대는 의회 심의와 개인정보 검증이 관건
12년 만의 세종교육 리더십 교체, 공약을 실행계획으로 바꾸는 인수위 첫 시험대

강미애 세종시 교육감 당선인  / 당선인 측 제공
강미애 세종시 교육감 당선인 / 당선인 측 제공

[세종=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강미애 세종특별자치시교육감 당선인이 200억 원 규모 글로벌 진로탐험대와 학력 강화 정책을 앞세워 세종교육의 정책 기조 전환을 공식화했다.

강 당선인은 9일 세종시교육감직인수위원회 출범과 함께 향후 4년간 추진할 교육개혁 방향을 밝혔다. 인수위는 현장 중심, 실력 중심, 미래 중심을 운영 원칙으로 삼고 학력·교육과정, 미래교육·기획, 안전·복지·재정 등 3개 분과 체제로 구성됐다. 인수위는 공약을 교육청 실행계획으로 옮기고 취임 이후 추진할 우선순위를 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강 당선인이 제시한 2026년 단기 과제는 200억 원 규모 글로벌 진로탐험대 운영, 장기 프로젝트형 자유학기제, 초등학교 3학년 영어수업 확대, 초등학교 3∼6학년 평가 정례화다. 2027년까지는 자율형 공립고 확대, 비명 인식 CCTV 설치, 영재체육 시스템 개선, 초등 4∼6학년 체육 바우처, 교권 보호 법률지원, 교사 연 200만 원 성장지원제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장기 과제로는 AI디지털 특성화고 지정·운영과 국제중학교 신설을 내놨다.

이번 발표는 단순한 공약 반복보다 교육행정의 우선순위 재편 선언에 가깝다. 강 당선인은 지난 3일 치러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세종시교육감 선거에서 당선됐다. 연합뉴스는 강 당선인이 개표 94.79% 진행 시점에 36.72%를 얻어 당선을 확정했고, 세종교육청 첫 여성 교육감이 됐다고 보도했다. 12년간 이어진 세종교육 리더십이 바뀌면서 학력, 진로, 안전, 미래교육을 둘러싼 정책 방향도 달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핵심은 재원과 형평성이다. 200억 원 글로벌 진로탐험대는 학생의 진로 경험을 넓히겠다는 점에서 관심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대규모 예산이 필요한 사업인 만큼 대상 선정, 학교 간 기회 격차, 해외·국내 프로그램 비율, 안전관리 기준을 먼저 공개해야 한다. 모든 학생에게 같은 기회를 줄 수 없다면 선발 기준의 공정성이 쟁점이 된다. 교육청 예산안 편성, 세종시의회 심의, 학교 현장의 운영 역량도 실제 추진 속도를 좌우할 변수다.

초등학교 3학년 영어수업 확대와 3∼6학년 평가 정례화는 학력 책임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현행 초등 영어 교육은 3학년부터 시작하는 체계다. 따라서 강 당선인의 정책은 영어를 새로 도입한다기보다 수업 시수, 프로그램, 운영 방식을 넓히는 방향이 될 가능성이 크다. 평가는 기초학력 진단과 보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대로 과도한 서열화나 사교육 자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평가 결과를 학생 지원에 쓸지, 학교 간 비교 자료로 쓸지가 정책 신뢰를 가를 대목이다.

자율형 공립고 확대는 고교 교육과정의 선택권을 넓히는 카드다. 교육부는 2025년 자율형 공립고 2.0 공모에서 25개교를 새로 선정했고, 전국 자공고 2.0이 125개교로 늘었다고 밝혔다. 이 제도는 지자체, 대학, 기업 등과 협력해 지역 특색을 살린 교육모델을 운영하는 데 초점을 둔다. 세종에서도 자율형 공립고 확대가 성과를 내려면 명문고 만들기 경쟁보다 일반고 전반의 교육력 강화와 연결돼야 한다. 특정 학교 쏠림이 커지면 지역 내 교육 불균형 논란이 불가피하다.

비명 인식 CCTV 설치는 학교 안전 강화라는 명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인공지능 기반 감지 기술은 개인정보와 오작동 문제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 개인정보보호법은 공개된 장소의 고정형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를 원칙적으로 제한하되, 범죄 예방, 시설 안전, 화재 예방 등 필요한 경우 예외를 인정한다. 학교 안에서 이 장비를 확대하려면 설치 목적, 촬영 범위, 보관 기간, 접근 권한, 학부모·교직원 의견 수렴 절차를 명확히 해야 한다. 안전은 필요하지만 감시 논란을 피하려면 기술 도입보다 운영 통제가 먼저다.

국제중학교 신설과 AI디지털 특성화고 지정은 장기 과제다. 학교 신설은 교육감 의지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초·중등교육법은 학교 설립 때 시설·설비 등 기준을 갖추도록 하고, 사립학교 설립은 교육감 인가를 받도록 규정한다. 공립학교 신설도 학생 수 전망, 학교용지, 재정, 교육부 중앙투자심사 등 절차와 맞물린다. 세종시교육청 관내 학교 현황 데이터는 유치원, 초·중·고, 특수학교 등을 포함한 전체 172개 학교 정보를 담고 있다. 신설 논의는 이 같은 학생 배치 수요와 기존 학교 체계 안에서 검토돼야 한다.

강 당선인의 첫 과제는 공약의 크기를 줄이는 일이 아니라 공약의 구조를 분명히 하는 일이다. 어떤 사업을 먼저 할지, 얼마를 쓸지, 누구에게 혜택이 갈지, 부작용은 어떻게 막을지 공개해야 한다. 인수위가 보도자료 수준의 청사진을 넘어 예산표, 일정표, 성과지표를 내놓을 때 정책은 구호에서 행정으로 바뀐다.

세종교육은 젊은 도시의 성장, 학부모 기대, 학교 간 격차, 미래교육 수요가 한꺼번에 맞물린 지역이다. 강 당선인의 교육개혁은 기대와 부담을 동시에 안고 출발했다. 시민이 원하는 것은 거창한 이름의 새 사업보다 학생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변화다. 앞으로 4년의 성패는 발표의 속도가 아니라 실행의 정밀함에서 갈릴 전망이다.